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시간 8시를 10분 넘긴 시간 세진 주차장에 도착했을때 노을지기님의 커다란 키가 눈에 확 들어왔다
이크~~ 늦었다고 혼나겠다
두팀으로 나눠 한팀은 목포, 쪽지벌로 우린 우포, 사지포를 돌기로 하고 출발~~
꼬맹이 아들녀석에서 시원찮은 쌍안경 하나 안겨줬더니 신난다고 쫄쫄쫄 잘도 따라 다닌다
대대제방에 올라서니 눈앞에 새들이................................................................................많다.. 언제 다 세지??
모니터링을 올때마다 하는 생각!! 아~ 오늘 우포에 배가 떠야 하는데..... 미운생각을 잠시 해본다
낭창하게 서 있던 내가 어찌저찌하다가 조류탐조용 망원경인 스쿠퍼로 새들을 새기 시작했다
하나,둘,셋,넷.... 둘,넷,여섯,여덟,열........ 다섯,열,열다서,스물.......
모니터링에서 나의 준비물은 늘 노트와 펜이었기에 어색하기도 하고 못알아 보겠기도하고... 흐미...죽겄는거...
알고있던 녀석들도 헷갈리는데 쬐끄만 오리녀석들 얼굴을 보여줘도 힘든데 뭐시 이뿌다고 궁뎅이만 연신 보여준다
이른 아침인데도 부지런한 오리류들이 먹이먹느라 연신 물속에 머리를 넣고 바둥거리고 있고 기러기들은 날개죽지속에 머리를 파묻고 아직 졸고있다
쟤들의 세계는 아직 평화로워 보인다
내속만 바짝바짝 타겠지..
옆에서 노을지기님 훈련 많이 해야된다고 타박이다
대대제방 가까이는 큰기러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고 멀리로 갈수록 고방오리와 넓적부리들이 많이 보였다
난 개인적으로 고방오리를 무척 좋아한다 마이마이... 이유는?? 가슴아픈 추억(?)땜시.....
가을 어느날 이제 막 겨울철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한 즈음... 열심히 새도감을 보며 이론상으로나마 겨울 철새들을 외우고 있을때 대대제방 아래 아그들을 끌고 갔는데 오리류 몇마리가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는 먹이를 먹고 있는것이다
순간! 아!!! 고방오리!!! 어제 저녁 도감에서 고방오리의 특징이 꼬리를 하늘로 향하게하고 먹이를 먹는다고 했는데..
(내 예기가 믿기어려우면 주머니속 새도감 83페이지를 찾아보라)
벼락치기 공부가 그러하듯 어제저녁에 배운것들이 다음날 제일 생생하게 기억나듯 내 머릿소엔 고방오리..고방오리..고방오리..소리만 들리고 있었고 아주 낭낭한 목소리로 아그들에게 고방오리라고 예기해주며 마치 우등생이 된것같이 어제저녁 도감에서 봤던 엉덩이까지 곁들여가며 설명을 해주는데 한참 예기를 하다보니 뭔가 찝찝하다
대대제방 입구 수위관측소 위 할아버지쯤으로 보이는 사람이 걸터앉아 나를 내려다 보며 싱글싱글 웃고있다
아니다란 생각이 드는순간 아그들을 몽땅 델꼬 다른 장소로 이동!! 아~찝찝해~
돌아와 도감을 다시 살피니 어?? 아까 그넘들이 고방오리가 아니다... 우짜지? 얼굴이 화끈화끈 심장이 두두두두두두~~~
누가 봤으려나?? 누가 들었으려나?? 누가 알려나?? 아까 그 할바시 나를 기억하려나?? 어미~~넘사시러버~~
그 이후 알게됐다.. 대부분의 오리들이 궁뎅이 바짝 들고 머리를 물속에 푸~욱 담근체 지들 입맛데로 뭔가를 골라먹는다는걸~~
그때 배운것도 있다.. 내가 아는게 정답이 아니라는걸..
그리고 고방오리에 대해서도 알게됐다 이제 궁뎅이 뒤만 쳐다봐도 고방오리는 알수 있을것 같다 또한 그때 이후로 새도감도 바꿨다 널 믿을수 없어.. 하면서
그때 그 오리가 뭐였는지 난 지금 알지 못한다.. 그일이 너무 부끄러워 그후 한참을 대대제방 쪽으로 가지않았고 이른가을이었으니 고방오리가 우포에 도착하기도 전인건 확실하다.. 한참후 고방오리가 도착했단 소릴 들었으니...
