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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길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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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크랩 설악산의 러시 아워(1)
청량 추천 0 조회 17 12.11.08 10:52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오랜 만에 보는 친구나 먼 곳에서 오는 손님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곳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새롭기 때문이리라. 반대로, 이곳을 훌쩍 떠나 그곳을 찾아갈 때에도 내 마음이 부풀어 오르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낯설음과의 만남은 빨갛게 익은 석류 알이 터질 때의 희열처럼, 일상의 물결과는 다른 신선한 파동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4년 전 가을에 무박 2일 코스로 다녀 온 설악산, 고생스러웠지만 상큼한 추억들이 스쳐 지나가는데, 이번 여정도 울긋불긋 물 들었을 숲 속에 부는 가을바람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새벽 네 시에 핸드폰 자명종을 맞춰 놓았지만 그것은 괜한 일이었다. 살포시 잠이 들었는가 싶으면 뭣에 쫓기는 꿈에 시달리다 금방 깨기를 십여 차례, 자명종에 앞서 생체시계가 세시 오십 분에 나를 일으켜 세웠다.

 

송강에서 희뿌연 어둠 속에 만난 지노, 시내 몇 군데를 돌며 관광버스에 오르는 친구들과 다른 동반자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나처럼 밤잠을 설친 듯 길 떠나는 새벽에 들뜬 마음이 눈 속에 깊숙이 배어 있는 듯 했다.

 

큰 기대는 큰 실망을 줄 수도 있다.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다른 산악회에 얹혀 외지로 산행을 갈 때는 아침밥을 주곤 했는데, 뜨끈뜨끈한 국물과 겉절이 그리고 김이 있어서 세 가지 만으로도 휴게소에서 넓게 펼쳐 놓고 먹는 모습이 넉넉했다. 밥은 양껏 챙겨 먹은 후에 점심까지도 빈 그릇에 챙겨 넣을 수 있었다. 이렇게 기본적인 욕구를 풍족하게 해결해 줌으로써 몇 푼 안들이고도 산악회의 배려에 큰 호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산악회가 매우 야박하다는 인상을 지워버릴 수 없다. 세월이 변해 다른 곳도 그러는지 모를 일이지만, 맨 밥에 그것도 일회용 용기에 담는 둥 마는 둥 성의가 없다. 국도 없이 몇 조각 든 김 한 봉지와 김치로 아침을 해결하란다. 김치를 준비했다는 것이 몇 사람 집어가고 나니 떨어지고 말았다. 꽉 찬 정원에 25,000원씩 거두면 비용이 충분할 턴데, 빈약한 뒤풀이 내용물도 그렇고 바닥 인심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씁쓸했다.

 

설악산 단풍이 한창이라고 오색물결을 그리며 왔는데, 러시아워는 도회지에 아침저녁의 출퇴근길이나, 명절 전후의 고속도로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곳곳의 등산로마다 사람들로 넘쳐나서 좁은 길을 지나가려면 마냥 막혀 기다리기가 일쑤였다. 서로 먼저 가려고 떠밀려 미끄러운 길에서 대형 인명사고가 우려되기도 했고, 체념하듯 줄곧 서 있다 보니 걸어 다닌 시간 보다 오히려 서 있던 시간이 더 길었다는 어느 아주머니 말에 모두들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고개를 넘어가는 좁은 길에 들어서기 위해 일곱 여덟 줄을 이룬 사람들이 꼼작 못하고 서서 시장바닥처럼 웅성거리며 몇 시간이고 서 있어야 했다. 오색 단풍을 구경하러 온 게 아니라, 나뭇잎들이 사람 구경하느라 바람이 살랑거릴 때마다 기웃거리고, 기암괴석들이 뭔 일인가 주위를 에워싸며 몰려드는 듯 했다. 오전 10시쯤에 한계령에 들어선 후 저녁 6시 넘어 어두워진 후에야 간신히 오색 주차장에 다다를 수 있었으니 네 시간 이상을 용을 쓰며 허비한 셈이다.

 

저녁 1시가 다 돼서야 천근만근의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대충 정리를 하고 나서 샤워 꼭지를 틀으니. 쏴아~ 떨어지는 물줄기 속에 먼 길 오가며 쌓인 피로와 먼지들과 함께 하루 동안에 있었던 일들이 거품을 내며 바닥에 흘러내린다.

 

각지에서 한꺼번에 몰려들어 먼지 푸석거리는 낭떠러지와 좁아터진 길에서 고생하던 사람들이 과연, 설악산 골짜기에서 겪었던 여러 불편했던 경험들을 추억으로만 간직할 수 있을까.

