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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지론(發智論)-대비바사론(大毘婆娑論)-구사론(俱舍論)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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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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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서들은 부파불교시대의 아비달마를 총정리한 논서들이다. 특정의 한 분야만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 불교교의 전반에 대해 논의한 것이라서 불교교의를 공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요긴한 논서라 하겠다. 따라서 일단 이 세권의 관계를 이해해 두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 논서들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승불교 교의를 주로 다루고 있으나 초기불교의 기본교의가 어디에 있으며, 대승불교 성립의 배경이 어디에 있는가를 연구하는 데에도 필독의 논서들이다. 그리하여 이 세권의 논서가 불교교의의 줄기에 해당된다 할 수 있고, 기타 나머지 수많은 논서들은 가지나 잎에 해당하는 논서라 하겠다.
특히 <구사론>은 소승불교의 기초학인 동시에 종국학(終局學)이며 유식학은 대승불교의 기초학이 된다. 소승불교가 없이는 대승불교가 있을 수 없고 대승불교를 이해하는 데는 소승불교를 이해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구사론>의 기초학을 몸에 익힌 다음 유식ㆍ중관, 또는 화엄ㆍ천태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를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 할 수 있다.
(1) <발지론(發智論, skt. jñānaprasthāna-śāstra)>
<아비달마발지론(阿毘達磨發智論, Abhidharma-jñānaprasthāna-śāstra)>이 원명이다. 부파불교시대인 BC 2세기 경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의 파조(派祖)로 존숭되던 가다연니자(迦多衍尼子, 카트야야니푸트라/Katyayaniputra)가 저술한 논서로서 당나라 현장(玄奬)이 657∼660년에 한역했다. 모두 20권, 25,000의 게송(혹은 16,000게송, 18,000게송)이 8장 44절로 구성돼있다.
8장은 잡(雜)ㆍ결(結)ㆍ지(智)ㆍ업(業)ㆍ대종(大種)ㆍ근(根)ㆍ정(定)ㆍ견(見)의 8온(八蘊)으로 나뉘고, 44절은 44납식(納息)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온은 장(章)에 해당하고, 납식은 절(節)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대체적인 구성을 보면 먼저 총론이 나오고 그 뒤를 이어 번뇌와 번뇌를 끊는 지혜, 윤회의 원인, 물질구성의 요소, 사람의 기능과 명상의 순서를 논하고 마지막으로는 바로잡아야 할 잘못된 견해를 논하고 있다.
<발지경(發智經)>, <발혜론(發慧論)>, <팔건도론(八健度論)>이라고도 하고, 발지론을 몸통에 비유해 <발지신론(發智身論)>이라고도 한다. 즉, 설일체유부의 초기 논서 <육족론(六足論)>을 발에 비유해 육족발지(六足發智)라 하고, <발지론>을 몸통에 비유해 <발지신론>이라고도 한다.
<발지론>이 나오기 전에는 여러 논(論)들이 주로 각기 특정한 문제를 분담해 고찰하고 있었는데 비해, 이 논서에 이르면 비로소 설일체유부 학설 전반에 걸쳐 조직적인 논술이 이루어짐으로써 드디어 원시불교에서 설일체유부의 교리가 독립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설일체유부의 교학을 체계적으로 확립시킨 대표적인 논서로서 널리 연구되며, 많은 주석서도 만들어졌고, 이 <발지론>에 대한 방대한 주석서가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비바사론>(200권)이다.
그리하여 소승불교 대표적 부파인 설일체유부 논서는 아래와 같이 발전했다.
「육족론(六足論)→발지론(發智論, BC 2세기경)→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 AD 2세기)→아비담심론(阿毘曇心論, 4세기)→구사론(俱舍論, 4세기)」의 순서로 발전돼나갔다.
그러면 <발지론> 8온 44납식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1. 잡온(雜蘊)
잡온 안에는 여덟 개의 납식이 있는데, 본 장은 일종의 총론에 해당되며, 여러 가지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① 세제일법 납식(世第一法納息) : 세제일법이란 속세에서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법이라는 의미로 출세간에 들어가기 직전의 단계를 말한다. 이어서 비구가 퇴치해야 할 세속적인 견해를 논하고 있는데, 그 첫째는 '나'나 '내 것'이 있다는 생각을 말한다. 이러한 견해 등은 사성제 중의 고제(苦諦)를 깨달으면 떨쳐버릴 수 있다고 했다.
