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은 전쟁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정적들에게 전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북한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장악하는 데는 성공했다. 김일성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한을 되살려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에서는 쌀밥을 ‘이밥’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약속이 3대 세습으로 내려오는 60년 넘는 정권에서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무척 딱하다. 지난 10월 10일, 북녘 땅 평양에서는 세계평화에 큰 위협이 되는 경악을 금치 못할 가공할 무기의 시위를 했다. TV 화면을 통해 그 장면들을 보는 순간 저 무기의 생산에 들어간 돈으로 ‘인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1950년대 북한의 남침전쟁(한국전쟁)이 끝난 후 대한민국의 경제사정도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1977년 ‘녹색혁명성취’를 선포하고 통일벼를 개발해 쌀 자급에 성공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최상의 쌀을 골라 가며 ‘쌀밥(이밥)’을 마음껏 지어 먹는 나라가 되었고 현재는 쌀이 남아도는 풍요를 누리고 있다.
‘고깃국’은 통상 가축의 으뜸 소(牛)고기로 끓인 ‘소고기국’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이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탕(국) 문화가 유독 발달했다. 적은 분량의 고기에 무와 파 등 각종 채소를 넣어 많은 양의 탕으로 끓이는 고깃국은 궁핍했던 시절에는 음식문화의 기본이자 상징처럼 되어 있었다. 특히 단체급식의 경우에는 매우 편리하고 실리적인 레시피였다. 하지만 지금은 식문화가 양(量)에서 질(質)로, 한걸음 더 나아가 ‘멋’으로까지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식탁에서는 누가 뭐래도 소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으뜸으로 대접받는다. 수많은 가축 중에서 소가 으뜸, 즉 ‘우두(牛頭)머리’인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인류문화에서 소는 안정된 식량과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가축화시킨 대표주자다.
소는 인류문화에서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 7,000년 전쯤부터 가축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이집트나 바빌로니아 때부터 소는 재산권이 인정되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농가의 가장 큰 재산목록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한동안 농촌 청년들의 대학 학자금 마련에 소가 큰 몫을 했다. 심지어 소 판 돈을 받아 대학을 운영했다는 것에 빗대어 대학건물을 ‘우골탑(牛骨塔)’이라 부르는 우스갯소리까지 떠돌았었다.
소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역할은 밭갈이와 운반 등 노동력과 고기・젖 등의 식품이 주였지만 지금은 소의 노동력은 거의 제공받지 않는다. 식품으로 제공받는 소도 ‘고기소’와 ‘젖소’로 엄격하게 구분 사육하고 있다. 소의 피혁을 제공받는 경우 젖소나 고기소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가축이었던 소가 가축(家畜) 아닌 또 다른 의축(醫蓄) 분야로도 인류에게 공헌을 한다니 생명공학 기술이 찾고 있는 미래 축산의 중심에 소의 비중이 크게 차지하는 셈이다.
지금 우리는 한 끼 식사가 단순히 배고픔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충족을 넘어 그 이상의 즐거움이 되고 있다. 가정식이나 외식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소고기의 부위와 영양가 등을 정확하게 알고 먹는 것이 바람직한 식도락이 될 수 있겠다.
1 늘푸름홍천한우프라자
2015 대한민국 명품브랜드대상 수상업소
2015 대한민국 명품브랜드대상을 수상한 ‘농업회사법인㈜ 늘푸름홍천한우’는 홍천 최고의 한우전문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제일의 명품 축산물을 손님에게 내놓겠다는 이 업소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 홍천IC로 나가면 금방 닿을 수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시간은 40분이면 된다.
