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5권
49. 불설잡찬경(佛說雜讚經)
[거란 본에는 이 경이 제 50으로 되어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 한 비구니가 있었는데 도를 위하여 집을 버리고 나왔으나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였다.
여러 속인들과 어울려 추하고 거칠게 굴었으며 그 행동이 순일하지 못하여 그 어머니가 여러 번 나무랐다.
“그렇게 하지 마라. 행동에 절도와 한계가 있어야 한다.
만약 법회가 있으면 경을 강의하고 그 뜻을 설명해 주어야 하며 그렇게 행동해야 하느니라.
세속의 일에 나아가 얽혀 봐야 얻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 아버지도 그를 나무랐으나 부모가 가르치는 법을 수긍하려 들지 않았다.
세속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집안의 어지러운 일을 만들어 내고 악인이나 불성취(不成就)의 자식들하고만 서로 어울려 따라다녔다. 여러 흉악한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치고 받다가 손으로 얻어맞고 물 속에 던져져서 빠지게 되었다.
오랫동안 방치되자,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 건져달라고 했으나 버려둔 채 가버렸다.
여러 비구들이 듣고 가서 그를 구해서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가서 그 본말을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비구니는 이번 세상에서만 집안의 가르침을 듣지 않고 미혹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니라.
과거 아주 오랜 옛날에 까마귀의 둥지가인가 근처에 여럿이 있었다. 사람들이 자주 즐겨서 까마귀를 찾으며 까마귀를 잡아가려고 하였다.
까마귀의 아내가 까마귀에게 말했다.
‘인가 근처에 집을 지어서는 이득 될 것이 없어요. 사람을 믿지 마세요.
당신을 잡아서 모진 고통을 가하는 일이 없다고 할 수 없어요.’
그 까마귀가 이 말을 듣고 떠나려고 하였으나 마음으로 연연하면서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자주 와서 까마귀를 건드리면서 희롱하였다. 때문에 가버릴 수 없게 되자 여러 사람이 와서 그 까마귀를 잡아서 그 털과 날개를 다 뽑아버리고 가시나무를 목에 잡아매었다.
그때 하늘에서 장마비가 내려 진흙탕에 빠져 갈 수가 없었고 날 수도 없어서 천천히 자기 몸을 끌면서 그 둥지에 도착하였다.
이때 아내가 게송으로 물었다.
지금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데
누가 털과 날개를 다 뽑아버렸습니까?
가시나무로 갑옷을 만들어 입혔으니
이것으로 집을 세우면 어떨까요.
까마귀가 게송으로 아내에게 대답하였다.
나의 몸은 길상(吉祥)한 연(緣)이 있어서
지금 하늘에서 큰 장마비가 내리는 것이오.
그대는 빨리 문을 열고 나를 고달프게 하지 마오.
그리고 먹을 것을 가져다가 나를 살리시오.
까마귀의 아내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생각나는 대로 만들어요.
당신은 잔소리도 많고 탐내는 것도 많네요.
이제 흉악한 일을 당한 것은 꽃을 얻은 것과 같으니
뒤에 마땅히 결실을 얻을 것입니다.
저의 게송을 받아들이시기만 한다면
낙(酪)이 충분히 익으면 제호(醍醐)가 되듯 할 것입니다.
이 어려움을 만났고 여러 가지 괴로움을 겪었으니
가려져 보이지 않는 한가한 곳으로 가십시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 신선과 범지 도인이 있었는데, 멀리서 그 소리를 듣고 노래로 말했다.”
나쁜 죄의 과보를 보지 않으면
이로 인해 고통을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죄를 짓지 말아야
장차 큰 우환이 없으리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까마귀의 아내가 누구인가를 알고 싶으냐? 지금의 비구니이니라.
그때의 까마귀 남편은 지금의 출가하여 사문이 된 이로 비구니를 때린 이이고, 그때의 선인은 바로 나였느니라.
옛날에 만났었는데 지금 세상에서도 또한 서로 만났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