② 지 납식(智納息) : 지혜의 한계와 인연의 원리를 논하고 있다. 말하자면 사람은 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없는데, 그것은 의식작용이 일련의 연속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절에서 보이는 육인(六因)과 수면(隨眠)에 관한 논의는 유부교학의 핵심이다.
③ 보특가라 납식(補特伽羅納息) : 보특가라(補特伽羅, pudgala, 個我)는 유정(有情), 즉 중생을 가리키는 말로 인(人)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 절에서는 육도를 윤회하는 중생이 그것에서 벗어나자면 12연기를 알아야 한다는 점과 해탈의 본질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④ 애경 납식(愛敬納息) : 삼보와 선지식을 공경하고 흠모해야 함을 이야기하는 절이다. 또 무여열반ㆍ유여열반과 삼귀의의 본질 등을 논하고 있다.
⑤ 무참 납식(無慚納息) : 이 절에서는 참(慙;부끄러움)과 괴(愧;창피하게 느낌), 무참과 무괴에 대한 논의와 마음의 변이, 꿈의 자성(自性) 등의 문제를 논하고 있다. 여기에서 꿈은 평상시 마음의 반영이라고 하면서 그 선⋅악을 가리고 그에 따라 화와 복이 따른다고 했다.
⑥ 상 납식(相納息) : 사물현상의 변화과정을 논하는 절이다. 모든 사물현상은 생겨나고 변하고 없어지는 변화과정을 되풀이하는데, 이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으며, 그것이 인생에서는 생로병사로 나타난다고 했다.
⑦ 무의 납식(無義納息) : 이 절에서는 고행의 무의미함과 욕심을 버릴 것 등을 포함한 수신행(隨信行)을 논의하고 있다.
※수신행(隨信行) -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깊게 믿어, 그것에 따라 수행하는 것을 말함. 초기불교에는 깨달음을 얻는 2가지 방법으로 수신행(隨信行)과 수법행(隨法行)이 있다. 수신행은 믿음을 따르는 수행이며, 수법행은 스스로 지혜를 갖추는 수행이다.
---이하 생략---
(2) <대비바사론(大毘婆娑論, skt. Abhidharma-mahā-vibhāṣā-śāstra)>
<아비달마대비바사론(Abhidharma-mahā-vibhāṣā-śāstra)>이 원명이며, 부파불교시대 대표적 논서로서, 설일체유부 가다연니자(迦多衍尼子, Katyayaniputra)가 저술했다는 <아비달마발지론(發智論)>에 대한 주석서이다.
AD 2세기 인도를 통일한 쿠샨왕조(대월지국/大月氏國) 카니슈카(Kanishka)왕 보호 아래 협(脇, Pārśva/파르스바) 존자를 중심으로 해서 법구(法救), 묘음(妙音), 세우(世友), 각천(覺天) 등 논사와 500여명 아라한들이 카스미라(迦濕彌羅, 카슈미르, Kasmira)에 모여 제4차 불전결집 당시 삼장(三藏)을 주석하게 했는데, <대비바사론>도 그 중의 하나였다. 전체 분량이 200권이 되는 대작이다. <대비바사론>은 <발지론>의 주석서인 만큼 그 구성과 내용은 모두 <발지론>과 비슷하다.
부파불교시대에 불경 주석과 연구에 종사한 주석가들을 비바사사(毘婆沙師, Vibhasika)라고 불렀으며, 이들에 의해 편찬된 것이어서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이라 했다.
이 논서가 나타남으로써 교리에 대한 연구와 주석의 세분화는 한층 더 촉진됐고, 고찰 역시 더욱 정밀해졌다.
실제로 이것은 단순히 <발지론>의 주석일 뿐만 아니라, 만약 어떤 연관되는 부분이 있다면 <발지론>에서 언급되지 않는 문제까지도 새롭게 채택해 논의했다.
