虞裳傳(우상전) / 박지원
日本關白新立(일본관백신립) : 일본에서 관백(關白)이 새롭게 옹립(擁立)되었을 때의 일이다. 於是廣儲蓄(어시광저축) : 새로운 관백은 저축(儲蓄)을 늘리고, 繕宮館(선궁관) : 궁전과 관사(館舍)를 보수하고, 理舟檝(리주즙) : 선박을 수리하고, 刮屬國諸島奇材釖客(괄속국제도기재도객) : 여러 섬을 나라에 복속시켰다. 詭技淫巧書畵文學之士(궤기음교서화문학지사) : 뛰어난 선비, 무사, 책략가, 음교(淫巧), 그리고 서화(書畵)나 문학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聚之都邑(취지도읍) : 도읍에 모아서 練肄完具數年(련이완구수년) : 그 지닌 재주를 갈고 닦기를 완전히 끝낸 지 수년이 지났다. 然後乃敢請使於我(연후내감청사어아) : 그는 우리나라에 사신을 보내 줄 것을 간곡히 청하였는데, 若待命策之爲者(약대명책지위자) : 마치 신하가 임금의 조명(詔命)을 기다리는 것처럼 공손했다. 朝廷極選文臣三品以下(조정극선문신삼품이하) : 조정(朝廷)에서도 삼품(三品) 이하의 문신 중에서 엄선하여 備三价以送之(비삼개이송지) : 삼사(三使)를 뽑아 보냈다. 其幕佐賓客(기막좌빈객) : 그 수행원들도 皆宏辭博識(개굉사박식) : 모두 글을 잘하고 학식이 풍부한 사람들로서, 自天文地理算數卜筮醫相武力之士(자천문지리산수복서의상무력지사) : 천문(天文)․지리(地理)․산수(算數)․복서(卜筮)․의술(醫術)․관상(觀相)․무력(武力) 등에 능한 사람에서부터, 以至吹竹彈絲謔(이지취죽탄사학) : 퉁소를 잘 부는 사람, 거문고 잘 타는 사람, 해학(諧謔)을 잘하는 사람, 浪戱笑歌呼飮酒(랑희소가호음주) : 연극을 해서 웃기는 사람, 노래를 잘하는 사람, 술을 잘 마시는 사람, 博奕騎射以一藝名國者(박혁기사이일예명국자) : 장기와 바둑을 잘 두는 사람, 말타기와 활쏘기를 잘하는 사람 등 한 가지 기술로 나라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은 悉從行(실종행) : 모두 따라가게 하였다. 而最重詞章書畵(이최중사장서화) : 이중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문장이나 서화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得朝鮮一字(득조선일자) : 일본인들은 조선 사람의 글을 한 자만 얻으면 不齎糧而適千里(불재량이적천리) : 양식을 가져가지 않아도 천 리를 다닐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其所居舘(기소거관) : 삼사를 따라간 일행들이 거처하는 관사는 皆翠銅甍(개취동맹) : 하나같이 푸른빛이 감도는 구리기와로 지붕을 덮고, 除嵌文石(제감문석) : 감문석(嵌文石)으로 층계를 쌓았다. 而楹檻朱漆(이영함주칠) : 기둥과 난간은 붉은 옻칠을 했고, 帷帳飾以火齊(유장식이화제) : 휘장에는 화제(火齊)․ 靺鞨瑟瑟(말갈슬슬) : 말갈(靺鞨)․슬슬(瑟瑟)을 장식했고, 食皆金銀鍍侈靡(식개금은도치미) : 밥그릇도 금과 은을 도금한 화려한 것이었다. 瑰麗千里(괴려천리) : 이처럼 사치스럽고 호사하고 진기하고 화려한 것들을 천릿길에 往往設爲奇巧(왕왕설위기교) : 교묘하게 설치해 놓았으니, 庖丁驛夫(포정역부) : 포정(庖丁)이나 역부(驛夫)와 같은 비천한 사람들까지 據牀而坐(거상이좌) : 평상에 걸터앉아 垂足於枇子桶(수족어비자통) : 비자나무로 만든 통에 발을 담그고 使花衫蠻章洗之(사화삼만장세지) :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아이들로 하여금 씻기게 하였다. 其陽浮慕尊如此(기양부모존여차) : 일본인들이 우리 사신을 겉으로 떠받드는 체하는 모양이 이러했던 것이다. 而象譯持虎豹貂鼠(이상역지호표초서) : 하지만 우리 통역들이 호랑이․표범․초서(貂鼠)의 가죽이나 人蔘諸禁物(인삼제금물) : 인삼과 같은 교역을 금하고 있는 물건들을 潛貨璣珠寶刀(잠화기주보도) : 몰래 아름다운 구슬이나 보도(寶刀)와 바꿔치며, 駔儈機利殉財賄如騖(장쾌기리순재회여무) : 교활한 거간꾼의 흉내를 내어 탐욕스럽게 재물을 탐낼 때면 倭外謬爲恭敬(왜외류위공경) : 일본인들은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지만 不復衣冠慕之(불부의관모지) : 속으로는 문명국에서 온 사람에게 대한 앙모의 마음을 지니지 않았다. 