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국립극단의 몰리에르 작, 임도완 각색 연출의 스카팽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의 몰리에르 작, 임도완 각색 연출의 스카팽을 관람했다.
몰리에르(Molière)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배우다. 파리에서 출생했으며 1622년 장 바티스트 포클랭(Jean-Baptiste Poquelin)이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1644년 예명 몰리에르를 사용하며 연극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이후 그는 30년 동안 오직 연극만을 위해 전력투구하다가 1973년 51세 때 공연 도중에 죽음을 맞이했다. 서양 중세를 거치며 비극에 비해 열등한 장르로 간주되던 희극의 미학적 가치를 제고해 근대적 의미에서 희극의 위상을 정립했다. 영국인들이 영어를 셰익스피어의 언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프랑스인들은 프랑스어를 몰리에르의 언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몰리에르의 희극에는 프랑스 고유의 정서와 문화가 마술 같은 언어로 녹아들어 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았으나 편안한 삶을 마다하고 연극에 빠져들었던 몰리에르는 13년의 유랑 극단 생활을 거치며 유럽 근대의 여명기에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계층의 삶을 경험했다. 유랑을 마치고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파리 연극계로 재입성해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지만 수많은 시기와 모함에 맞서야 했다. 그는 52세로 삶을 마감할 때까지 40대 초반에 발병한 폐질환에 시달렸지만 한순간도 웃음을 놓지 않았다. 이 위대한 희극 작가의 작품들은 300년이 넘도록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삶의 울림이 있는 웃음을 선사해 왔고 앞으로도 우리에게 웃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삶이 주는 감동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그의 초기 연극 활동은 지방에서 이뤄졌으며, 그의 이름으로 알려진 최초의 작품으로는, 리옹에서 공연된 「경솔한 사람」(1655)과 베지에에서 공연된 「애정 다툼」(1656) 등을 꼽을 수 있다. 극작가 몰리에르의 명성은 그의 극단이 1658년 10월 24일 옛 루브르 궁전의 근위대 처소에 마련된 가설무대에서 루이 14세와 궁정을 위해 공연한 코르네유의 「니코메드」와 그 자신의 작품 「사랑에 빠진 의사」를 통해서 확고해졌다. 마침내 1662년 12월 26일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둔 「아내들의 학교」와, 1664년 5월 첫 번째 「타르튀프」 공연은 그를 격랑과 추문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이어서 그는 「동 쥐앙」(1665)을 무대에 올려 사태를 가일층 격화시켰다.
임도완은 배우이자 연출가다. 서울예술대학을 연극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Jacques Lecoq 국제 연극 Mime 학교, Jacques Lecoq Movement 연구소 무대장치과, Jacques Lecoq 교수법 과정을 졸업했다. 현재는 서울예술대학 연기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8년 극단 사다리 창립멤버이자 현재는 사다리 움직임연구소 소장이다. 귀국 후 그의 첫 번째 작업공간은 소를 키우던 빈 축사였는데 그곳에서 제자들과 창작극 <두 문 사이>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재해석한 <스펙트럼2001>등 실험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임도완 연출은 기존 연극의 틀을 벗어나 즉흥연기와 토론으로 장면을 구성하는 공동창작 방식으로 작품을 만든다.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이야기중심 구조를 깨고 몸짓과 오브제 등을 활용해 움직임의 언어, 소리, 오브제, 조형물, 가면, 무대장치, 의상, 인형, 영상의 언어로 새로운 연극적 언어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그의 작품 속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2006년 <벗나무 동산>으로 제 42회 동아연극상 새개념 연극상을 수상하였으며, 2007년 <보이첵>은 에든버러 페스티벌 BBC ‘BEST 10’, 에딘버러 프린지에서 토탈씨어터 베스트 피지컬씨어터 상과 해럴드 엔젤어워드,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올해의 예술인상’,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보이첵>‘BEST 7’을 수상하였다.
스카팽은 말년에 접어든 몰리에르가 로마 희극과 코메디아 델 아르테를 계승하여 완성한 3막 희극이다. 이 작품에서 몰리에르는 민중적 웃음의 원천에 충실한 소극적 작품 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다. 어른들의 의지에 의하여 사랑이 좌절될 위기에 처해있는 젊은이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활약하는 스카펭은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스카피노로부터 빌려온, 책사형 하인의 인물형이다.
스카팽은 환상의 희극이다. 이 희극의 골격은 테렌티우스의 포르미오에서 빌려왔는데, 포르미오는 인색하고 가난한 식객이다. 스카펭은 서민적인 밝은 성격을 지닌 하인이지만, 결코 악인도 이기주의자도 아니다. 스카펭은 책사이긴 하지만 단순히 주인공의 이익을 위하여 농간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여유있게 자신의 책략을 즐기는 인물이다. 몰리에르는 이 작품을 이탈리아 희극의 기본 형식에 맞추어 만들었다. 그는 인물의 생활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무대 전체에 이탈리아 희극의 분위기를 만들려 애쓰고 있다. 무대로는 나폴 리가 나오고 이탈리아 희극에 자주 등장하는 터키인이 나타나며, 스카펭이랑 주인공뿐 아니라 옥따브, 레앙드르 등 이탈리아 희극에서 유래하는 이름이 나온다.
막은 붉은색으로 몰리에르를 상징하는 휘장으로 되어있고 휘장 밖 무대 상수 쪽에 몰리에르의 집필과 동시에 연출을 할 수 있눈 의자와 탁자를 배치하고, 하수 쪽에는 타악기와 건반악기를 배치해 연주을 하도록 설정했다. 그리고 객석을 향한 양쪽 벽에 자막을 투사해 출연진의 대사와 노래, 그리고 영어자막도 투사해 관객의 이해를 돕고, 수화를 하는 여러명의 여배우를 등장시켜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수화로 전달을 한다. 의상 역시 당시의 복장을 상상할 수 있도록 연출되고, 막이 오르면 본 무대보다 한 단 높은 약간 작은 무대를 새로 설치를 하고, 의자를 여러 개 배치하고 식탁 모양의 탁자의 의자를 연결시켜 백색의 천으로 된 배경 안으로 들여보내기도 하고 꺼내오기도 하면서 공연을 계속한다. 작은 무대의 휘장 밖으로 천정으로 오를 수 있는 사다리와 올라 앉을 수 있도록 단을 설치했다.
원작에서는 사랑하는 두 남녀의 아버지가 등장하는데 각색한 공연에서는 두 아버지 대신 한 쪽은 어머니로 대체하고 몰리에르가 무대에 나와 극을 연출하며 이끌어가는 형식이다. 원작과는 달리 경쾌한 움직임과 노래, 연주와 춤이 어우러져 관객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스카팽으로 이중현, 몰리에르로 성원, 실베스트르 박경주, 옥따브 이호철, 이아상뜨 강해진, 레앙드르 안창현, 제르비네뜨 김예은, 아르강뜨·네린느 문예주, 이혜미, 제롱뜨 김명기가 출연해 명쾌하고 활달한 연기설정으로 2시간 동안 관객을 몰입시키며 공연을 폭소로 이끌어 간다.
무대 정승호 l 조명 신호, 의상 유미양 l 음악 김요찬, 분장 채송화 l 소품 김소연, 음향 박경훈 l 조연출 권수현, 음성해설 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_강내영(대본) 최희진(내래이션), 한국수어통역 공인수어통번역 잘함_김홍남 l 우내리 l 이수현 l 정지은 l 조유나 l 최황순, 한글자막 이아름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국립극단의 몰리에르 작, 임도완 각색 연출의 스카팽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