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포의 여름
(사진. 글 : 사진평론가 장한기)
1990년도의 영종도 일주 여행은 인천 월미도 선착장에서 연락선에 자동차를 싣고 30여분 물위를 달려 영종도 선착장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선착장 좌측에는 선박을 수리하는 조선소가 있었으며, 우측 약 1킬로미터 주변에는 자동차경주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운 좋은 날에는 흙탕물을 튀기며 질주하는 자동차 경주장의 스릴 넘치는 장면을 촬영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었다.
선착장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좌측 조선소를 지나면 다양한 해변의 정겨운 풍경이 촬영 객을 맞이한다. 서해의 전형적인 갯벌과 어선들의 정겨운 모습을 바라보며 발아래를 조심스럽게 내디디면 바윗돌에 닥지닥지 붙어있는 따개비와 소라껍질이 흥미로운 소재로 다가온다. 한걸음 멀리 시선을 돌리면 흉물스럽게 부식되어가는 폐선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의 중심이 된다.
이렇게 두세 시간의 촬영을 뒤로하고 다시 자동차를 운전하여 섬 중앙으로 달리다 보면 전형적인 시골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닷가 특유의 초가집은 바닷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낮은 높이의 돌담으로 둘러싸여있다. 이따금 시골집 지붕이라도 고치는 날이면 토박이 할아버지는 화제속의 촬영장의 주인공이 된다.
다시 핸들을 돌려 내륙 깊숙이 들어가면 소래포구와 함께 옛 염전으로 유명했던 마산포가 나오며, 멀리 용유도와 영종도를 이어 간척지를 조성하는 공사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이 현재의 인천국제공항으로 조성된 곳이다. 다시 해변을 돌아 마지막 남은 해변 마을을 지나면 멀리 바다건너 강화도의 마니산이 보이는 영종도의 끝자락에 예단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해변 곳곳의 바윗돌에는 6.25사변당시 전쟁의 흔적들인 탄환이 박힌 체 녹물을 흘리며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었다. 바닷가로 시선을 돌리니 아이들이 폐선 위에서 다이빙을 하며 한여름을 즐기고 있는 극적인 순간을 운 좋게 포착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인천국제공항으로 변화되어 다시는 볼 수 없는 추억어린 영상이 되었지만, 예단포 그곳엔 여행객의 입맛을 돋우는 칼국수집이 줄지어 늘어서서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서해의 지는 노을을 촬영하는 일몰촬영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