암튼 나에겐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고방오리를 볼때마다 그때의 그생각이 나면서 나를 담근질한다 공부 열씨미 해야지
대대제방에서 보니 간간히 노랑부리 저어새가 눈에 띄었고 갈매기도 물위에 동동 떠다니고 있었고 늪중간쯤 고방오리와 넓적부리가 많았다 각각의 개체수가 500가까이니 많은거겠지??
넓적부리는 지금 한창 선명한 빛깔을 하고 있어서 눈에 쏙쏙들어왔다.. 얼마전까지 지저분해 보이더니 벌써 번식기가 되었나 보다 땟갈이 이뻐지는걸 보니..
대대제방에서 모니터링이 끝나갈즈음 나의 뒷목은 바들바들 떨리기 직전이었고 눈은 빠질것 같았다
구름n님은 사진찍느라 바쁘고 노을지기님은 날 구박하기 바쁘고 장박사님은 꼬맹이에게 말을걸어주고 있었고 나는 뻣뻣한 뒷목을 요리조리 돌리며 궁시렁거리기 바빴다
대대제방위는 바람이 제법 불고 있었는데 바람이 몹시 차갑게 느껴졌었다
대대에서 사지포로 넘어온 시간이 9시 30분
사지포 안쪽은 고기배가 떠서 사지포 제방쪽으로 바로 이동!
새가 없겠지 생각했는데 역시나...........................................많다.
오늘 야들이 우리가는 길을 알고있나??
배를 피해 모여앉은 녀석들이 안되보인다
사지포 제방아래 큰기러들이 약 1800마리 정도 않았으니 정말 옹기종기 모였다
여기선 아들녀석 핑계대며 스쿠프에서 도망나왔고 장박사님이 개체수를 파악했다
그의 비슷한 시간 저쪽팀도 모니터링을 끝내고 사지포제방으로 오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미리 사지포제방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으니 편해서 좋다
저쪽팀에게 실적을 물어보니 배떴단다...
아~~ 좋았겠다... 뻐근한 내목이 자꾸만 저쪽팀을 부럽게 만든다
사지포에서는 댕기물떼새 3마리 보였다
처음엔 한마리.. 조금있다 한마리가 더 날아와 둘이서 꼬리를 맞대고 각각 다른 쪽을 쳐다보고 있는데 동그란 스쿠프속에서 마치 그림처럼 이뻐 보였다
근데 잠시후 또다른 댕기물떼새 한마리가 날아오자 엉덩이 붙이고 있던 녀석중 하나가 잽싸게 날아가 쫓아버린다 한마리는 우리편이 잘하나 못하나 가만히 쳐다만 보고 그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꼴랑 새마리 있는것들이 싸움박질은.... 쯧쯧쯧
멀리서 큰기러기 약 300마리 정도가 날아오고 있었는데 내가 135마리쯤 셌을때 아직 많이 남았는데 그아이들은 이미 멀어지고 있었고 노을지기님이 30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셨다
돌아오는길 오리 50마리 가량 발견!! 근데 역광이다
크기랑 색상이 흰죽지인것 같은데...
어?? 엉덩이에 노란색이 보인다... 저거 뭐야!! 세상에~~ 고도비만의 쇠오리였다
저애들을 쇠오리라고 불러도 되는거야??
정말 빵빵해 보이는 쇠오리들을 보며 이제 곧 이별할 시간임을 알수 있었다
배들 덕분에 짧은 시간에 모니터링을 끝내고 아이비스로 모였다
이른 점심을 먹기위해.. 늦은 아침이라고해야하나??
10시30분쯤 각각 챙겨온 도시락을 꺼내는데 한눈에 들어오는건 통통배님의 족발!!
푸짐한 야채와 집에서 직접만든 쌈장까지(아~ 그거 맛있었는데) 한재미나리도 한봉다리 싸들고 오셨다
아이비스의 티 테이블이 밥상이 되는 순간 볼이 미어터지게 쌈을 싸서 먹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다음에도 도시락싸서 만날것을 적극 권장한다
10시 넘어 가면서 햇살이 비치니 날은 너무도 따스했고 아들녀석은 씽씽카 하나에 엄마 방해하지도 않고 잘도 논다
식사후 커피가 너무도 맛났던날 오랫만에 스피릿님을 만나 반갑고 좋기도 했다
자주자주 얼굴 뵐수있기를......
첫댓글 깜찍한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