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동행하는 바람]
바다
1
시댁 동구밖 깊은 바다에서 셋째놈 태몽에
키 넘는 물고기 한 마리 낚아 올렸다
바다에서 얻은 자식
배타고 멀리 나가 30년 돌아오지 않는
시아버님 자식
배타고 멀리 나가 30년 돌아오지 않는
시아버님 바다.
2
모래톱 현란한 물가를 걸으며
나는 벌거벗은 맨발이어도
곰살가운 그의 말소리엔 대답하지 않으리
그대 노래 날 재우고
미역타래 빨듯 내 머릿단 그 물살에 맡길지라도
난 대답하지 않으리
흘린 눈물 짭짤한 몇 나절이
지금 바다에 젖어 같이 흐르네.
3
소녀적 내 동무는
소녀적에 죽어 산에도 못 묻히고
뼛가루 분가루 되어 바다로 울며 가서
온 바다에 딩굴며, 킬킬대며 춤을 추네
바다가 내 발목을 놓지 않네
까불거리던 내 동무의 습기 많던 손
그리워라
밀려와서 싸리꽃처럼 부서지네.
4
백수광부여, 홑적삼 입은 백수광부여, 물 건너가거라
당신 아내 울부짖으며 그대 목숨 따라와도
귀 막고 미친 듯 물 건너가거라
이 세상의 절반만한 장대한 여인이
젖 불은 가슴을 뒤채기면서
그대 취한 걸음, 건너가길 기다린다
머리 푼 아침 해도 즐펀히 누워
황금 날개 돋혀 날아가길 기다린다
5
어린 것들을 모두 불러 바다를 향해 앉힌다
아가야, 네 창에는 무엇이 보이느냐
산호, 진주, 수평선을 접고 가는 젖은 갈매기
바다 끝 먼 파도가
그들 가슴 복판에서 부서질 때까지
어린 것들을 모두 불러 바다를 향해 앉힌다
바닷속에는 무엇이 있어?
바닷속에는 세상이 있단다
세상은 모두 녹아 바다로 간단다
큰 바다지? 무서운 바다지?
아니다, 무섭지 않다 아가야
왜 엄마? 왜 엄마
만리 밖 용궁에서 불을 밝히고
용왕님이 아득하게 헛웃음을 치신다.
6
두렵고 허허로워라
천산을 잘라다가 하해를 메꾸네
내 빈곤과 열망의 빈 자리를
그대 풍기는 바람결이 메꾸어가듯
천산을 잘라다가 하해를 메꾸네
홈 패인 뒷굼치마다 바다는 다시 울며 고여
날 눌러 여기 주저앉히고
육신의 도처에서 피리소리를 네내
뼈와 살이 출렁이어 한 웅큼 손바닥 밑에 남도록
멀미하는 전신으로 노래부르네.
7
내 집 뜨락에 내리는 바람에선
빛 바랜 돛폭의 향기
날만 새면 아이들은 골목에서 파도소리처럼 떠들고
가족들은 비린내 나는 식탁에 둘러앉았다
내 의식의 멀고 가까운 선창에서는
범선 두어 척이 사철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