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중에서>
수상작 「알파의 시간」은 가족 이야기다.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중년의 딸 이야기. 그러니까 일견, 우리가 흔히 보는 풍경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흔하고 일상적인 외피 뒤에 감추어져 있는 세계를 풍성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두말할 것 없이 그것은 내면의 세계 즉 과거의 기억과 회상의 세계이다. 이 기억과 회상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은 시간의 힘이 작용한 때문이다. 상처는 고통스러웠지만 회상의 여로를 통과하여 이윽고 도달한 각성과 화해는 아름답다. 이런 내면의 풍성한 세계로 이 소설은 독자를 이끌어준다.
-이동하(소설가)
「알파의 시간」은,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히 흐르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시간을 살고 있으며 그 시간이 비록 상처와 비루함으로 점철된 것이라 할지라도 살아감이란 바로 그것들을 긍정하고 따뜻이 감싸안는 것이라는 전언을 담고 있다.
이 소설에는 기법에 있어서의 새로운 시도나 실험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안정된 구도와 이 작가가 기왕에 보여주었던, 치밀함과 주제를 향한 집요한 천착 등의 개성을 유감없이 펼치면서 한결 깊어진 시선으로 삶과 시간에 대한 성찰이라는 문학 본연의 미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