虞裳以漢語通官隨行(우상이한어통관수행) : 우상은 한어(漢語) 통역관으로 사신의 일행을 따라갔다. 獨以文章(독이문장) : 그 홀로 문장으로써 大鳴日本中(대명일본중) : 일본에 이름을 크게 떨쳤으니, 其名釋貴人(기명석귀인) : 그 나라의 이름있는 승려나 귀족들은 皆稱雲我先生(개칭운아선생) : 입을 모아 말하기를, “우아선생(虞我先生)이야말로 國士無雙也(국사무쌍야) : 둘도 없는 국사(國士)이다.”라고 하였다. 大坂以東僧如妓(대판이동승여기) : 대판(大坂) 동부에는 승려가 기생처럼 많고 寺刹如傳舍(사찰여전사) : 사찰들은 여관처럼 많았다. 責詩文如博進(책시문여박진) : 사람들은 우상에게 시문을 받기 위해 도박이라도 하듯 서로 재촉하기를 繡牋花軸(수전화축) : 수전(繡箋)과 화축(花軸)을 堆床塡案(퇴상전안) : 평상이나 서안(書案)에 수북히 쌓아놓았다. 而類爲難題强韻以窮之(이류위난제강운이궁지) : 대개 어려운 시제(詩題)나 맞추기 어려운 운(韻)을 불렀는데, 이는 우상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해서였다. 虞裳每倉卒口占(우상매창졸구점) : 우상은 매번 창졸간에 입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如誦宿搆(여송숙구) : 하지만 이미 지어논 글을 외는 것처럼 步押平妥(보압평타) : 차근차근했고, 운을 맞추는 것 또한 어색함이 없이 평탄하였다. 從容席散(종용석산) : 또한 자리를 마치고 사람들이 물러가도 無罷色(무파색) : 피로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며, 無軟詞(무연사) : 보잘것없는 문장 따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其海覽篇曰(기해람편왈) : 그가 지은 ‘해람편(海覽篇)’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坤輿內萬國(곤여내만국) : “대지는 수많은 나라들 등 위에 실으니 碁置而星列(기치이성렬) : 반상(盤上)에 깔린 바둑알인가, 하늘에 놓인 별인가. 于越之魋結(우월지퇴결) : 월(越)나라 사람 추결(魋結) 매고, 笁乾之祝髮(축건지축발) : 천축(天竺) 사람 축발(祝髮) 하네. 齊魯之縫腋(제로지봉액) : 제(齊)나라 노(魯)나라 사람 겨드랑이 꿰맨 옷 입고, 胡貊之氈(호맥지전) : 호맥(胡貊) 사람 전갈(氈羯) 입네. 或文明魚雅(혹문명어아) : 어떤 나라는 문명이 고아(高雅)하고 或兜離侏佅(혹두리주佅) : 어떤 나라는 미개함이 조잡해 보여. 群分而類聚(군분이류취) : 따로 사는 여러 군상(群像)들 끼리끼리 모아 놓으니 遍土皆是物(편토개시물) : 편토(遍土) 모두가 지금같이 되었구나. 日本之爲邦(일본지위방) : 일본이라는 나라 波壑所蕩潏(파학소탕휼) : 물결 장한 곳에서 일렁거리는데, 其藪則搏木(기수칙박목) : 솟은 나무는 부상(榑桑)이요 其次則賓日(기차칙빈일) : 그 다음은 해맞이라. 女紅則文繡(녀홍칙문수) : 여공(女紅)은 무늬 넣은 비단이요, 土宜則橙橘(토의칙등귤) : 토산품이야 마땅히 등자(橙子)와 귤이겠지. 魚之恠章擧(어지괴장거) : 물고기 괴이하니 장거(章擧)요, 木之奇蘇鐵(목지기소철) : 나무 괴이하니 소철(蘇鐵)나무라네. 其鎭山芳甸(기진산방전) : 진산(鎭山)의 이름은 방전(方甸)이요, 句陳配厥秩(구진배궐질) : 구진(句鎭)은 차례대로 벌려 있구나. 南北春秋異(남북춘추이) : 남북으로 봄가을이 다르고 東西晝夜別(동서주야별) : 동서로 밤낮이 바뀌니, 中央類覆敦(중앙류복돈) : 그 가운데는 엎어놓은 쟁반과 같고 嵌空龍漢雪(감공룡한설) : 패어져 빈 곳은 해묵은 눈더미. 蔽牛之鉅材(폐우지거재) : 소를 가리는 큰 나무 抵鵲之美質(저작지미질) : 까치가 쫀 옥은 예쁘기도 한데, 與丹砂金錫(여단사금석) : 단사(丹砂)․황금․주석과 더불어 皆往往山出(개왕왕산출) : 가끔 산에서 나오는구나. 