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추석 잘 보냈나?
나는 정신없이 며칠을 보냈다. 오는 자식들과 손자손녀들 ,
이렇게 함께 즐길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같이 놀아준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고역이더라. 떠난 자리는
시장이 파한 형국이다. 이것이 사람사는 보람에 해당한다고
야단들이지만 이또한 나이가 받아들이기는 버거운 것 같다.
아무튼 올해의 한가위도 떠들썩하게 보내고 긴 한숨을
몰아쉬고나니 친구들 얼굴이 떠오르는 구나. 언제 만나도
부담없는 옛날 모습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그 친구들 생각에
손 흔들어 본다.친구들아 건강하게 잘 지내자!!!
메일을 막 보내려고 하는데, 부산친구들이 함께 모여 점심
식사하고 있다면서 전화가 걸려 왔다. 분명 이신전심으로
통하는 무엇이있는 것 같다.부산 갯바람이 코 끝을 짜릿하게,
친구들의 정이 덤뿍 넘치는그 뜨그운 가슴속에서 우러 나
오며 따뜻한 음성, 반갑고 고마운 생각에 가슴 뭉클하다.
친구들아 고맙고 반가웠다.
대구 용남드림
사랑하기에 아름다운 이야기
"다시는 하얀 와이셔츠를 사지 않을 거예요"
"여보! 이리와 봐!"
"왜요?"
"와이셔츠가 이게 뭐야, 또 하얀색이야?"
"당신은 하얀색이 너무 잘 어울려요."
"그래도 내가 다른 색깔로 사오라고 했잖아!"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부터 아내에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얀 와이셔츠 말고 색상 있는 와이셔츠로 사오라고 몇 번이고 일렀건만
또다시 하얀 와이셔츠를 사다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 와이셔츠 다시 가서 바꿔 와!"
"미안해요. 유행 따라 색깔 있는 와이셔츠를 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당신한테는 하얀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나, 나 원 참...."
출근은 해야 하는데 몇 달째 계속 하얀색만 입고 가기가 창피했습니다.
한두 번 얘기한 것도 아니고...
신랑을 어떻게 보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아내는 방바닥에 펼쳐 있는 하얀 와이셔츠를 집어
차곡차곡 개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하얀색 와이셔츠의 소매 위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신 지금 우는 거야?"
"..."
"신랑 출근하려는데 그렇게 울면 어떡해"
"저... 이 옷...그냥 입어 주면 안 돼요?"
"왜 그래?"
"아니에요. 어서 출근하세요."
아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나는 좀 심했나 싶어 아내 어깨를 두드리며 한참을 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눈물 젖은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삐리릭 삐리릭!"
점심 식사시간 마지막 숟가락을 놓자마자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정현주 님께서 보낸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후다닥 사무실로 들어와 확인을 해보니
세 개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두 개는 광고 메일이고 다른 하난 아내가 보낸 메일 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당신 화나게 해서 미안해요.
아직 당신한테 얘기하지 못한 게 있는데요.
말로 하기가 참 부끄러워 이렇게 메일로 대신해요."
무슨 얘기를 할지 조금은 긴장되고 떨렸습니다.
"여보, 제가 어렸을 때 가장 부러워했던 게 뭔지 아세요?
옆집 빨랫줄에 걸려있는 하얀 와이셔츠였어요.
'우리 아버지도 저런 옷을 입고 회사에 다닌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아버지요, 단 한번도...단 한 번도...
와이셔츠를 입어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물론 와이셔츠하고는 거리가 먼 환경미화원이셨지만
자식이 줄줄이 셋이나 되는 우리 가족 뒷바라지에
새 옷 한 벌 입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알뜰하고 검소하게 살다 가신 분이세요."
지금까지 장인어른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던 아내에게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그래서 전 당신 만나기 전부터 이런 결심도 했지요."
난 하얀 와이셔츠를 입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꼭 결혼해야겠다고!
결국은 제 소원대로 당신과 결혼을 했고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당신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하얀 와이셔츠를 사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화를 내서가 아니에요. 이제야 알았거든요.
하얀 와이셔츠를 입어 보지 못한 나의 아버지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분인지를요.
늘 조금 굽은 어깨로 거리의 이곳 저곳을
청소하러 다니시는 나의 아버지야 말로
하얀 와이셔츠 만큼이나 마음이 하얀 분이라는 걸요.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아내가 하얀 와이셔츠만 사오는지...,
나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여보, 나 지금 뭐하고 있는 줄 알아?
아침에 당신이 하얀 와이셔츠 소매에 흘린
눈물자국 위에 입맞춤하고 있다구.
사랑해,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아름다운 이야기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