또한 이를 통해 유부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자신들 부파 내의 여러 가지 이론(異論)이나 다른 학파의 학설을 수없이 인용하고 있어서 실로 설일체유부 학설을 집대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중국으로 전해져서 AD 5세기 북량(北涼) 부타발마(浮陀跋摩), 도태(道泰) 등이 번역한 <아비담비바사론(阿毘曇毘婆娑論)>이 있으며, 당나라 현장(玄奘) 번역본도 있다. 전자를 구역이라 하고, 현장 번역을 신역이라 한다.
<발지론>이 저술된 이래 아비달마 문헌의 전개는 그에 대한 주석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비바사론>이다. <대비바사론>이 편집된 이후에는 아비달마의 이론을 체계화하려는 시도가 주류를 이루게 됐는데, 법승(法勝)의 <아비담심론(阿毘曇心論)>, 법구(法救)의 <잡아비담심론(雜阿毘曇心論)>, 세친(世親)의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등이 그 대표적 논서들이다.
<대비바사론>의 분량이 200권이나 돼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핵심이 되는 주제나 개념들을 종합해 간결하게 재구성한 것이 <아비담심론(阿毘曇心論)>이다.
<아비담심론>은 분량은 적지만 유부의 사상을 종합적이고 창조적으로 조직했으며 후에 세친의 저술인 <구사론>의 모델이 됐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운문[게송(偈頌)]으로 핵심적 교설을 기술하고 산문으로 부연 설명하는 형식도 이 논서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서 이후의 거의 모든 아비달마 논서들이 이 형식을 따르고 사상적인 영향도 이 텍스트에 바탕을 두고 있다.
(3) <아비담심론(阿毘曇心論)>
저자 법승(法勝)의 생존 연대 불명이나, 대체로 3세기 전반 경의 인물이다.
유부학파에서 아비달마를 통한 독자적 교의 체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주목되는 것이 법승(法勝)의 <아비담심론(阿毘曇心論)>이다.
이 논서는 이전 논서의 방대한 내용을 간추려서 요강서 혹은 입문서 형태로 저술했다. 그리하여 이 논서의 분량은 작지만 유부의 사상을 종합적이고 창조적으로 조직했으며, 세친 <아비달마구사론>의 모델이 됐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운문[게송(偈頌)]으로 핵심적 교설을 기술하고 산문으로 부연 설명하는 형식도 이 논서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서 이후의 거의 모든 아비달마 논서들이 이 형식을 답습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석으로서는 <아비담심론경(阿毘曇心論經)>과 <잡아비담심론(雜阿毘曇心論)>이 있다.
특히 법승(法勝)의 <아비담심론>은 모두 10품으로 구성돼있는데,
제1 <계품(界品)>과 제2 <행품(行品)>에서는 유부 교의의 핵심인 법의 이론을 설하고,
제3 <업품(業品)>과 제4 <사품(使品)>에서는 미혹한 세계의 원인인 업과 번뇌를 밝혔으며,
제5 <현성품(賢聖品)>과 제6 <지품(智品)>, 그리고 제7 <정품(定品)>에서는 깨달음의 경지와 그에 이르는 방편(지혜와 선정)에 대해 논설하고 있어(뒤의 3품은 보유와 부록이다).
체계나 형식에 있어 이후 유부 논서의 정형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논서는 유부의 후기 논서를 가르는 분기점이 되기도 한다. <대비바사론>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인도 불교학자인 법승(法勝)이 중요한 것만을 뽑아서 <아비딤심론(阿毘曇心論)>을 편집했는데, 이를 동진<東晋>때의 제바 스님이 다시 번역하고 혜원(慧遠)이 교정해서 4 권으로 조성돼있다.
(4) <구사론(俱舍論, kosa-sastra)>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skt. Abhidharmakosa-sastra)이 원명이이다. 즉, ‘아비달마코샤(anhidharmakośa)'를 음역한 것이고, <아비달마구사석론(阿毘達磨俱舍釋論)>이라고도 한다. 구사는 장(藏), 또는 강요(綱要)라는 뜻이기 때문에 아비달마강요, 아비달마개론이라는 뜻이다.