大坂大都會(대판대도회) : 대판(大坂)은 큰 도시라 環寶海藏竭(환보해장갈) : 진귀한 보물 많이도 지녔으니, 奇香爇龍涎(기향설룡연) : 피어나는 기향(奇香)은 용연(龍涎) 이요 寶石堆雅骨(보석퇴아골) : 쌓여 있는 보석은 아골(雅骨) 이라. 牙象口中脫(아상구중탈) : 상아(象牙)는 코끼리의 입에서 뽑았고 角犀頭上截(각서두상절) : 서각(犀角)은 물소의 머리에서 잘랐겠지. 波斯胡目眩(파사호목현) : 파사(波斯) 사람도 눈 휘둥그래지고 浙江市色奪(절강시색탈) : 절강(浙江) 저자 거리도 무색할 지경. 寰海地中海(환해지중해) : 세상 바다로 말하자면 지중해(地中海)라 中涵萬象活(중함만상활) : 온갖 어족들이 살아서 꿈틀거린다네. 鱟背帆幔張(후배범만장) : 후(鱟)게의 등짝 위엔 돛이 펼쳐 있고
鰌尾旌旗綴(추미정기철) : 추어(鰌魚) 꼬리는 깃발들처럼 이어져 있네. 堆壘蠣粘房(퇴루려점방) : 성곽처럼 쌓인 것은 굴껍데기 屭贔龜次窟(희비구차굴) : 비희(贔屭) 거북은 굴 속에 머무르네. 忽變珊瑚海(홀변산호해) : 홀연 변하면 산호(珊瑚) 바다가 되어 煜耀陰火烈(욱요음화렬) : 음화(陰火) 타오르며 광채를 발하고, 忽變紺碧海(홀변감벽해) : 홀연 변하면 감벽(紺碧) 바다가 되어 霞雲衆色設(하운중색설) : 노을 구름 무리지어 펼쳐 있고, 忽變水銀海(홀변수은해) : 홀연 변하면 수은(水銀) 바다가 되어 星宿萬顆撒(성숙만과살) : 수많은 별 낱낱이 뿌려놓았고, 忽變大染局(홀변대염국) : 홀연 변하면 세상을 물들이는 염료가 되어 綾羅爛千四(릉라란천사) : 능라(綾羅)비단 천 필을 곱게 만들고, 忽變大鎔鑄(홀변대용주) : 홀연 변하면 모든 것을 녹이는 도가니가 되어 五金光逬發(오금광逬발) : 오색 금빛을 뿜어내도다. 龍子劈天飛(룡자벽천비) : 용(龍)이 하늘을 가르며 승천하니 千霆萬電戛(천정만전알) : 온갖 뇌성벼락이 대지를 내려치네. 髮鱓馬甲柱(발선마갑주) : 물풀 속 사선(蛇鱓)은 마갑주(馬甲柱)로 秘恠恣怳愡(비괴자황총) : 괴상하고 방자함 숨기니 그 모습 흐릿해. 其民裸而冠(기민라이관) : 이 나라 백성들 벌거벗은 채 갓만 써 外螫中則蝎(외석중칙갈) : 사납기로 말하자면 전갈과 같네. 遇事則麋沸(우사칙미비) : 무슨 일 생기면 시끄럽게 우왕좌왕 謀人則鼠黠(모인칙서힐) : 사람 해칠 계획에는 쥐같이 교활하지. 苟利則蜮射(구리칙역사) : 구차한 이익 위해 물여우처럼 사람을 쏘고 小拂則豕突(소불칙시돌) : 조그만 일에도 돼지처럼 탐욕스럽네. 婦女事戱謔(부녀사희학) : 부녀자들은 깔깔거리며 수다 떨고 童子設機括(동자설기괄) : 아이놈들은 장난감 갖고 노닥거리네. 背先而淫鬼(배선이음귀) : 조상 모시기를 저버리고 요귀만 떠받드니 嗜殺而佞佛(기살이녕불) : 살생을 즐기는 주제에 부처에게는 아첨하는 척. 書未離鳥鳦(서미리조을) : 글씨라고 쓴다마는 새새끼 그린 것 같고 詩未離鴂舌(시미리결설) : 시라고 읊는다마는 올빼미 우는 것 같아. 牝牡類麀鹿(빈모류우록) : 남녀 짝짓기는 사슴같이 문란하고 友朋同魚鱉(우붕동어별) : 친구 사귐은 자라같이 제멋대로. 言語之鳥嚶(언어지조앵) : 내뱉는 말이라고는 새소리 같아 象譯亦未悉(상역역미실) : 통역하는 사람 또한 다 알아들을 재주 없네. 草木之瓌奇(초목지괴기) : 초목은 기괴하니 羅含焚其帙(라함분기질) : 나함(羅含)이 그 책을 불사르고 百泉之源滙(백천지원회) : 온갖 샘물 돌아드니 酈生瓮底蠛(력생옹저멸) : 역생(酈生)은 항아리 바닥의 멸몽(蠛蠓) 水族之弗若(수족지불약) : 물고기들 가지가지라 思及閟圖說(사급비도설) : 형용키 어려우니 도설(圖說)로나 그려 볼까. 刀釖之款識(도釖지관식) : 도검(刀劍)에 관지(款識)한 글자는 貞白續再筆(정백속재필) : 정백(貞白)이 다시 기록하겠지. 地毬之同異(지구지동이) : 지구(地球)의 같고 다름이나 海島之甲乙(해도지갑을) : 해도(海圖)의 갑(甲)과 을(乙)이라면 西泰利瑪竇(서태리마두) : 태서(泰西)의 이마두(利瑪竇)가 線織而刃割(선직이인할) : 실을 짜듯 칼로 베듯 명쾌히 해주련만. 鄙夫陳此詩(비부진차시) : 비부(鄙夫)가 이 시를 읊으니, 辭俚意甚實(사리의심실) : 사(辭)는 천박하되 그 뜻은 진실이라. 