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가 죽고, 썰렁했던 쿠바의 마지막 밤.
비냘레스 투어까지 마치고 일정을 정리하는 날.
마지막이라는 말은 언제나 아쉬움을 줍니다.

투어에서 돌아온 후,
서둘러 오비스포 거리로 달려가 못다한 쇼핑을 마치고
마지막 저녁식사를 위해 중국식당으로 갔습니다.
깜깜한 아바나의 밤거리에,
중국식당가만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습니다.
매년 먹는 곳이지만, 올해는 일정 내내
팀원분이 해주시는 밥을 먹고 다녀서인지
유독 맛없게 느껴집니다.
이것도 맛있다고 잘 먹고 다녔었는데.

마지막 아침이 밝아 공항으로 가는 길.그 날은 아바나를 출발하여 쿠바 곳곳을 거쳐 산티아고 데 쿠바에 도착한 카스트로의 시신이국립묘지, 호세 마르티 옆에 묻히는 날이기도 했습니다.장례식날이라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서둘러 아침식사를 하고 공항으로 가는 길화물열차가 우리 앞을 가로막았습니다.끝이 보이지 않게 긴 화물칸들이 느릿한 속도로 우리 앞을 아주 천천히 지나가다가는덜컹, 하고 멈추어 섰을 때,내 심장도 멎는 줄 알았습니다.수십칸의 화물칸을, 단 한 대의 기관차가 끌고 가니그렇게 느릴 수 밖에요.
드디어 느림보 화물열차가 다 지나가고
공항에 도착해보니, 항공일정이 변경되어
오히려 여유로운 시각이었습니다.
탑승게이트가 바뀌고 또 바뀌는 혼잡 끝에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비행기 탔으니 내보내 주겠지.

쿠바를 떠나면서 이렇게 안도하긴 처음입니다.
카스트로의 죽음이라는 커다란 사건에
우리 여행에도 어떤 차질이 생기면 어떡하나,
인솔자 입장에선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무사히 비행기는 떴고,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던 카리브해의 고운 물빛을 보며
드디어 쿠바를 아쉬워할 수 있었습니다.
매년 쿠바에 오지만, 카스트로의 사망이라는 사건은
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 좀 긴장했습니다.

무사히 칸쿤 도착.
무사히 호텔까지 도착.
드디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끝나가는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호텔존 안의 호텔에 짐을 풀고,
칸쿤 시내로 나왔습니다.
후안디에고 축일과 크리스마스를 앞둔
칸쿤, 팔라파스 광장의 12월은 들떠 있었습니다.
국상을 맞은 쿠바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입니다.

호텔 바로 앞은 또다시 카리브해.
쿠바의 비싸기만하고 상태는 엉망이었던
호텔들을 견뎌낸 보상으로
호텔존의 괜찮은 호텔로 왔습니다.
파도가 세서, 이번엔 바다로 뛰어들지 못했지만
쿠바에서 즐기지 못했던 음악도 있고
뭔가 자유로움도 느껴지고,
과테말라에 다녀왔을때처럼
이번에도 선진국으로 넘어온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여행이 끝났습니다.
멕시코시티에서의 첫날
자질구레한 사건들이 터져서 걱정했지만,
그 후로는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모든 것이 순조롭게
날씨마저도 축복받은듯 멋지게,
그렇게 지나가던 여행에
마지막에 크게 한방 얻어맞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가장 즐거웠어야할 쿠바에서.
여행은 삶의 단편을 보여주는 듯,
삶에서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듯,
여행 중에 일어나는 어떤 사건들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대처해야겠지요.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내 삶이듯,
이것도 여행이니까요.
하지만, 피델 카스트로의 사망이라는 사건은
두번다시 발생하지 않겠지요.
고령의 라울 카스트로가 아직 생존해 있어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았지만요.
그래서, 계획하지 못했던 이 일들까지 포함해서,
우리의 여행은 알차고 즐거웠습니다.
나를 믿고 따라와주신 모든 분들이
어느 한 분, 아프거나 다친 분 없이
모두가 무사히 가족들 품으로 가셨다는 것 만으로
인솔자인 나에게는 감사한 여행이었습니다.
언젠가,
또다른 길 위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수고많으셨네요.
정말 즐거운 추억들이 되셧으리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여행은 몇일 전에 끝났지만, 쿠바 인터넷 사정때문에 이제사 여행기 다 올렸습니다.
아쉬움도 있으시겠지만
고생 마니 하셨겠어요
저는 중남미라곤 칸쿤만 가봤기 땜에 (그것도 팔이 부러져서 물속에 들어가 보지도 못함 ㅋ)
글두 그 물빛은 여전하네요~
바람이 불어도, 파도가 높아도, 물빛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다시 오시는 그 날에도 그럴거예요 ^^
네버렌드 고생했어요.
...아름다운 중미속에 쿠바야 노스베모스

겼어요...뿐만 아니라 울 카페 회원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지만 눈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수고했어요 네버렌드 
귀국이 한참 지났지만 네버렌드가 현지에서 보내주는 따끈따끈한 여행기를 보면서 이제야 나의 여행도
아쉬움을 남긴체 끝났네요....피델카스트로여 고이잠들라...아디오스
감성적인 여행기
여행기마다 조회수가 많은걸 보니...댓글은 안
항상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