<청정도론>은 남방 상좌부불교 부동의 준거가 되는 주석서이고, <구사론>은 경량부적인 견해를 수용한 설일체유부의 논서로서 소위 북방 소승불교의 대표적 논서이다.
AD 4세기 경 세친(世親, 바수반두, 320~400?)이 설일체유부의 교의체계를 간결하게 요약 해설한 백과사전식 논서인데, 설일체유부 교의를 체계화함에 있어서 비바사사(주석가)의 설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부파 특히 경량부설까지도 참조해 비판적 태도로 저술한 점에 특색이 있다.
세친은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에 속한 인물이었으며, 훗날 대승불교 유식파로 전향하기 전 지은 것이 <구사론>이다.
고ㆍ집ㆍ멸ㆍ도 사성제(四聖諦)를 큰 축으로 해서 불교의 방대한 교설을 정리했으며, 계(界), 근(根), 세간(世間), 업(業), 수면(隨眠), 현성(賢聖), 지(智), 정(定), 파아(破我)의 9품 30권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하여 우선 ‘계품(界品)’과 ‘근품(根品)’에서 제법의 본질과 작용을 밝히고,
‘세간품(世間品)’, ‘업품(業品)’, ‘수면품(隨眠品)’에서 고(苦)의 실상과 그 원인과 조건이 되는 업과 번뇌를 설하고 있다.
‘현성품(賢聖品)’과 ‘지품(智品)’, ‘정품(定品)’에서 고(苦)를 멸한 열반과 그 원인과 조건이 되는 지(智)와 선정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는 곧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인 4성제의 체계를 바탕으로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구사론>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계 및 현상계를 초월한 초자연계를 포함한 존재하는 모든 존재의 분석에 주력했다.
따라서 <구사론>은 불교철학 또는 불교의 교상(敎相)과 교학체계를 배우는데 있어서 이해해야할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논서이다.
이것은 'dharma' 즉 '법'이란 부처님의 가르침 혹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진리를 뜻하고, 그것을 담아서 전승(傳承)한 것이 아가마(아함)이다.
그리고 이 아가마에 담긴 'dharma'를 자료로 삼아 그것에 대해서(abhi-) 철학적으로 연구해 체계화시킨 '대법(對法)'으로서 불교사에서 가장 잘 정돈된 교학체계서가 <구사론>이다.
후대에 발달된 중관학(中觀學)이나 유식학(唯識學)도 <구사론>을 바탕으로 다르마(法)를 다른 관점과 입장에서 재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구사론>을 무시하고는 중관(中觀)이나 유식(唯識)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대승의 교학체계인 유식학은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의 교학을 중관의 공사상(空思想)에 의해 비판을 한 다음에 그것을 대승적으로 변용시킨 대승의 아비달마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교 교학자들은 옛날부터 '구사 8년(俱舍八年) 유식 3년(唯識三年)'이라는 말을 했다. 즉, ‘구사론 공부에 8년, 유식 공부에 3년을 바치라’고 한 말이 시사하듯이 전통적으로 유식학에 뜻을 둔 불교학자도 아비달마불교의 꽃이자 열매인 세친의 <아비달마구사론>을 먼저 공부하는 것이 순서였다.
인도 승려 진제(眞諦, 파라마르타/Paramartha, 499~569)는 중국 남조(南朝) 양 무제(武帝)의 초청을 받아 중국으로 와서 한역한 것이 <아비달마구사석론(阿毘達磨俱舍釋論)>이다. 이를 줄여서 <구사석론(俱舍釋論)>이라 한다.
그리고 그 후 당나라 때 현장(玄奘)이 이를 다시 번역해서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이라 했고, 줄여서 <구사론>이라 했다. 그래서 진제의 번역을 구구사(舊俱舍)라 하고, 현장의 번역을 신구사(新俱舍)라 한다.
이 책은 명실상부 부파불교의 교학을 대표하는 명저로서 인도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 일본에서도 교리 문제에서 매우 권위 있는 저서로 중시돼왔고, 부파교학의 표준입문서로 활용돼왔다.
