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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서울시참여예산위원회의 문화·체육분과 소속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250명을 뽑는 데,인터넷 공모에서 8대 1의
경쟁을 보였다. 나는 서울시 추천케이스였다. 9시간 수강으로 자격을 부여했다. 서울시장이 쓸 수 있는 예산 중 500억정도
예산인데, 서울 25개구에서 신청한 작은 규모의 민원성 예산으로 2015년 집행분을 심사를 하는 것이다. 총 8개분과에서
심사할 건수는 총 1,533건에 756억 원 규모며, 문화·체육분과의 신청 건 수는 104건에 115원 정도다.
문화·체육분과의 소속 위원은 남여 32명이고, 14세부터 72세, 또한 다양한 직업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 글은 서울시 참여예산 소통마당에 올린 글이다.]
주민참여예산 사업설명회에서
김 익 하(문화·체육분과)
2014년 6월 19일,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설명회에 위원자격으로 참여를 했다.
문화·체육분과인 경우 25개 구청에서 제안한 95개 사업에 대한 설명회가, 이틀 간 네 시간에 거쳐 진행되는
스케쥴이었다. 이는 비좁은 배수구에 집중폭우가 퍼붓는 경우와 다를 바 없어 아예 물리적으로 처리하기에는
불가능한 무리수였다. 하물며 정해진 시간 내에 처리를 하고자 기본적인 질문마저도 위원들의 입을
막음으로써 이 제도의 근본 취지를 무색케 했고, 제도의 시행에따른 운용의 미숙함으로 인하여 많은
문젯점을 노정시켰다는 게 나의 시선이다.
각 제안자들이 성의껏 마련한 자료를 들고나와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사업비 반영을 읍소했음에도 불구하고,
32명 위원이 소비하는 4시간, 즉 소비한 128시간의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효률적이고, 비생산적이란 말이다.
왜 소통이 안 되어 진정성마저 의심받는 설명회를 통관례로 거쳐야 하는가. 시행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운용의 묘를 찾아내기란 진정 불가사의한 것일까?
서로 이마를 맞대고 어려움을 말하여 작은 예산이나마 유호적절하게, 또 효과를 극대화하여 집행하는 지혜를
갖는 게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 참여 위원으로서 마음이 착잡했다.
또 제안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오락가락했다. 2015년도 주민참여예산으로 사업을
신청한 문화·체육분과 총 95건의 사업 가운데 도서관에 대한 요청사업이 33건으로 전체 제안의 34.7%에 달했다.
도서관 설립이란 일회성 지원으로 끝날 부문이 아니다. 도서구입과 관리에 대하여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어떤 제안자는 구(區)의 예산이 없어 14년간이나 방치되었던 건물에 비가 샌다고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 열악한 예산구조를 가진 구에 도서관을 지어주면 운영을 원만히 할 수 있겠는가? 머리에서 의아심이
떠나질 않았다. 따져보면 이도 참으로 딱두하다.
나는 몇 천만 원이 없어 꼭 해야할 구의 사업을 못했다는 다수의 제안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서서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각종 선거 때마다 나름대로 무엇, 무엇을 하겠다는 공약들이 홍수를 이루고도 남았는데,
빈한(貧寒)하여 구차함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현주소에 분함이 솟구쳤던 것이다. 그곳에서도 나름대로
책임을 질 단체장이 있고, 그것을 제대로 운영하라고 권한도 주고 새경[私耕]도 국민의 주머니에서 거둬
주었는데도, 쓰러질 듯 기울고 우기에 접어들면 누수로 머리를 감을 지경이라니 어귀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안설명자의 불성실함도 우려가 됐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이 사업효과와 투입자금인데, 몇 분은
예산금액이 각각 다른 자료를 배포하는 무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비록 주민참여 예산이 적지만
'로또'라 생각해서 '한 번 던져보지 뭐.' 하는 접근방식은 곤란하다는 이야기이다. 취지가 좋은 제도를 운용의
묘를 못 살려 서울시의 일부 예산이 '임꺽정의 부잣집 곳간'처럼 여겨지는 예산집행이 아니길 진심으로
걱정하며, 참여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감히 고언(苦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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