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저씨께서 운전 감각을 빨리 익히려면 하루에 한 시간 이상 꾸준히 핸들을 잡아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오늘도 차에 올랐다.
혜화동 빕스에 다니는 큰아이 출근을 시켜 보기로 했다.
일찌감치 그동안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네비게이션을 탐구해 여러가지 부가 기능을 익혀서 목적지를 입력하고 소리도 크게 조정해 두었다.
열 시가 넘고 출근 준비를 하고있는 아들에게 태워다 주겠노라 했더니 입을 삐쭉이며 달갑잖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언제나 어미의 말은 거역하지 않는 큰 애인지라 채비를 했다.
아직도 차를 탈라치면 가슴이 쿵쿵대고 입이 말라서 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 나섰는데 미아 사거리를 지나니 보란 듯이 안정이 됐다.
혜화동 로타리에서 회전 식 교차로가 낯설어 움찔댔으나 모두들 양보해주시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무난히 돌아 목적지에 안착, 성취감을 맛보았다.
서툰 엄마가 염려스러웠던지 큰 애가 문을 열고 내리면서 집에 곧바로 가라고 부탁을 했다.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는 내심 생각했던 북악스카이웨이로 달렸다.
바이크족들이 줄을 이어 좀 어려웠지만 차량은 붐비지 않아서 편안히 드라이빙, 반대편 산자락 끝까지 갔다가 다시 유턴하여 스카이웨이로 올라 주차장으로 들었다.
한산한 팔각정 뜰 한켠에서 내또레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기타를 반주로 노래하며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하고있었다. 편의점 커피를 마시며 노래를 듣고 얘기도 나눴다.
조금 지나니 방문객들이 오기 시작했지만 모금에 참여하는 사람은 없었다. 김밥을 드시다가 내가 다가가는 바람에 접어 두고 노래를 하신지라 오래 있을 수가 없어서 얼마의 성의를 표하고 일어났다.
주차장을 빠져 나와 요금소를 지나는데 창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우찌 되는겨 하면서 그냥 나가보려는데
차단대가 가로막고 움직이질 않네. 할수 없이 후진을 하면서 보니 셀프 기기가 보였다.
머뭇거리고 있는데 방송이 나온다.
요금을 안냈다고 대답했더니 차량 넘버를 묻는데
외워두지를 않아 내려서 확인을 하는데 뒤에 있던
외제차에서 투덜대는 여자의 소리가 들렸다.
얼른 사과부터 하고 양해를 구해야 되는데 그냥 멘붕
허덕허덕 일 처리를 끝내는 데만 정신이 쏠렸다.
그럴 때 비상 깜빡이라도 켜고 대처를 하든가 미안하다는 뜻을 전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다.
십여 미터나 왔나 싶은데 그 뒷차가 땡벌같이 내 차를 추월해 지나갔다. 40키로의 속도 제한이 있는 지역인데 나 때문에 화가 난 모양이었다. 난 정신이 없었을 뿐인데 뻔뻔스런 여자로 보였을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지만 어쩌랴.
오는 도중에 남편에게 들려 커피 한잔 마시며 헤매고 혼 난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도 남자였으면 그렇게 몰아부치지 않았을건데 여자라 속이 좁다고 푸념을 했다.^^*
우리 동네 미장원 아줌마가 주차 걱정을 하는 내게
아주 기발한 팁을 가르쳐 주었는데 그건 어디서건 남자 운전자에게 부탁을 하면 백% 기분 좋은 얼굴로
들어 준다는 거였다.
벌써 두번이나 실제 확인이 된 것으로 첫번째는 마을버스 주차장에서 주차 연습을 하다가 감이 모자라 옆차에 너무 가까이 붙었는데 옴짝달싹을 할 수 없었다. 마침 교대를 하시는 마을 버스 기사님께 부탁을 했더니 정말로 활짝 웃는 낯으로 해결해주셨다.
그리고 오늘도 처음 집앞 골목에 들어와 세웠는데 도저히 후진해서 나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나보다 안 쪽에 세운 차가 나갈 때 비켜 줘야 되는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후에 나가야 한다네.
난 또 미장원 아줌마의 팁을 발휘 아주 기분좋게 문제를 해결했다. 근데 하루가 다가도록 스카이웨이에서 몹시 짜증스런 투의 그 여자 음성이 떠나질 않았다.
난 곰곰 생각했다.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 한 조각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확실히 남자가 여자보다는 월등하고 더 인간적이라고~
아무튼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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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5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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