전국 방방곡곡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개통되고 나니 우리들 삶의 형태도 빠르게 달라졌다. 홍천에 있는 많은 산들이 서울 근교에 있는 산처럼 느껴지게 되었고 실제로 당일치기 산행을 하는 등산객도 많아졌다. 마찬가지로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소재한 식당들은 점심손님 대부분이 서울에서 온다고 한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홍천인삼・ 한우명품축제기간 중 이 업소를 방문했다. 취재에는 이 법인의 사업기획단장 이종헌(李鍾憲) 박사(농업경제학)가 함께해 주었다. 축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이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눈 90여 분간은 참으로 소중한 공부가 되었다. 이 박사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소 이야기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민족이 소와 맺어 온 인연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나라 토종 소는 단군시대 때부터 그대로 보존되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단체의 두령을 ‘우두(牛頭)머리’라고 한다는 이야기에서 이 박사는 “가축의 우두머리인 소의 덕을 단단히 보았고 지금도 그 덕분으로 잘 살고 있다”고 했다. 특히 농촌에서 자란 그는 대학 등록금을 낼 때마다 집에 있는 소 한 마리를 우시장에 끌고 가서 팔아야 했다며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소는 따뜻한 기후보다는 차가운 기후에서 잘 견딘다고 한다. 강원도에서도 비교적 기온이 낮은 영서지방 홍천이나 횡성에서 많은 소를 기르는 것이 그 이유라고 했다. ‘늘푸름홍천한우’는 244개 농가가 주주로 참여, 우수한 혈통등록우만을 선별해 고품질 브랜드육으로 생산해 낸다고 한다.
농가당 한우사육 수는 300두 이상에서 적게는 10여 두를 사육하는데 이 소들은 국제적인 위생 관리 기준을 갖춘 가공 사업장에서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을 통해 도축과 가공, 그리고 판매 관리까지 법인에서 맡아서 한다고 했다.
최고의 안전성과 고품질의 한우고기로 생산된 고기는 서울을 비롯한 경기권의 도시로 가져가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홍천으로 와서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 영업의 기본방침이라고 했다.
고품격의 한우고기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한우 월령(月齡) 30개월 미만을 기준치로 하고 25개월째 도축한 고기가 최고라고 한다. 이곳 한우프라자를 찾는 손님들은 서울 고기값과 비교하게 되는데 생산지에서 유통과정을 완전 배제해 정말 싼 값에 최상의 고기를 먹게 되었다며 고마워한다고 했다.
소 한 마리의 무게는 500~1,000kg이고 평균치가 750kg이다. 소 한 마리 고기의 공식적인 분류는 39개라는데 우리가 흔히 즐겨 먹는 부위는 등심, 안심, 우둔살, 채끝살 정도로 많지 않다고 한다.
2 홍천강민물매운탕
어부가 직접 잡은 민물고기로 만드는 매운탕
홍천강에는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이 사계절 흘러내린다. 홍천강민물매운탕식당은 홍천강 상류 가까운 곳에 있는데, 주인인 이상학씨는 어부다. 군청으로부터 어업권을 발급받아 지정된 수역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올린다. 주로 2인 1조로 저녁에 강에 가서 한 사람은 배를 몰고 한 사람은 그물을 친다. 그물은 새벽에 나가서 걷어 올린다. 이렇게 직접 잡은 민물고기로 손님들의 식탁에 올릴 매운탕을 맛있게 끓여 낸다. 이러한 식당의 매운탕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먹고 싶어질 것이라는 것이 안주인의 설명이다.
이씨가 잡는 물고기는 메기와 빠가사리, 잉어, 참붕어, 모래무지, 매자, 꺽지, 피라미 등 다양하다. 가끔 쏘가리와 장어가 잡히기도 한다고 한다.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 이후 서울과 경기도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고 했다. 홍천 근교의 산을 오르는 많은 산악회의 단체손님들도 수시로 만나게 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식당 안 벽면은 온통 다녀간 손님들의 흔적으로 도배되어 있다. 특히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 ‘송해 오빠’의 큰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 3 내고향손두부
매일 아침 집에서 만드는 두부
홍천군 북방면은 홍천읍과 인접한 지역이고 이 일대는 깔끔한 음식점들이 산재해 있다. 내고향손두부식당 가까운 곳에는 군부대가 있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외출하면 이 업소를 많이 찾아 높은 수준의 음식을 차려 내어야만 다른 업소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한다.
업주 허남숙씨는 매일 아침 집에서 직접 두부를 만들어 손님들의 식탁에 올린다고 했다.
강원도지사의 ‘웰빙식단인증’을 받은 것이 손님들에게 큰 신뢰를 준다고 했다. 예쁘게 지은 식당 건물의 벽면에는 장독이 있는 정겨운 시골 기와집과 옛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는 초가집 풍경이 그려져 있어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훈훈하게 한다.