善鄰有大謨(선린유대모) : 외교는 천하의 대사(大事)니 覊縻和勿失(기미화물실) : 속국(屬國)으로 맺은 평화 다시는 잃지 말게.” 如虞裳者(여우상자) : 우상이야말로, 豈非所謂華國之譽耶(기비소위화국지예야) : 어찌 이른바 나라의 명예를 빛낸 사람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神宗萬曆壬辰(신종만력임신) : 신종(神宗) 만력(萬曆) 임진년(壬辰年)에 倭秀吉潛師襲我(왜수길잠사습아) : 왜인 수길(秀吉)이 은밀히 군사를 내어 우리나라를 침범하였다. 躪我三都(린아삼도) : 삼도를 짓밟고 劓辱我髦倪(의욕아모예) : 우리 동포들의 코를 베어 욕보였으며 躑躅冬柏植於三韓(척촉동백식어삼한) : 척촉(躑躅)과 동백(冬柏)을 삼한(三韓)에 옮겨 심었다. 我昭敬大王避兵灣上(아소경대왕피병만상) : 우리의 소경대왕(昭敬大王)께서는 왜병을 피하여 용만(龍灣)까지 올라가셔서 奏聞天子(주문천자) : 중국의 천자께 그 사실을 말씀드리셨다. 天子大驚(천자대경) : 천자께서는 크게 놀라시어 提天下之兵東援之(제천하지병동원지) : 천하의 병사들을 모아 동방을 구원케 하셨다. 大將軍李如松(대장군리여송) : 대장군 이여송(李如松) 提督陳璘麻貴劉綎楊元(제독진린마귀류정양원) : 제독 진린(陣璘)을 비롯하여 마귀(麻貴)․유정(劉綎)․양원(楊元) 등에게는 有古名將之風(유고명장지풍) : 옛 명장의 풍도(風道)가 있었고, 御史楊鎬萬世德邢玠才兼文武(어사양호만세덕형개재겸문무) : 어사 양호(楊鎬)․만세덕(萬世德)․형개(邢玠) 등은 그 재주가 문무를 겸비하여 略驚鬼神(략경귀신) : 귀신도 놀랄 지경이었다. 其兵皆秦鳳陜浙雲登貴萊(기병개진봉합절운등귀래) : 그 병사들은 모두 진(秦)․봉(鳳)․섬(陝)․절(浙)․운(雲)․등(登)․귀(貴)․래(萊) 등지의 장정들로서, 驍騎射士(효기사사) : 말을 잘 타고 활을 잘 쏘았다. 大將軍家僮千人(대장군가동천인) : 대장군의 가동(家僮) 천 명 중에서 幽薊釖客(유계도객) : 유(幽)나 계(薊) 같은 검객도 있었다. 然卒與倭平(연졸여왜평) : 그러나 왜병들과 더불어 僅能驅之出境而已(근능구지출경이이) : 호적수를 이루는 정도밖에는 되지 않아, 가까스로 왜적들을 나라 밖으로 몰아낼 수 있었다. 數百年之間(수백년지간) : 그후 수백 년 사이 使者冠盖(사자관개) : 사신들의 행차가 數至江戶(수지강호) : 여러 차례 강호(江戶)에 이르렀지만, 然謹體貌(연근체모) : 일본인들이 체모(體貌)를 삼가고 嚴使事(엄사사) : 사신의 대접에 엄중하였기 때문에 其風謠人物險塞强弱之勢(기풍요인물험새강약지세) : 그 풍습․문화․인물․험새(險塞)․강약 등의 정세에 대해선 卒不得其一毫(졸불득기일호) : 마침내 털끝만치도 알지 못한 채 徒手來去(도수래거) :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虞裳力不能勝柔毫(우상력불능승유호) : 지금의 우상은 그 힘이 부드러운 털 하나도 이기지 못할 듯이 약해 보인다. 然吮精嘬華(연연정최화) : 하지만 그 지니고 있는 정화를 뽑으면, 使水國萬里之都(사수국만리지도) : 만 리나 떨어진 섬나라 도읍의 木枯川渴(목고천갈) : 나무를 말라죽게 하고 강물이 바닥나게 만든 것이다. 雖謂之筆拔山河可也(수위지필발산하가야) : 그야말로 ‘붓으로써 산과 강을 뽑았다.’라고 하더라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虞裳名湘藻(우상명상조) : 우상의 이름은 상조(湘藻)였다. 甞自題其畵象曰(상자제기화상왈) : 그는 일찍이 자신의 초상화에 쓰기를, 供奉白鄴侯泌合鐵(공봉백업후필합철) : “공봉(供奉) 백(白)과 업후(鄴侯) 필(泌) 에 철괴(鐵拐) 를 합해 拐爲滄起(괴위창기) : 따로 창기(滄起)가 되었으니, 古詩人(고시인) : 옛 시인과 古仙人(고선인) : 옛 선인 古山人(고산인) : 옛 산인(山人) 皆姓李(개성리) : 모두 이씨라네.”라고 하였으니, 李其姓也(리기성야) : 이(李)는 그의 성이요, 滄起又其號也(창기우기호야) : 창기(滄起)는 그의 호이다. 