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달력을 접을 때가 왔다. 어떻게 지니고 왔는지 처음에 걸었던 달력의 무게만큼이나 마지막 한 장의 무게는 더욱더 삶을 억누르는 듯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기 자신은 물론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레 되새김해 볼 시기다.
그래서 이맘때면 전국의 해넘이 명소에는 가족·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앉아 붉은 몸을 사르며 지는 저녁노을의 감흥에 빠져 들기도 한다. 붉다 못해 핏빛으로 변하기도 하는 일몰은 더 열심히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그 빛깔만큼이나 강력하게 전해준다.
또 부푼 꿈을 품고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새해 첫해를 보며 미래를 설계하려는 사람들의 발길도 분주하다. 매일 뜨는 해지만 2014년의 해는 그 자체로 뜨거운 희망을 품게 만든다. 힘든 한 해를 소중히 정리하고 희망의 새해를 맞을 만한 해넘이·해돋이 장소를 찾아보고 발길을 옮겨보자.
◇해넘이 7선
1 강화도(인천) 역사의 고장인 강화는 수도권에 위치해 당일로 해넘이를 즐길 수 있다. 서쪽 해안을 중심으로 일몰 지역이 즐비하다. 손에 꼽을 수 있는 곳이 동막해안과 보문사 등이다. 동막은 강화의 서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잿빛 갯벌이 드러난 해변 위로 드리우는 붉은 노을이 장관이다. 특히 바닷가에 늘어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즐기는 해넘이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다. 석모도의 보문사 낙조도 유명하다. 보문사 눈썹바위에 올라 은은하게 들려오는 불경소리와 함께 즐기는 노을의 장엄함은 환상적이다.
2 궁평항(경기 화성)
궁평항의 낙조는 화성8경에 들어있을 정도로 절경이다. 특히 궁평해수욕장은 길이 2km, 폭 50m의 백사장과 수령 100년을 자랑하는 해송 1천여 그루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인근 제부도에서는 하루에 두번 물이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고, 매바위에서의 해넘이도 장관을 이룬다. 또 전곡항은 호수처럼 잔잔한 항구에 수십 척의 요트와 어선이 그림처럼 떠있는 풍경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3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충남 태안)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은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연말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사진작가와 애호가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겨울철 슬픈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지는 낙조가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름답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으로 지정된 이유를 알게 된다. 안면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승언리가 인접해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기도 좋다. 31일에는 꽃지해수욕장에서 ‘안면도 해넘이 축제’가 열린다.
4솔섬(전북 부안)
변산반도 국립공원 어디에서든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낙조는 도청리의 솔섬에서 보는 것이다. 주변의 수려한 경치와 일몰이 곁들여진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썰물 때에는 육지와 연결돼 70m 정도 걸어가면 솔섬에 직접 갈 수도 있다.
또 솔섬 일대는 멋스러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가 수도 없이 많은 것도 특징. 그 중 수만권의 책을 포개 놓은 듯한 퇴적암이 층층이 절벽을 이루고 있는 채석강에서 바라보는 것이 압권이다.
5 세방전망대(전남 진도) 진도 해안도로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다도해의 경관은 압권이다. 특히 해질 무렵 섬과 섬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해가 다섯 가지 색깔로 하늘을 물들여 오색낙조로 불린다. 양덕도 등 다도해를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를 촬영하려면 녹진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6 순천만 갈대밭(전남 순천) 노을에 물든 순천만을 한 눈에 굽어보려면 순천만 최고의 전망대이자 낙조 포인트인 해룡면 용산에 올라야 한다. 햇솜처럼 부푼 갈꽃이 노을빛에 물들면 물기 머금은 갯벌은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칠면초 군락은 해풍에 붉은 파도를 탄다. 붉게 물든 갈대밭을 허허롭게 날아오르는 철새가 순천만 해넘이의 포인트.