<구사론>이 불교학의 기초이론으로써 오랫동안 평가돼온 것은 그 교의가 정연한 체계로 논술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불교술어에 대해 명쾌한 정의를 내리고 있으며, 600개의 게송(偈頌)과 각 송에 대해 세친 자신이 붙인 8,000연의 산문 주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사론>은 기본적으로 아비달마7론이나 <대비바사론>을 근거로 하면서도, 이전의 논서와는 그 체계를 달리하는 <아비담심론>과 이를 개량 증보한 <아비담심경론>ㆍ<잡아비담심론>의 조직과 내용을 토대로 해 작성된 논서이다.” - 권오민
그리고 <구사론>은 설일체유부의 7대 아비달마 논서[7론(七論)]에 대한 입문서이자 체계적 요약서로서, 철학, 우주론, 윤리학, 구원론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 이 작품이 차지하는 위치는 로마가톨릭에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神學大全)>이 차지하는 위치에 비견돼왔다.
남방불교의 <청정도론>에 대비되는 북방불교의 아비달마를 집대성한 대표적 논서이고, 현재 산스크리트어 원전이 남아있다.
<구사론>이 저술돼 반포된 직후 한편으로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해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설을 비판하고자 설일체유부의 정통학설을 밝힌 논서로서 세 종류가 현존한다. 현장(玄奬)의 한역(漢譯)으로만 존재하는 카슈미르 정통유부의 종장 중현(衆賢, Sanghabhadra)이 지은 <아비달마순정리론(阿毘達磨順正俚論)>과<아비달마장현종론(阿毘達磨藏顯宗論)>, 그리고 아비달마의 등불이라는 뜻의 작자 미상인 <아비달마디파(Abhidharmadipa)>가 바로 그것이다.
<구사론>은 소위 소승불교의 근본이론서이기도 하지만 북방의 스님들도 옛날에 이력종장(履歷宗匠)이 되기 위해서는 15년을 공부했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8년을 <구사론>을 공부하고, 3년은 유식공부를 하고, 나머지 4년을 대승경론을 공부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아비달마는 법을 이해하는 핵심 중의 핵심으로 옛날 중국의 큰스님들도 강조한 바 있다.
※이력종장(履歷宗匠)---스님이 되면 강원에서 불경을 배워야 하는데, 정한 바 경전을 모두 배운 사람, 즉 정해진 경전을 다 배운 종사를 말한다. 이론에 밝은 큰 스님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세친은 <구사론>을 통해, 단지 유부사상을 정리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부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고, 그것에 대해 낱낱이 비판하고자 한 것이 세친의 본래 의도였다. 그럼, 세친이 <구사론>을 통해 비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존재와 인식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존재(存在)에 관한 비판을 보면, 유부는 ‘일체, 즉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법은 존재한다’고 하는 ‘삼세실유설(三世實有說)’을 주장했다.
이에 세친은 오직 존재하는 것은 현재의 한 찰나일 뿐, 과거나 미래는 실유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세친은 모든 존재는 생하자마자 멸하는 바로 그 찰나에만 존재할 뿐, 과거나 미래에 변하지 않는 어떤 자성(自性)으로서 존재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식에 대한 비판을 보면, 유부가 ‘식유필경(識有必境)’, 즉 인식에는 반드시 그 대상이 실재한다는 것을 주장한 반면에,
세친은 ‘무소연심(無所緣心)’, 즉 대상이 없는 인식도 있다고 해서, 앞서 존재의 문제와 더불어 인식에 있어서도 상반된 관점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체적인 맥락만을 보면, 당시 세친은 대상에 대한 인식이란 대상이 존재 그 자체로 인식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인식하는 순간 그 대상은 이미 소멸했기 때문에 우리가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한 찰나 전 존재했던 대상이 남긴 표상, 즉 이미지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는 이미 소멸했고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므로 과거나 미래는 실유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세친은 <구사론>을 지을 당시 대체로 유부에 비판적이면서 경량부적 사상에 치우쳐 있었지만, 이후 그의 형 무착(無着)의 권유로 다시 대승의 유식사상으로 전향하게 됨으로써 그의 사상적 행보는 더없이 넓어졌다.
-----------------------------------------------------------------------------성불하십시오. 작성자 아미산(이덕호)
※이 글을 작성함에 많은 분들의 글을 참조하고 인용했음을 밝혀둡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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