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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정리한 괴롭힘 유형에는 개인사 소문 내기, 음주·흡연·회식 강요, 욕설·폭언, 다른 사람 앞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행, 정당한 이유 없이 연차 못쓰게 하기, 지나친 감시 등이 있다.
특히 상시 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은 이런 행위를 예방하고 이에 대해 징계를 내릴 수 있는 내용을 취업규칙에 반드시 넣어야 한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땅콩 회항 사건, 양진호 회장 직원 폭행, 신임 간호사에 대한 '태움' 관행과 같은 잇단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계기가 됐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 10명 중 7명(73.3%)이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무총리실이 직장인 1500명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답변 대상자 10명 중 9명이 '직장 갑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시민 사회단체 '직장갑질119'가 받은 제보 사례를 보면 여행을 가면서 직원에게 개와 닭 사료를 주라고 하거나, 강제로 자녀 결혼식에 참석 시키는 사장, 신입 직원에게 흰머리를 뽑으라고 한 상사가 있었다.
이 외에도 한 공공기관에서는 직원이 생리휴가를 사용할때 생리대 검사를 하기도 하고, 강원도 한 병원에서는 간호사와 직원들에게 김장 1만 포기를 담그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엔, 부모 암 수술을 앞두고 연차를 쓰려는 직원에게 "부모님이 안 돌아가셨으니 내지 말라"고 종용한 사장도 있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무엇인지 법으로 규정되면서 각종 갑질 행위가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직장갑질 119 오진호 운영위원은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하루에도 평균 60-70개의 제보가 쏟아지는데 특히 존댓말 등 언어와 관련된 문제, 회식 참석이나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집단주의 관련 제보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평범한 직장인들의 용기와 제보가 바탕이 되어 성과중심, 집단주의 중심의 왜곡된 문화에 균열을 내는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법 시행으로 직장 갑질 법적 기준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있지만, 괴롭힘 범위가 모호하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에서 정의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라는 것이 사회통념상 모호하기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장 등 대표자가 하는 갑질이나 괴롭힘의 경우 처벌조항을 정해놓지 않았다는 맹점도 있다.
사용자가 갑질을 하면 사내에 신고를 해도 별로 효과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김유경 노무사는"고용노동부 노동청에 신고를 하면, 노동청에서 근로 감독이나 시정 지시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보안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이 상시근로자 5인 근로자 이상에만 적용되는 부분도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김 노무사는 "제보를 받아보면 소규모 사업장에서 괴롭힘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 부분 역시 피해자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개정법 시행으로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법적으로 신고할 수 있게 됐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받거나 인지한 사업주는 이 내용을 지체 없이 조사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경우 징계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만약 이런 절차 등으로도 해결하기 어렵다면 각종 노동 상담 기관과 상담을 하거나 고용노동부에 진정이나 고소를 할 수 있다.
직장갑질 119 오진호 운영위원은 "기록은 기억을 이긴다"며 이 과정에서 증빙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욕적인 발언 등을 들으면 녹음을 하고, 녹음 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육하원칙을 꼼꼼히 기록해놓는 일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진술을 하면 가해자도 발뺌하기 어렵고 상황을 함께 했던 동료들도 증언을 해주기 더 쉬워진다"고 조언했다.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490037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