夫士伸於知己(부사신어지기) : 무릇 선비라 함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뜻을 펼칠 수 있지만, 屈於不知己(굴어불지기) :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뜻을 굽힐 수밖에 없다. 鵁鶄鸂鶒禽之微者也(교청계clr금지미자야) : 교청(鵁鶄) 이나 계칙(鸂鶒)은 날짐승 중에서도 보잘것없는 족속이다. 然猶自愛其羽毛(연유자애기우모) :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깃털을 사랑하여 暎水而立翔而後集(영수이립상이후집) : 물 위의 그림자를 비춰보며 뒤를 돌아본 후에야 모여든다. 人之有文章(인지유문장) : 사람에게는 문장(文章)이 있으니, 豈羽毛之美而已哉(기우모지미이이재) : 어찌 깃털의 아름다움 따위가 미칠소냐. 昔慶卿夜論釰(석경경야론일) : 옛날 경경(慶卿)이 야밤에 검술을 논할 때 盖聶怒而目之(개섭노이목지) : 합섭은 노하여 눈을 부릅떴다. 及高漸離擊筑(급고점리격축) : 고점리(高漸離)가 축(筑)을 연주할 때에 荊軻和而歌(형가화이가) : 형가는 화답하여 노래를 하다가 已而相泣(이이상읍) : 이윽고 서로 울기를, 旁若無人者(방약무인자) : 마치 주위에 아무런 사람이 없듯이 하였다 夫樂亦極矣(부악역극의) : 본디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復從而泣之(부종이읍지) : 다시 울게 마련이니 何也(하야) : 이것은 무슨 까닭일까? 中心激而哀之無從也(중심격이애지무종야) : 마음이 격동하여 슬픔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으니, 雖問諸其人者(수문제기인자) : 비록 그들에게 직접 묻는다 한들 亦將不自知其何心矣(역장불자지기하심의) : 역시 스스로 어떤 마음으로 그리 되었는지 모를 것이다. 人之以文章相高下(인지이문장상고하) : 사람이 문장으로 서로의 고하를 가리는 것은 豈區區釖士之一技哉(기구구釖사지일기재) : 어찌 구구한 검사(劍士)들의 한가지 기술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虞裳其不遇者耶(우상기불우자야) : 우상은 불우한 자인가 何其言之多悲也(하기언지다비야) : 그의 말은 어찌 이리도 많은 슬픔을 담고 있었을까? 鷄戴勝高似幘(계대승고사책) : “닭 머리에 이고 있는 벼슬은 높다란 머리싸개 같고, 牛垂胡大如袋(우수호대여대) : 소 목에 늘어진 멱살은 큼직한 자루 같네. 家常物百不奇(가상물백불기) : 집안에 물건이야 기이할 리 없겠지만 大驚恠槖駝背(대경괴탁타배) : 놀랍고도 놀랍구나, 저 탁타(橐駝) 불룩한 등.” 未甞不自異也(미상불자이야) : 과연 그는 자신이 남다름을 알렸다. 及其疾病且死(급기질병차사) : 우상은 병이 생겨 죽음이 임박했을 때 悉焚其藁曰(실분기고왈) : 그가 지은 글들을 남김없이 불사르며 말하기를, 誰復知者(수부지자) : “누가 다시 이것을 알아줄꼬.”라고 하였다. 其志豈不悲耶(기지기불비야) : 그 뜻이 어찌 슬프지 않다고 하리요. 孔子曰(공자왈) :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才難(재난) : “재주는 얻기 어렵다더니 不其然乎(불기연호) :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管仲之器小哉(관중지기소재) : 관중(管仲)의 그릇은 작기도 하구나.”라고 하였다. 子貢曰(자공왈) : 또 자공(子貢)이 묻기를, 賜何器也(사하기야) : “저는 어떤 그릇입니까?” 子曰(자왈) : 공자께서 대답하시기를, 汝瑚璉也(여호련야) : “너는 호련(瑚璉)이다.”라고 하였다. 盖美而小之也(개미이소지야) : 대개 남들에게 아름답다고 칭송받는 것은 작은 것이다. 故德譬則器也(고덕비칙기야) : 그러므로 덕은 그릇이며 才譬則物也(재비칙물야) : 재예(才藝)는 그 안에 담기는 물건과 같다. 詩云(시운) : 《시경(詩經)》에서 이르기를, 瑟彼玉瓚(슬피옥찬) : “아름답도다 옥잔(玉盞)이여, 黃流在中(황류재중) : 누런 술이 차 있구나.” 