7 차귀도(제주) 매일 지는 해지만 제주도의 일몰은 남다르다. 제주에서도 드물게 해안도로와 바다의 높이가 비슷해 탁 트인 풍경에서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차귀도가 일몰 명소다. 차귀도의 매력은 해질녘. 붉은 해가 죽도와 지실이섬, 혹은 지실이섬과 와도 중간으로 사라지는 장관을 맛 볼 수 있다. 구름 사이사이를 뚫고 비치는 석양과 고깃배들이 섬 사이로 빠져나간 뒤로 바다를 태워버리 듯 수평선 속으로 잠기는 햇덩이는 그야말로 황홀경 그 자체다.
◇해돋이 7선
1 태백산(강원 태백)
태백산은 단군성전과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천제단이 있는 민족의 영산. 그래서인지 백두대간 능선을 박차고 오르는 해맞이는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주봉인 장군봉 부근의 눈 덮인 주목 군락과 철쭉나무와 어우러진 설경이 볼 만하다. 태백산 일출은 날씨에 따라 제각각이다. 발아래 구름이 끼었을 때에는 운해를 뚫고 떠오르는 해의 모습은 장엄하다. 날씨가 좋으면 태백시, 삼척시, 경북 울진군의 굵직한 연봉들 사이로 떠오른다.
2 대진항(강원 고성)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대진항은 사철 내내 어항 특유의 활기로 넘쳐난다. 일출명소인 정동진이나 추암에 비해 여유롭게 환상적인 해돋이를 만끽할 수 있다. 바닷가 동산에 우뚝 솟은 31m 높이의 대진등대는 우리나라 최북단의 등대다. 이곳에서 맞는 일출의 감회는 새롭다. 또 수평선을 차고 해가 솟아오를 무렵, 일출의 금빛 물결을 따라 항구로 돌아오는 귀선 행렬의 풍경도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다. 얼어붙은 몸은 한창 물이 오른 곰치로 달랠 수 있다. 국물 맛은 기똥차다.
3 대왕암(경북 울산)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매력적인 일출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울산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이곳은 문무대왕 비가 누운 곳이다. 대왕암 공원에는 100년 가까이 되는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사이사이 억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바닷가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서면 지평선을 뚫고 솟아오르는 장엄한 태양을 만날 수 있다. 울기등대와 고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장생포 고래박물관, 또 다른 일출명소인 장기갑 등도 지척이다.
4 금산(경남 남해)
남쪽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금산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공원이며 바닷가에 우뚝한 산세와 불끈불끈 치솟은 암봉들이 장관이다. 금산 정상 부근의 암자 보리암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해와 바다, 그리고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금산이 빚은 남해 최고의 절경으로 손색이 없다. 찬란한 일출에 뒤이어 남해의 쪽빛 바다가 시야에 가득 들어오며 그 맑은 바다 위로 점점이 떠있는 한려수도의 섬들이 은빛 해안과 더불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빛난다.
5 지리산 노고단(전남 구례) 구례에서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드라이브를 겸해 성삼재주차장까지 오른 후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눈꽃이 활짝 핀 등산로를 30분쯤 걸으면 운해 사이에서 솟는 감동적인 해돋이를 만날 수 있다.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지리산온천랜드는 산행 후의 피로를 풀기에 좋다.
6 정남진(전남 장흥) 강릉에 정동진이 있다면 장흥엔 정남진이 있다. 서울 광화문을 기점으로 정남쪽에 위치한 바닷가라는 의미다. 남해 바다이면서도 동쪽을 바라보는 지형으로 인해 장엄한 일출을 구경할 수 있다. 정남진 바닷가에 세워진 46m 높이의 전망대에서는 득량도·소록도·연홍도·거금도 등 남해의 아기자기한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전경을 만날 수 있다.
7 성산일출봉과 형제섬(제주) 산방산 앞에 위치한 형제섬은 두 개의 바위 사이로 솟는 해가 장관이다. 형제섬은 보는 방향에 따라 암초를 포함한 섬의 개수가 3∼8개로 그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안덕면 사계리 해안의 사계화석산출지가 겨울철 형제섬 해돋이 촬영의 포인트로 검은색의 갯바위와 붉게 물든 바다가 인상적이다. 또 제주 대표적 관광지인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도 빼놓을 수 없는 장관이다. 성산일출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출 광경은 예부터 영주(瀛州) 10경의 하나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