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작년 6월 소속 변호사 761명을 상대로 '전관(前官)예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90.7%(690명)가 '존재한다'고 대답했다. 응답자 중 판사 출신 변호사가 52명이었는데, 판사 출신 중 59.6%가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다른 변호사가 쓴 대법원 상고 이유서에 전직 대법관의 도장을 찍는 데만 3000만원이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돈다. 전직 대법관 도장이 있어야 '심리 불속행' 기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모 변호사는 "전직 대법관에게 도장을 받은 한 변호사가 '조금 고쳐줄 줄 알았는데, 돈만 받고 읽지도 않고 도장만 찍었다'며 혀를 끌끌 차더라"고 전했다. 이모 변호사는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자존심 때문에 돈을 낮춰 받지 않는다"며 "사건 하나에 200만~300만원 받는 일반 변호사들은 '전관예우'를 '전관 비리'라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로펌에 둥지 트는 전관들
대형 로펌들은 법관 인사철이면 수천만~1억원대의 월급을 주면서 전관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한다. 법조계에선 '전관예우금지법' 때문에 전관들이 퇴직 직전 근무한 곳의 사건을 직접 수임하지 못하더라도, 뒤에서 조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전관이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네트워크'도 강점이다. 전관 변호사 중에는 '수임 제한' 때문에 직접 변론하지 않고, 사건에 적합한 변호사들로 변호인단 구성만 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세팅 전문 변호사'가 있다는 말도 있다.
한 변호사는 "로펌에 들어간 후 법정에 나오지도 않고 뒤에서 조언만 하고 로비만 하는 전관 변호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로펌과 법원 간 '역(逆) 전관'도 생긴다. 지방의 대형 로펌에 있는 변호사들이 경력 법관에 지원해 재판장이 될 경우, 자신이 과거 일했던 로펌 소속 변호사가 변호인(형사) 또는 대리인(민사)으로 법정에 온다는 것이다. 지방에는 유력 로펌이 적어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박모 변호사는 "이런 경우 재판장이 아무리 공정하게 진행해도 의심이 생겨 신뢰하기 힘들게 된다"고 말했다.
◇"수임 제한 기간 늘리고 내역 공개해야"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관 변호사의 수임 제한 기간을 늘리고, 수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또 형사 사건의 경우 수임료 상한을 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한변협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관의 사건 수임 제한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려야 한다"며 "전관 변호사가 부정하게 사건을 수임한 것이 드러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해야 전관예우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관예우(前官禮遇)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한 후 맡은 소송 또는 사건에 대해 법원과 검찰에서 유리하게
결론을 내리는 특혜. 우리나라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으로 지적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