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에 살고 있는 한반도인들은 광복된 지 69년이란 긴 기간을 보냈다. 아직까지도 분단으로 나뉘어 산 남북은 진정한 광복을 맞이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개혁적 노선을 걷고 있는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교황의 방한이 남북화해와 통일에 기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교회나 정치권에서 교황의 방한을 환영하는 이유는 한반도 평화증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 2월 22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염수정 추기경 서임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염 추기경에게 비레타를 수여하고 있는 모습. ©가톨릭 서울대교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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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는 지난 3월 10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을 발표했다. 오는 8월14일부터 8월18일까지 방한한다. 눈에 띄는 것은 교황이 광복절 기간에 방한 한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식의 집전 △명동대성당에서 한반도평화기원미사집전 등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한반도평화기원 미사집전에는 북한 천주교 신자들도 초청된다고 한다.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은 지난 3월 10일 “교황 성하의 한국 방문을 환영합니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염 추기경은 이 메시지에서 “교황 성하께서 아시아 청년들과 대한민국 신자를 기억하여 멀리 우리나라에 오심을 고맙게 생각한다. 지난 추기경 서임 때 교황 성하께서 한국을 정말
사랑하신다는 말씀을 직접 전해주신 것에 이어 실제로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로 결정하신 것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느낀다. 교황 성하의 방문은 우리나라의 큰 기쁨이며 축복이 될 것”아라면서 “이번 교황 성하의 방문이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아시아 전체에 주님의 평화를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이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런 환영 분위기 속에서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5월21일 개성공단을 방문, 혹여 “교황의 개성공단 방문이 예정되어 있지 않나?”라는, 숨은
그림을 그리게 했다. 우리나라 추기경으로서는 첫 방문이었다. 염 추기경은 개성공단 방문을 마친 뒤 “한반도의 아픔을 극복할 희망을 봤다”고 피력했다. 이어 “서울에서 개성공단까지 60km 남짓 거리이다. 이 짧은 거리를 얼마나 멀게 살고 있는가…”라고, 안타까워하며 “선의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며 진실로 노력한다면 평화가 정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회 측은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은 개성공단 내 천주교 신자 공동체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북측
인사와 접촉하지도 않았고, 미사도 봉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염두에 둔
사전 답사가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는 “교황님의 방한과 무관하다”면서 “개성공단 내 신자공동체인 로사리오 회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방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천주교회측의
확대해석 경계와 무관하게 정치적인 기대도 뒤따른다.
염 추기경은 천주교 평양교구장을 맡고 있다. 평양교구는 “1927년 3월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서울대목구로부터 평양지목구가 분리·설정” 됐다. 1944년 한국천주교회 교세통계에 따르면 “당시 평양교구는 본당 19개, 공소 106개,
교육기관 22개, 복지기관 17개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신자 수는 26,400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1948년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 천주교는 어려움을 겪기 시작, 오늘에 이른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6월 2일 한국일보가 마련한 토론회에서 “우리가 통일을 주도하려면 남북이
소통해 공통분모를 만들어야 하고, 통일의 중간단계에 대한 정부의 밑그림이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박 대통령이 통일 의지를 국제사회에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고 전제하고 “그 의지를 실행할 전략과 사람이 문제인데,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하겠다. 곧 교황이 방한을 한다. 8월에 교황이 오면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해 한반도 평화와 탈냉전의 물꼬를 트게 하겠다. 교황도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이미 알려진 얘기이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간 한국 천주교는 정치적으로는 독재타도에 앞장서 주었고, 한국인들의 영성 발전에 기여해주었다. 짧은 선교 기간에 다수의 신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한 교단이기도 하다. 한국 천주교는 정치-사회적인 영향력을 확보했다. 교황의 방한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피아가 잘못한 점을 대놓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1984년-1989년, 한국을 두 차례 방문했던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은 한국 땅에 처음 도착했을 때 땅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고 말했다. 8월에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문명이 개화된 시기의 분단살이는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인류가 지닌 최대의 죄악이랄 수 있다. 기독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사랑이다. 교황의 방한 기간 내에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에 도움”되는, 분단해소라는 인류애를 향한 사랑의 메시지 발표와 파격적인 족적이 있기를 기대한다.
moonilsuk@korea.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