- 4 장수횟집
강재구기념관 가는 길가 송어회 전문점
홍천군 북방면 성동로에는 강재구 소령 추모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강재구 소령은 1965년 10월 4일 베트남전 파병 직전 수류탄 투척 훈련 중에 한 병사가 실수로 던진 수류탄을 온 몸으로 막아 산화했다. 추모공원에는 그의 살신성인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해 기념비가 세워졌고, 기념관에는 그가 살아 온 생전의 기록들이 소장되어 있다.
이 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 홍천시내버스 화동리 정류장 아래쪽에는 송어회 전문점 ‘장수횟집’이 있다. 업주 전용일(田龍一)씨가 부인 김부영씨와 둘이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홍천군내에서는 이름깨나 알려져 있는 업소다. 송어는 ‘송어의 고장’ 평창에서 공급받는다고 했다.
- 5 홍천가든
주인 부부의 러브 스토리가 음식 맛을 돋우다
지난 봄, 대구 팔공산 행사에 갔다가 갓 군대를 제대한 손자뻘 되는 나이의 후배가 “선배님 <월간山>에서 홍천이야기를 많이 읽었습니다. 화랑사도 가 보셨겠네요?”라고 물었다. ‘화랑사’는 생소한 이름이어서 조금 난감했다. 그런데 이번에 화랑사를 가보았다. 홍천가든이 바로 화랑사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화랑사는 군인들이 불공을 드리는 사찰이었다.
해거름 숲속에 자리한 운치만점의 홍천가든에서 갈비탕을 주문하고는 간호사 출신인 안주인 김미희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곱상한 인상, 친절미가 철철 넘쳐나는 여인이었다. 이 여인의 이야기가 재밌다.
병원에서 근무를 할 때 멋진 사내가 환자로 병실에 누워 있기에 ‘아! 바로 이 남자다’하는 생각이 들어 가로챘다(?)는 것이다. 남편 김영대씨에게 “부인이 먼저 프로포즈를 했다면서요”하고 물었더니 김씨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했다. 병상에 누워 그 간호사를 본 순간, ‘아! 천사!! 바로 이 간호사가 천사’ 라는 감동으로 먼저 청혼했다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을 빨간 장미송이 꽃바구니 앞에 앉게 하고 사진을 찍는 순간, 덩달아 행복해졌다. 그날은 바로 ‘천사의 생일’이었다.
- 6 북방뫼막국수
홍천 막국수의 참 맛
강원도 지역을 다니면서 막국수집 간판과 마주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홍천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홍천은 ‘춘천막국수’의 본향 춘천과 맞닿아 있는 고장이다. ‘북방뫼막국수’는 이 지역 막국수집의 원조임을 자임한다. ‘원조’란 ‘첫 대의 조상’이 원래의 뜻인데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한 사람’을 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유별나게도 식당이름 앞에 ‘원조’를 붙이는 경우가 허다한데, 실제로 그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인지를 따질 필요야 없겠지만 고객들을 만족스럽게만 해준다면 문제될 바가 없겠다.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서울 공덕동의 한 골목에는 수많은 ‘최대포집’이 있었다. 첫 번째 ‘최대포집’ 영업이 잘 되자 다른 한 사람이 그 옆에 ‘원조 최대포집’ 문을 열었다. 그 다음에는 ‘진짜원조 최대포집’이 개업했고, 연이어 ‘원조’와 ‘최대포’가 들어 간 수많은 업소가 생겨 났었다.
원조 왔다 다슬기해장국
다슬기만 잡아 올리는 어부의 집
다슬기는 맑은 물에서만 산다. ‘원조 왔다 다슬기해장국(대표 이청중)’은 청정1급수 홍천강에서 나는 다슬기만으로 다슬기해장국, 다슬기전, 다슬기전골 등을 차려낸다. 다슬기는 예로부터 ‘물속의 웅담’으로 불리면서 그 효능이 입증되었다. 이 지역에선 별나면서도 긴 이름인 ‘원조 왔다 다슬기해장국’이 홍천 최고의 업소로 소문나 있다.
넓은 주차 공간, 8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메뉴 다슬기해장국 7,000원. 다슬기전 1만 원. 다슬기전골 2만5,000~3만5,000원
전화 033-435-0451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홍천로 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