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습지
겨울의 중간인 1월 중순 한낮의 기온이 십오 도를 오르내린다. 아침 밥을 먹고 동북 방면우포늪을 찾아가기로 했다. 아내와 딸을 자동차에 태우고 구불구불한 국도는 긴장하게 만든다. 삼십 여 분을 달려 우포늪 입구에 도착하였다. 우포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방문객은 우리 일행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편안하고 여유롭게 주차를 하고 우포늪을 찾아간다. 탐방로 오른편 우포늪 생태관은 2층 건물이다. 늪의 사계와 살아있는 우포늪과 우포늪에 모여있는 가족들과 생태 환경을 이해하는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실마다 현장감 있는 입체 모형과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고 생태체험 학습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고 한다.
우포늪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내륙 습지로 다양한 동식물이 자라고 있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또 천연기념물 제524호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어 있다. 겨울 철새 중 청둥오리와 큰 고니가 많고 연꽃이 있는 사지포와 버드나무의 운치가 있는 목포, 가시연이 가득한 쪽지벌을 모두 볼 수 있는 우포늪 생명길을 따라 걷는데 수려한 경관과 철새가 날개짓 하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십여 분을 걸어 갈림길에 섰다. 대제방 방향과 전망대쪽인데 대제방으로 발길을 옮긴다. 수양버들이 몸집을 과시하고 늘어서 있는 위용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나무의 높이와 몸통의 둘레 크기가 대단하다. 수양버들이 자라는 곳은 물과 육지의 경계를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고 한다. 나아가 물가나 습지에서 자라는 수양버들은 나무의 잔 뿌리가 넓게 자리 잡는 특징이 있어 나무를 잘 지탱하게 해 주고 물을 정화시키단다. 그리고 수분을 머금어 홍수와 가뭄에도 유용하게 작용한다.
진입로 바닥에는 사진 촬영에 도움이 되는 포토존 그림판이 안내를 한다. 제방으로 가는 길 언저리는 기온이 높아져 얼음이 녹고 늪 가장자리만 하얗게 얼어 있다. 딸과 엉거주춤 얼음판에 발을 들여놓았다. 서로의 손을 잡고 썰매를 끄는 모습은 재미를 안겨 준다. 어릴적 물웅덩이에서 얼음 지쳤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물 가운데서 노니는 새들이 포근함을 안겨준다. 계절은 겨울인데 지금의 날씨는 봄이다. 제방에는 멀리 새들을 살펴 볼 수 있도록 망원경이 곳곳에 설치되어 자세한 관찰을 도왔다. 청둥오리의 색깔은 자연스런 멋을 더해주고 고니의 덩치는 예상을 뛰어 넘는다.
창녕 우포는 따오기 복원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멸종되었던 천연기념물 제198호로 사랑과 행운을 전하는 따오기를 복원하는 곳이다. 어린 시절 자주 불렀던 노랫말 속의 새다. 따오기역사체험관에는 따오기를 소개하고 복원 사업의 의미와 복원 과정을 홍보하고 있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계절에 쉽게 볼 수 있던 새가 이제는 특별히 관리되고 있다.
어찌 따오기만 그럴까? 우리 주변에는 이런 예가 많다. 흔하고 흔한 것이 짧은 사이에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되었다. 관리에 문제가 되기도 하였지만 소중히 다루지 않은 탓이 크다. 자연 생태계나 인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작은 사회 단위인 가족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세대를 떠나 점차 부부 중심으로 행해지는 여러 모습은 의식에서부터 차이가 나타난다. 개인의 행복 추구는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고등동물이다. 이해와 배려가 바탕이 되는 사회는 활력이 넘치고 갈등이 적다.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날마다 행복을 꿈꾸고 정겨운 목소리로 서로에게 믿음이 가는 사회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