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마르 12,43-44.)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 대해 히에로니무스와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가 이렇게 말합니다.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동전 두 닢을 넣었습니다. 그러나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놓은 까닭에 그 여인은 다른 모든 부자보다 더 많은 선물을 하느님께 바쳤다고 일컬어집니다(마르 12,43-44 참조). 하느님께 바치는 선물은 그 무게로 따지지 않고, 그 사람의 선한 의지로 재는 것입니다(히에로니무스 『서간집』(율리아누스에게 보낸 편지) 118,5).
참고로, 히에로니무스는 347년경에 오늘날 크로아티아에서 부유한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로마에서 공부하고 안티오키아에서 사제품을 받고, 콘스탄티노플에서 활동하다가, 로마로 가서 다마수스 교황님의 비서 신부로 활동했습니다. 교황님이 히에로니무스에게 쉬운 라틴어로 신·구약 성경을 다시 번역하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라틴어로 된 신·구약 성경이 있었지만, 너무 어려운 라틴어로 쓰여 있었습니니다. 다마수스 교황님이 돌아가시자, 베들레헴으로 가서 남‧녀 수도원을 세워 수도원의 지도 신부로 활동하면서, 신구약 성경을 아주 쉬운 라틴어 성격으로 다시 번역했습니다. 베들레헴에 있는 주님 탄생 대성전에 가면, 히에로니무스 경당이 있습니다.
자선을 베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집과 옷과 신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동전 두 닢만을 헌금함에 넣은 가난한 과부에 대해 그리스도께서 하신 말씀을 읽어 보십시오(참조: 마르 12,43; 루카 21,3-4). 그리고 걱정을 내려놓으십시오. (만일 그대가) 비록 지독하게 가난하고 거지들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면서도 동전 두 닢을 넣는다면 그대는 힘닿는 대로 모든 일을 다 한 것입니다. 보리빵 한 조각밖에 없으면서도 그것을 나누어 준다면 그대는 자선 행위의 핵심에 다다르게 될 것입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마태오 복음 강해』 52,4).
참고로,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워낙 강론을 잘 해서 ‘크리소스토무스’(황금의 입, 금구)라는 존칭을 받았습니다.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가 된 요한은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사제들과 황실과 귀족들에게 검소한 삶을 살라고 요구했습니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지 말라는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권유에 기분이 상한 에우독시아 황후와 황제가 요한을 유배보냈습니다. 요한은 유배지로 가다가 “하느님은 이 모든 것을 통하여 찬미받으소서. 아멘.”이라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존자 베가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 있는 지향이 보화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살피시는 주님께서는 그 사람의 지향을 보고 그 사람의 결과를 판단하십니다. … 우리 마음 안에 있는 것의 무게를 재시는 주님께서는 동전 두 닢을 성전에 봉헌한 과부의 행동을 부자의 엄청난 기부금보다 더 좋아하십니다(참조: 마르 12,42-44; 루카 2,1-4)(존자 베다 『복음서 강해』 2,25).
참고로, 수도원장으로 있던 친척이 일곱 살짜리 베다(672년경)를 수도원에서 살게 했습니다. 베다는 30살 때 사제품을 받고 평생을 수도원에서 살았습니다. 베다는 매일 부르는 성가와 성경 공부에 정성을 다했습니다. 배우고 가르치고 쓰는 것이 그에게는 늘 큰 기쁨이었습니다. 9세기에 사람들은 베다를 ‘존자’, 즉 ‘존경스러운 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 단테는 베다를 태양이 빛나는 하늘에 있는 위대한 스승이라고 칭찬했습니다(「천국」 10,131).
하느님께서는 돈의 양을 보시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의 마음, 그 사람의 지향을 보십니다. 그래서 비록 과부가 동전 두 닢을 넣었지만,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다 넣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가난한 과부를 칭찬하신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암브로시우스가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는 여러분을 보고 계십니다. … 그러므로 여러분은 여러분의 하느님이신 주님 앞에 빈손으로 나아가지 마십시오. 자비의 빈손, 믿음의 빈손, 정결의 빈손으로 나아가지 마십시오. 주 예수님께서는 부덕한 사람이 아니라 많은 덕을 지닌 사람을 눈여겨보시고 칭찬하십니다(암브로시우스 『과부』 5,32).
참고로, 밀라노의 대주교 암브로시우스는 트리어에서 로마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암브로시우스는 372년경에 서로마제국 황제의 관저가 있는 밀라노의 집정관(지방장관)이 되었습니다.
암브로시우스는 374년에 세례를 받고 그해 12월 7일 주교품을 받았습니다. 암브로시우스는 신자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신학을 배웠습니다.
390년 테살로니카에서 군중이 폭동을 일으키자,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수천 명을 죽였습니다.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390년 성탄절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밀라노 대성당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암브로시우스는 공적으로 참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성당에 들어올 수 없다고 황제를 가로막았습니다. 황제는 어쩔 수 없이 그냥 돌아가 다음 공적으로 참회를 한 다음 부활절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암브로시우스가 죽기 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는 선하신 주님을 모시고 있기 때문입니다.”「암브로시우스의 생애」 45,2) 암브로시우스는 397년에 죽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결코 주님 앞에 빈손으로 나아가지 맙시다. 자비의 빈손, 믿음의 빈손, 정결의 빈손으로 나아가지 맙시다. 자비와 믿음, 정결과 겸손을 두 손에 가득 담고 주님 앞에 나아갑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