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3일 연중 제11주일 강론 (마르 4,26-34) (김형욱 신부)
샬롬! 예수회 김형욱 도미니코 사비오 신부입니다. 오늘은 제가 "샬롬!"이라고 첫 인사말로 시작했습니다. '샬롬'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용했던 히브리말로 '평화'라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오늘 "평화를 빕니다!" 라며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지요.
사실 저는 이 샬롬이라는 인사말이 꽤 익숙합니다. 제가 원래는 구세군이라는 교회의 개신교 신자였습니다. 구원의 군대라는 뜻의 구세군 교회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병사 입대식을 통해 세례를 받았습니다. 구원의 군대이기 때문에 신자들을 하느님의 병사들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곳 구세군 교회의 신자들은 서로를 향해 "샬롬!"이라고 인사를 건넵니다. 구세군은 한 손에는 빵, 한 손에는 성경이라는 표어를 내걸로 사목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즉, 한 손에는 성경을 들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으며, 또 한 손에는 빵을 들고 고아원, 장애인 시설, 직업학교 등 각종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2월이면 전국에 울려 퍼지는 구세군의 빨간색 자선냄비 종소리는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한 대표적인 모금활동입니다.
제가 자란 전라북도 군산에도 구세군 교회와 구세군 후생학원이라는 사회복지 시설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있습니다. 그곳 복지시설에는 유아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약 백여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후생학원의 정원에는 아주 커다란 돌에 집안의 가훈처럼 후생학원의 원훈이 새겨져 있습니다.
"크게 자라는 나무처럼 활짝 피어난는 꽃잎처럼 한껏 영글은 열매처럼"
그 당시 구세군 후생학원의 김소인 원장님이 바로 오늘 복음 말씀을 후생학원의 원훈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분은 그분의 백여명이나 되는 자녀들에게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땅에 씨를 뿌리시면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고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 처음에는 줄기가 다음에는 이삭이 그 다음에는 이삭에 낟알이 영근단다. 하느님 나라는 이와 같아서 땅에 뿌릴 때는 세상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그분이 돌보시면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게 된단다. 비록 엄마 아빠가 안 계시는 너희들이지만 그분께서 돌보아 주실테니 나무처럼 크게 자라고 활짝 꽃을 피우고 열매를 가득 맺기를 바란다."
문득 오늘 복음 말씀 묵상 중에 어릴 적 후생 학원의 원훈이 생각났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몸이 아픈 할머니 곁을 떠나온 열 살 꼬마 아이가 원장 아버지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지금은 이렇게 천주교 신부님이 되었습니다. 원장 아버지는 저를 보며 구세군 교회의 목사님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셨지만, 힘이 더 센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또 다른 계획이 있으셨나 봅니다. 그렇지만 원장 아버지가 늘 시처럼 들려주셨던 오늘의 복음 말씀처럼 어디든 심겨진 곳에서 꽃을 활짝 피우며 살고 있노라고, 누구든 쉬어 갈 수 있는 나무 그늘이 되겠노라고, 그래서 원장 아버지께 사랑 많이 받았던 제가 그 사랑의 열매 조금은 나눌 수 있게 자랐노라고 괜히 뿌듯해 해 봅니다. 아직은 더 크게 더 활짝 더 한껏 열매를 맺기를 청하지만, 뭐 그것도 밤새 일하시는 또 다른 아버지 하느님께서 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기를 청하며, 여러분들도 지금 심겨진 곳에서 꽃 활짝 피우시며 오는 한 주도 기쁘고 행복하게 나아가시길 기도합니다.
밤낮으로 일하시는 주 하느님, 겨자씨 같은 저희가 열매를 한껏 맺어 당신을 찬미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