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균 교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2017년 4월부터 청소년사회참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는 2017년 1월 달그락에서 열린 사회적 글쓰기 교실 강사로 지역 고등학생 몇 명과의 프로그램으로 달그락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때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기회가 있는 대로 지역 청소년운동 단체인 청소년자치연구소와 적극적으로 결합해 활동을 하고 있죠” 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청소년이 우리 사회에서 당당한 주체로 설 수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나 시스템을 만드는데 큰 관심을 둔다는 정 교사는 군산청소년친화정책프로젝트 교육과 진로 영역에서 기조 발제를 맡아 ‘청소년이 상상하는 행복한 마을’ 공동 저자로도 참여해주셨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일문일답을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
<2017.7 위원회 전체연합 워크숍에서>
학생들이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교사에요
18년째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오가면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학교가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라는 믿음을 갖고, 학생들이 온전한 자율성을 갖는 개인이자 공동체의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학생은 교복 입은 시민’이라는 관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학생들 각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려 합니다.
<2018.3 청소년사회참여위원회 회의중>
열심히 공부, 활동을 하는 청소년을 보면요 ‘빈틈’은 즐겨야 한다는 생각도 있죠
저는 우리 사회에서 진로나 진학이나 꿈이 지나치게 이야기되는 분위기가 조금 불편합니다. “네 꿈이 뭐냐?”, “그래서 어느 대학에 가고 싶은데?”라는 식의 질문은 어떤 경우에는 청소년들에게 무척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 특유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생기발랄한 엉뚱함을 제거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학교교육과정에 충실하고, 여러 가지 동아리 활동 같은 데에도 활발히 참여하면서 양쪽 모두에서 보람을 느끼고 성취를 거둘 수 있습니다. 다만 때로는 삶을 여유롭게 놔두면서 ‘빈 틈’을 즐기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빈 틈의 시공간에서 의외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2018.6 청소년이 상상하는 행복한 마을 정책제안집 출판기념회에서>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저는 가르치는 일을 하는 교사이기에 다채로운 책읽기와 꾸준한 글쓰기가 숙명처럼 늘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것이 편벽한 교육철학과 교육방법론, 학생관에 빠지지 않게 하는 유효한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지난 2016~17년도에 지나온 시간과 현재를 살아가는 일을 스스로 점검하고, 우리 사회의 교육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돌아보면서 앞으로 펼쳐질 교직 삶의 방향을 모색해 보기 위해 연달아 두 권의 책(<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을 내었죠, 그것이 교직 생활에서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아있어요
<2017.3 청소년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강의 중>
군산이 청소년 친화적인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한 사회 공동체의 권력과 재화가 불균등하고 불평등하게 분배된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에요, 군산이라는 지역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그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우 불리한 여건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지내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어른들이 주도하는 기존 질서와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어요. 다만 달그락에서 하는 조그만 활동들을 통해 군산 지역이 좀 더 청소년 친화적인 공동체로 바뀌었으면 하는 게 소박한 바람이에요,
<2018.1 청소년사회참여위원회 위원님들과>
청소년 활동의 가치는 ‘스스로 서는 일’
청소년 활동을 한다고 성인들이 청소년들을 이끌거나, 그들이 부딪치는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 누구든 삶의 주체로 서는 일은 어려울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에요, 함께하는 누군가의 도움과 연대가 있어야 스스로 서는 일이 가능해진다고 믿어요, 이와 관련하여 몇 년 전 저의 교직 생활 중 처음으로 학급 학생을 유예 처리한 이야기를 말하려고 해요, 그때 ‘학교 밖 청소년’이 되려는 제자에게 무슨 말을 해 줄 것인지, 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모든 판단의 중심 기준이 학교 시스템과, 교사인 나 자신에게로 쏠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저는 책 몇 권을 사 주면서, 학교 밖에서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일의 소중함을 넌지시 말해주었어요, 그와의 짤막한 소통 과정에서 그동안 우리 각자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빗장이 스르르 열리는 것 같았던 순간이었어요,
<2017.11 군산청소년친화정책개발프로젝트 포럼 5차 교육과 진로 기조 발제 중>
다양한 분야의 독서와 글쓰기를 하며 진로를 준비했으면 해요
청소년 활동이든 다른 무엇이든 사람과 세상을 두루 폭넓게 볼 줄 아는 유연한 시선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힘들다고 봅니다. 이러한 시선을 갖추려면 사람과 세상을 깊이 보는 자신의 철학을 내면화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봐요. 멀리 돌아서 가는 방법 같지만, 다양한 분야에 걸친 독서와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깊이 생각하는 뇌 근육을 키우는 게 의외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유정 청소년 기자
[정은균의 10대도 시민이다]그들은 영원히 구제불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