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49. 제석, 금시조의 알, 인자함과 참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옛날 어느 때 제석과 아수라가 싸웠는데, 그 때에는 천인들이 이기지 못하고 아수라가 승리하였다.
그때 제석은 자기가 아수라만 못한 것을 보고 즉시 수레를 돌려서 천궁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 길 복판에 고사라수(苦娑羅樹)가 보였으며, 나무 위에는 금시조의 둥지가 있었다.
제석은 즉시 마부 마득리가에게 명령하였다.
‘이 둥지 속에는 새알 두 개가 있어서 손상시킬 우려가 있으니, 너는 수레를 돌려서 이 나무를 피해 가거라.’
제석은 곧 마득리가를 향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나무 위의 둥지를 보거라.
둥지 속에는 알 두 개가 있는데
지금 수레를 그곳으로 끌고 가면
반드시 부딪쳐서 깨질 우려가 있네.
내가 차라리 이 몸을 가지고
아수라의 진 속에 들어가서
목숨을 잃고 말지언정
끝내 새알은 깨뜨리지 않으리라.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제석은 즉시 수레를 돌렸다.
그때 아수라들은 제석이 수레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 크게 두려워하면서 제각기 이러한 말을 하였다.
‘제석이 아까는 거짓으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지금 다시 돌리고 있으니, 이는 반드시 우리 군사를 쳐부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수라들이 즉시 후퇴하자 천인들이 쫓아가서 그 성에까지 육박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은 천왕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오랫동안 인자함과 참음을 닦았으니, 그대 비구들도 반드시 그런 것을 배워야 한다.”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