 

요즘 웬만한 동네의 뒷산 등산로도 말끔하게 단장을 하여 산행을 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는데, 소위 우리나라 제일의 국립공원이라는 곳을 왜 정비하지 않고 허술하게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오랜 기다림으로 용변이 다급해진 아주머니들이 부끄러움도 잊은 채 킥킥거리는 등산객들 앞에서 일을 보며 견뎌내던 따가운 시선을 에피소드로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샛길로 끊임없이 끼어드는 얌체 같은 사람들과, 그로 인해 정체가 더 심해지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므로 온갖 야유와 비아냥거림을 퍼붓던 사람들, 그 상황을 방관자처럼 바라보고 간간이 중얼거리면서 한 발자국이라도 뒤에 쳐질까 기를 쓰고 달라붙던 나는, 과연 그 소란스럽고 볼썽사나운 장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길 위에서 지친 등산객들이 너나 없이 푸념을 쏟아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도 그래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번에는, 러시 아워를 피해서 가든지, 아니면 기왕 느린 길에 들어 섰으면, 그 상황을 그저 받아들이고 오히려 느긋한 마음으로 풍성하게 즐기다 올 것이라고.....'

 

 

 

 

         + 일정 : 2012. 10. 14(일) 설악산 흘림골

                   새벽 4시 50분 송강 농업기술센터 출발 ~ 시내 경유 ~ 원두막 ~ 대전TG

         + 한밭 산사랑회 산악,  회비 25,000원

         + 8명 참석 : 청량. 월암. 장딱, 지노, 석정, 송원장. 만재, 정희형(8명)

 

 



 

 

 

 

 

 

 

밤새 한숨을 자지 못하고 멀뚱멀뚱거리다 그냥 나왔다는 장딱과,

언제나 또릿또릿한 만재가 성큼 걸어 들어오고 있다.

 

 

 

새벽 4시 5분에 지노에게 핸폰을 걸었는데,

그도 이미 잠이 깨 있는 성싶었다. 

옆의 이대장은 평소에도 많이 뒤척거린다고 했는데, 

눈을 별로 못 붙였는지 연신 얼굴을 쓸어내린다.  

 

 

 

늘  총기가 철철 넘쳐나는 만재 동생,

오랜 경륜으로 이른 새벽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여유로운 정희 형.

 

 

 

해맑은 소년처럼 세월의 군살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송원장이 부럽고,

솔선하여 온갖 궂은 일 다 챙기는 월암 총무가 미더웁다.

 

 

 

한계령으로 들어가서 등선대를 지나 깔딱 고개를 넘어 오색리 까지,

평소 같으면 약 4시간 반의 여정이라고 하나.

이번 산행에는 극심한 러시 아워로 병목 구간에서 4시간 여 동안 꼼짝달싹 못할 줄이야.....

 

 

 

한밭 산사랑 산악회, 다음 카페에 적을 두고 있고, 회원이 5500여 명이다.

그만큼 연륜이 깊고 주말이나 휴일 뿐아니라, 평일에도 전국 각지를 찾아가고 있다.

이번에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적당한 등산 기회가 있으면 참여할 계획인데,

차량 배차 안내나. 아침 식사 준비물이 미흡하고 운영에 미숙함이 엿보인다.

 

 

 

예정보다 20여 분이 늦어, 6시 25분 경 대전 톨게이트를 들어섰다.

바깥은 우중충하게 구름이 내려 앉아 있고, 간간히 빗방울도 보였다.

 

 

 

용변을 위해 잠시 정차한 팜파스 휴게소,

처음 들어보는 외국 어느 곳 같아 매우  낯설다.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인가?

 

 

 

오뎅국 하나에 대 여섯명이 번갈아 가며 입을 축였다.

아침 식사 전이라 한 모금이라도 꿀맛이다.

고맙게도 송원장이 나에게 제법 통통한 오뎅 왕건이 하나를 덥썩 건져주었다.

 

 

 

 

 

 

 

 

 

"설악산" 

표지판이 벌써 알록달록 물들어 있다.

 

 

 

한계령  진입로에 스쳐 지나가는 교통경찰이 추은듯 오싹해 보인다.

바깥 날씨가 쌀쌀한 모양이다.

 

 

 

 

 

 

 

 

 

 

 

 

 

한계령을 지나는 길에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와~ 설악이다" 모두들 창문으로 몰리고 있다.

 

 

 

 

 

 

 

 

 

 

 

 

 

 

 

 

 

 

 

 

 

 

 

 

 

 

 

 

 

 

 

 

 

 

 

 

 

 

 

 

 

 

 

 

 

 

 

 

 

 

 

 

 

 

 

여심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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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2.11.08 11:01

    첫댓글 얼마전 설악 흘림골에서 고생했던 모습이 생각나 석정님의 산행기를
    옮겨 왔습니다. 고생도 좋은 추억으로 남기려구요,,,

  • 12.11.08 22:03

    낙엽 보다 사람이 훨씬 많네요 아~이~고 짜증 엄청 나겠네요.... 예약제 같은 걸 생각해 보야겠네요...

  • 12.11.08 22:17

    피난길행렬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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