易曰(역왈) : 또, 《역경(易經)》에서도 이르기를, 鼎折足覆公餗(정절족복공속) : “정(鼎) 다리가 부러지니 그 안의 음식이 엎어지네.”라고 하였다. 有德而無才(유덕이무재) : 덕만 있고 재주가 없다면 則德爲虛器(칙덕위허기) : 그 덕이란 빈 그릇과 같은 것이며, 有才而無德(유재이무덕) : 재주만 있고 덕이 없다면 則才無所貯(칙재무소저) : 그 재주를 담을 곳이 없는 것이며, 其器淺者易溢(기기천자역일) : 그 그릇이 얕다면 넘치기 쉬운 것이다. 人參天地(인참천지) : 인간이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여 是爲三才(시위삼재) : 삼재(三才)를 이루었으니 故鬼神者才也(고귀신자재야) : 귀신이 재주라면 天地其大器歟(천지기대기여) : 천지는 커다란 그릇이 된다. 彼潔潔者福無所寓(피결결자복무소우) : 저 지나치게 고결한 척하는 자는 복이 붙을 여유가 없으며, 善得情狀者(선득정상자) : 정상(情狀) 헤아리기에 능한 자에게는 人不附(인불부) : 사람이 붙으려 하지 않는 법이다. 文章者天下之至寶也(문장자천하지지보야) : 문장이란 것은 천하의 지극한 보물이다. 發精蘊於玄樞(발정온어현추) : 확연히 드러나는 중추(中樞)로 쌓인 정화(精華)를 발휘하며, 探幽隱於無形(탐유은어무형) : 형체가 없는 곳에 감추어진 그윽함을 찾는 것이다. 漏洩陰陽(루설음양) : 음양을 누설하면 神鬼嗔怨矣(신귀진원의) : 귀신이 노할 것이다. 木有才(목유재) : 나무가 재(材木)로서의 가치가 있다면 人思伐之(인사벌지) : 사람은 그것을 베려한다. 貝有才(패유재) : 자개가 재(財貨)로서의 가치가 있다면 人思奪之(인사탈지) : 사람은 그것을 빼앗으려 한다. 故才之爲字(고재지위자) : 그러므로 ‘재(才)’라는 글자는 內撇而不外颺也(내별이불외양야) : 안을 향해 삐침이 있을 뿐, 바깥을 향해 날림은 없는 것이다. 虞裳一譯官(우상일역관) : 우상은 일개 통역관에 불과하다. 居國中(거국중) : 나라 안에 있을 때에는 聲譽不出里閭(성예불출리려) : 명예가 마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衣冠不識面目(의관불식면목) :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이 그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 一朝名震耀海外萬里之國(일조명진요해외만리지국) : 그러나 하루아침에 해외 만 리나 떨어진 나라에서 그 이름을 떨쳐 빛낸 것이다. 身傾側鯤鯨龍鼉之家(신경측곤경룡타지가) : 그 몸은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곤경룡타(鯤鯨龍鼉)의 집으로 이끌려 다녔다. 手沐日月(수목일월) : 그 손은 해와 달을 윤택하게 만들고, 氣薄虹蜃(기박홍신) : 그 기상은 무지개와 신기루처럼 사방을 덮은 것이다. 故曰(고왈) : 옛말에 이르기를 慢藏誨盜(만장회도) : ‘간직함을 게을리함은 도적을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魚不可脫於淵(어불가탈어연) : 물고기는 연못을 떠나서는 안 되는 법이고 利器不可以示人(리기불가이시인) : 이기(利器)는 사람에게 내보이면 안 되는 법이다. 可不戒哉(가불계재) : 어찌 경계할 일이 아니겠는가. 過勝本海作詩曰(과승본해작시왈) : 그가 지은 ‘승본해(勝本海)’라는 시를 살펴보자. 蠻奴赤足貌魀(만노적족모개) : “남쪽 오랑캐 맨발은 도깨비 모양새, 鴨色袍背繪星月(압색포배회성월) : 오리 같은 옷 등짝엔 별․달을 그렸다네. 花衫蠻女走出門(화삼만녀주출문) : 색동옷 오랑캐 여인 문 밖으로 뛰어가는데 頭梳未竟髽其髮(두소미경좌기발) : 빗질 채 마치지 않았는지 머리카락 뭉쳤다네. 小兒號嗄乳母乳(소아호사유모유) : 아이 울어 목이 쉬니 유모는 젖 먹이고 母手拍背鳴嗚咽(모수박배명오인) : 손으로 등 두들기니 아이는 꼴딱꼴딱. 須臾擂鼓官人來(수유뢰고관인래) : 잠시 북을 치자 관인(官人)이 나타나니 萬目圍繞如活佛(만목위요여활불) : 많은 사람들 둘러싸길 활불(活佛)이라도 온 듯하네. 