노르위지언 우드
하루키 무라카미
제이 루빈 번역
뉴욕, 빈티지
하츠미,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유년기의 갈망
8장 부분 270·280
하츠미 씨는 십오 분 뒤에 도착했다. 그녀의 화장은 고왔고 귀에는 금귀고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딥 블루 빛깔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고상한 빨강 펌프스를 신고 있었다. 내가 드레스의 색감에 찬사를 건네었더니 그녀는 내게 미드나잇 블루라고 일러주었다.
약 십 수 년 후 마침내 난 그게 뭐였는지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어느 화가를 인터뷰하러 산타페에 가있었다. 현지의 한 피자집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피자를 먹으며 신비롭기 이를 데 없이 아름다운 노을을 내다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 찬란한 붉은색으로 물들었다―나의 손과 테이블 접시와 테이블 그리고 세계를. 마치 그 모든 것에 특별한 과일 주스를 흩뿌려놓은 빛깔 같았다. 그런 노을에 심취하던 중 마음에 하츠미 씨의 모습이 번쩍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전에 내가 경험한 심장의 떨림이 의미했던 바를 이해했다. 그것은 채울 수 없었던 유년기의 갈망 같고, 그러한 상태로 늘 남겨지는―그리고 영영 남을―감정이었다. 그런 깨끗하고 불살라지는 갈망의 존재를 나는 잊고 있었었다. 그러한 기분이 내 안에 한때 존재했었다는 기억을 오랜 동안 잊고 있었다. 하츠미 씨가 내 안에서 흔들었던 것은 오랫동안 잠자던 나의 자아였다. 그렇게 들이친 실감이 나를 비통에 잠기게 했다. 나는 가까스로 눈물을 삼켰다. 그녀는 아주 특별한 여성이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무슨 수를 썼어야 했다, 어떤 수가 되든, 그녀를 구했어야 만 했다.
하지만 나가사와나 나나 아무도 그리하지 못했다. 내가 아는 많은 이가 그랬듯, 하츠미 씨는 인생의 어떤 단계에 이르렀을 테고 거의 순간적인 충동에 이끌려서 생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나가사와가 독일로 떠난 후 이년, 그녀는 결혼을 했고 그로부터 이년 후, 그녀는 면도칼로 양 손목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