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오정, 물에 뜬 지렁이 물다 – 다행히 쇠갈고리 낚시 바늘 없어, 축복!
올해가 사오정(45세 퇴사)이 동네책방 문을 연 지 8년 차다. 되돌아보니 이 책방이 내가 가장 오랫동안 하고 있는 일이 됐다. “나이 들면 책방이나 해야지!” 했는데, 말이 씨앗이 된 듯 덜컹 시작한 책방을 이렇게 오랫동안 할 줄은 몰랐다.
싱싱한 나이에 일을 그만두고 며칠 놀다 보니 첫눈에 후루 룩(Look), 산골 겨울밤 외딴집 바람에 깜박이는 호롱불같이 곧 문 닫을 것 같은 길섶 책방을 보고 “얼마면 돼요?” 하고 후루룩 삼켜버렸었다. 수십 년 된 책방도 문 닫는데… 특히나 지리산 촌놈이 문화도시에서 동네책방 7년 생존율에 놀랍고 감사하다.
그러나 처음에는 '달집놀이'로 긴긴 시간을 달랬다. 동네 책방의 기승전결, 구성/구조였다. 다만, 주제파악은 못했다.
단편소설 달집놀이
https://blog.naver.com/ok993/220742082137
2. 공부, 통찰력 – 무턱대고 “아멘”하고 따라가면 낙동강 오리탕교 탕 된다
사실, 대충 삼켜서인지 책방 시작 3개월 만에 ‘이건 아니다 싶어’ 문을 닫으려 했다. 오리지널 경상도인 내가 무진시에 책방을 둥지로 삼아 뿌리를 내리려 발버둥 칠수록 하룻밤 자고 나면 또 다른 예상치 못한 좁쌀만 한 날파리가 날아들어 날 귀찮게 했다. 낚시꾼의 밑밥 떡밥을 덮석 물고 당기는 대로 무턱대고 “아멘” 하고 따라 나서지 않는 불신의 믿음, 숨겨진 낚싯바늘을 간파하는 통찰력을 물에 둥둥 떠다니는 지렁이를 물고 주둥이를 흔들어 가까스로 탈출한 월남붕어가 된 뒤에 얻었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 물에 둥둥 떠다니는 지렁이 속에는 쇠갈쿠리가 숨어 있어 물면 사망의 골짜기를 헤매야 한다는 피싱의 원리를 깨달았다. 발목이 빠지고 무릎이 빠지고 배꼽까지 빠지는 늪에서 생존을 위해 허우적거리며 삽질했다. (퇴직금은 먼저 보는 놈이 임자다, 라는 말이 있다.)
단편소설 『낚시』(매크로 댓글부대)
https://blog.naver.com/ok993/221092838592
3. 삽질도 작품이다 – 골목 점빵도 기승전결의 구성, 소재와 주제 있는 작품
(학교/책에서 배운 걸 삶의 현장에 전이 - 유시민의 공감필법)
http://www.honam.co.kr/read.php3?aid=1469977200499151174
요즘도 구글링과 경상도에 있는 책방에 물어물어 당면한 문제 풀이를 도모한다. 유년에 겨울 논바닥에서 짚으로 만든 공으로 즐긴 동네축구 생각이 지금도 난다. 그때 게임의 룰은 동네 힘센 형의 거친 입과 주먹이었다. 나는 그때도 힘센 형의 말을 고분고분 듣고 잘 따르지 않는 편이었다. 생각하면 뭘 자꾸 따져가며 양파껍질을 벗기는 호기심 속에 열정적 삽질이 7년 생존율 힘의 원천인 것 같다.
노인이 끌고 온 뼈만 앙상한 상어를 본 산티아고 해변의 여자가 “상어가 저렇게 근사하고 아름다운 꼬리를 갖고 있는 줄을 몰랐네요.” 라고 내 아이가 말할지 모르겠다.
4. 적극적 삽질로 생존율 5년 확보 – 지방자치 공공기관 조달/계약 줄서기
목이 빳빳한 원님들이 종종 들먹이는 자영업 생존율에 따르면, 동네책방 지난 7년은 그야말로 까도까도 또 나타나는 양파껍질을 굴하지 않고 까는 삽질 역사다. 과유불급, 올해는 삽질을 좀 자중하려 하니 또 다른 눈에 보이는 껍질을 벗기지 못하여 정초부터 배알이 뒤틀리고 멀미를 하듯 하다.
자기검열, 마음수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대자연에 적응하여 살아가야 하듯, 현재 살고 있는 생활환경 문화에 순응, ‘그러려니…’ 하며 책방 문을 꿀떡같이 닫고 싶은 날도 있다. 그때마다 나는 나의 '두렁'의 이치와 원리를 다시 읽는다.
https://blog.naver.com/ok993/221149527964
5. 자위하고 삽질하라 – 자존감 세우고 문지방 넘어 환경 극복
다시 말하지만, 안개도시 무진시의 동네책방은 벤처기업이다. 하다못해 빤스정신이라도 있어야 유령서점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세계 최대로 많은 수의 서점을 양산한 공공 문화도시에서 매장 있는 동네책방, 폼 나는 벤처정신으로 무장하고 하루하루 책방 문을 열고 있다.
<유령서점, 페이퍼 캄파니 천국에서 실체가 있는 동네 책방을 골라냄 - 감사합니다^^>
https://blog.naver.com/ok993/221766882698
6. 그날까지 삽질 – 나도 「노인과 바다」의 상어 잡는 꿈꾸는 노인
https://blog.naver.com/ok993/221102582946
열정의 짧은 순간이 지나, 급속히 허물어지는 책방을 붙잡고 더욱더 빠르게 흔들어 봐도 다시 예전같이 빳빳하게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서지 않는다고 당장 죽는 것은 아니다. 세월에 장사 없다지만, 문지방만 넘을 수 있는 힘이 남아있는 날까지 양파껍질을 벗기는 삽질을 할 참이다. 소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의 꿈을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자위한다.
나는 알고 있다. 누구도 뼈만 남은 상어의 꼬리 지러르미를 보고 "I didn't know sharks had such handsome, beautifully formed tails." 라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사자꿈을 꾸고 있다.
"The old man is dreaming about the lions."(소설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 문장, 'was'다.)
책방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