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믿음이 없느냐?
며칠 사이, 느닷없이 봄이 온 것 같습니다. 삐죽삐죽 고개를 내민 어린 새싹과 톡톡 터지는 꽃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걷는 산책길 꽃자리가 싱그럽습니다. 갑자기 너무 더워 꽃망울이 터지자마자 흐드러진 목련꽃을 보며 슬픈 건 왜일까요?
며칠 사이 피고 지는 꽃을 보며 어느 해, 성주간을 보내며 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예수님을 선택해야 할 순간에 외면하고, 얼렁뚱땅 순식간에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고, 충분히 슬퍼하기도 전에 부활하신 예수님의 소식을 접한 제자들처럼 혼란스러웠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한 수녀님과 엔도 슈사쿠의 [사해 부근에서]란 책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근래에 이 책을 읽었다는 수녀님은 "왜 그렇게 믿음이 없느냐?"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제야 이해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바라는 기적과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 사이에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보이는 기적에 연연하느라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킨, 보이지 않는 기적을 자주 놓쳐버렸습니다. 어떨 땐 그분께 열광하고, 어떨 땐 뒤돌아서는, 신앙과 불신앙 사이에 서 있습니다. 선택은 늘 우리의 몫입니다.
언젠가 이 책에 대한 신간 소식을 전하면서 제가 바라던 예수님의 모습이 아니라 불편하다고 말씀드렸지요? 수녀님과의 대화를 통해 예수님의 진짜 기적은 사람들과 함께하시며 변하기 힘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거란 걸 공감합니다. 예수님을 믿었던 이들은 삶이 변했고, 기쁨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미리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예쁜 복음 그림으로 컵 받침 혹은 초 받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부활을 기다리는 모든 분들께 좋은 선물 되시길 바랍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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