蠻官膜拜獻厥琛(만관막배헌궐침) : 오랑캐 벼슬아치 모배(膜拜)하고 침신(琛賮) 바치니 珊瑚大貝擎盤出(산호대패경반출) : 산호와 큰 패물이 쟁반 위에 올려 있네. 眞如啞者設賓主(진여아자설빈주) : 진실로 서로가 벙어리라 손님 주인 대충 앉아 眉睫能言筆有舌(미첩능언필유설) : 눈치로 대화하니 붓에도 혀가 있는 격. 蠻府亦耀林園趣(만부역요림원취) : 오량캐 관아에도 정원 가꾸는 취미 있어 栟櫚靑橘配庭實(병려청귤배정실) : 병려(栟櫚)와 파란 귤 뜰 안에 심어져 있네.” 病痔舟中臥(병치주중와) : 배 안에서 치질(痔疾)에 걸렸을 때, 念梅南老師言(념매남로사언) : 누운 채 매남노사(梅南老師)의 말을 생각하고 乃作詩曰(내작시왈) : 지은 시는 다음과 같다. 宣尼之道麻尼敎(선니지도마니교) : “선니(宣尼)의 도(道)와 마니(麻尼)의 교(敎) 經世出世日而月(경세출세일이월) : 세상을 다스리니 해․달 같이 환하네. 西士甞至五印度(서사상지오인도) : 일찍이 서양 사람 오인도(五印度)에 이르렀으니 過去現在無箇佛(과거현재무개불) : 예나 지금이나 부처님뿐이라네. 儒家有此俾販徒(유가유차비판도) : 선비들 가운덴 비천한 장사치도 있어 ?弄筆舌神吾說(?롱필설신오설) : 붓으로 희롱하며 혓바닥은 귀신 같네. 披毛戴角墜地犴(피모대각추지안) : 털 헤치고 뿔 이고 지옥으로 떨어져 當受生日欺人律(당수생일기인률) : 생명을 잡혔으니 인율(人律)을 기만한 죄라. 毒焰亦及震旦東(독염역급진단동) : 독기 품은 불꽃은 진단(震旦) 동쪽까지 미쳤으니 精藍大衍都鄙列(정람대연도비렬) : 수많은 절들이 고을마다 늘어설 수밖에. 睢盱島衆怵禍福(휴우도중출화복) : 경박스런 섬주민들 화복(禍福)을 두려워해 炷香施米無時缺(주향시미무시결) : 향불 사르고 공양미 바침이 쉴 새도 없다네. 譬如人子戕人子(비여인자장인자) : 사람에 비유하면 남의 자식 죽여 놓고 入養父母必不說(입양부모필불설) : 그 부모 돌보는 격이니 이 어찌 말이 되랴. 六經中天揚文明(륙경중천양문명) : 육경(六經)은 하늘에서만 문명(文明)을 이루니 此邦之人眼如漆(차방지인안여칠) : 이 나라 사람들은 하나같이 까막눈. 暘谷昧谷無二理(양곡매곡무이리) : 해뜨는 곳과 해지는 곳이 이치 다를 리 없을지니 順之則聖背檮杌(순지칙성배도올) : 이치를 따르면 성인이요 거스르면 도올(檮杌)이라. 吾師詔吾詔介衆(오사조오조개중) : 내 스승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以詩爲金口木舌(이시위금구목설) : 한 수 시를 지어 금구목설(金口木舌)을 이루려네.” 詩皆可傳也(시개가전야) : 이 시들은 모두 세상에 널리 전할 만한 것들이다. 及旣還過所次皆已梓印云(급기환과소차개이재인운) : 급기야는, ‘갈 적에 한번 지나친 곳으로 다시 돌아오니, 지은 시들이 모두 이미 판목(版木)에 새겨져 있었다.’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余與虞裳(여여우상) : 나는 우상과 더불어 삶을 살았지만 生不相識(생불상식) :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다. 然虞裳數使示其詩曰(연우상수사시기시왈) : 우상이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 지은 시를 보이면서, 獨此子庶能知吾(독차자서능지오) : “오직 이 사람만이 나를 알아줄 수 있다.”라고 하였지만, 余戱謂其人曰(여희위기인왈) : 나는 심부름꾼에게 장난삼아 말하기를, 此吳儂細唾(차오농세타) : “이것은 오(吳) 땅 녀석의 가는 침이군. 瑣瑣不足珍也(쇄쇄불족진야) : 너무 자질구레한 것이 진품(珍品)이라고 하기엔 부족해.”라고 하였다. 虞裳怒曰(우상노왈) : 우상은 화를 내며 이르기를 傖夫氣人(창부기인) : “미친 놈이 사람의 성질을 돋우는구나.”라고 하였지만, 久之歎曰(구지탄왈) : 이윽고 탄식하며 말하기를, 吾其久於世哉(오기구어세재) : “내 어찌 이 세상에서 오래 지탱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며 因泣數行下(인읍수행하) : 두 줄기 눈물을 흘렸다. 余亦聞而悲之(여역문이비지) : 나 역시 이 말을 전해 듣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 旣而虞裳死(기이우상사) : 이미 우상은 죽었다. 年二十七(년이십칠) : 그의 나이 이십칠 세였다. 其家人夢見仙子醉騎蒼鯨(기가인몽견선자취기창경) : 집안 사람의 꿈에 술에 취한 선인(仙人)이 푸른 고래를 타고 가는데, 黑雲下垂(흑운하수) : 검은 구름이 드리운 곳에 虞裳披髮而隨之(우상피발이수지) : 우상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그 뒤를 따르더니, 良久虞裳死(량구우상사) : 이윽고 그가 죽었다고 한다. 或曰(혹왈) :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虞裳仙去(우상선거) : “우상은 신선이 되었을 게야.”라고 한다. 嗟呼(차호) : 아아, 슬프도다! 余甞內獨愛其才(여상내독애기재) : 나는 일찍부터 마음속에 홀로 그의 재주를 사랑하였지만, 然獨挫之以爲虞裳(연독좌지이위우상) : 몇 마디 말로써 그의 기운을 꺾은 것이다. 年少俛就道(년소면취도) : 우상은 아직 젊으니 겸손으로써 도를 따른다면 可著書垂世也(가저서수세야) : 훌륭한 글을 남겨 세상에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乃今思之(내금사지) :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니 虞裳必以余爲不足喜也(우상필이여위불족희야) : 우상은 필시 ‘나의 재주로는 그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여겼던 것 같다. 有輓之者(유만지자) : 어떤 사람이 우상을 위한 만사(輓辭)를 지었는데, 歌曰(가왈) : 그 노래에 이르기를 五色非常鳥(오색비상조) : “오색(五色) 영롱한 이상한 새 偶集屋之脊(우집옥지척) : 옥척(屋脊)에 모여들었지. 衆人爭來看(중인쟁래간) : 사람들 다투어 구경하는데 驚起忽無跡(경기홀무적) : 깜짝 놀라 일어서니 간 곳 모르겠네.” 其二曰(기이왈) : 그 두 번째 노래는, 無故得千金(무고득천금) : “까닭 없이 천금(千金) 얻으면 其家必有災(기가필유재) : 그 집에는 재앙이 온다네. 矧此稀世寶(신차희세보) : 하물며 이 희대의 보물을 焉能久假哉(언능구가재) : 어찌 오래 빌릴 수 있을까.” 其三曰(기삼왈) : 그 세 번째 노래는, 渺然一匹夫(묘연일필부) : “하찮은 필부(匹夫)라도 죽는다면 死覺人數减(사각인수감) : 사람들은 그 사라진 것을 깨닫겠지. 豈非關世道(기비관세도) : 어찌 세상 도(道)를 따르지 않으리. 人多如雨點(인다여우점) : 사람 많기야 빗방울 같은걸.” 又歌曰(우가왈) : 또 노래하기를, 其人膽如瓠(기인담여호) : “간담은 박덩이같이 크고도 둥글며 其人眼如月(기인안여월) : 눈빛은 달덩이같이 밝고도 맑았지. 其人腕有鬼(기인완유귀) : 팔뚝에는 귀신이 있었으니 其人筆有舌(기인필유설) : 붓놀림은 혀와 같이 매끄러웠네.” 又曰(우왈) : 또 말하기를, 他人以子傳(타인이자전) : “남들은 자식에게 전해주지만 虞裳不以子(우상불이자) : 우상은 자식에게 전하지 않아. 血氣有時盡(혈기유시진) : 피끓는 기운은 어느 때고 다하지만 聲名無窮已(성명무궁이) : 드높은 이름은 영원히 남으리.” 余旣不見虞裳每恨之(여기불견우상매한지) : 나는 우상을 만나보지 못한 것을 항상 한으로 여겼다. 且旣焚其文章無留者(차기분기문장무류자) : 그의 문장은 이미 그의 손에 불살라져 남겨진 것이 없으니, 世益無知者(세익무지자) : 세상에선 더욱 그를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乃發篋中舊藏(내발협중구장) : 이제 상자 안의 오래 된 글들을 꺼내어 得其前所示纔數篇(득기전소시재수편) : 그가 일전에 보여준 글 몇 편을 찾을 수 있었다. 於是悉著之(어시실저지) : 이것들을 모두 옮김으로써 以爲之傳虞裳(이위지전우상) : 우상에 관한 전기(傳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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