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서울 신림동 관악산 등산로에서 60대 남성 김모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4㎡짜리 ‘쪽방’에서 월세 15만원(보증금 50만원)을 몇 달 간 내지 못하며 미안해하던 그는, 며칠 전 집주인에게 전화로 “월세를 계속 못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방에 있는 짐은 다 버려주세요.”라고 말하고 자살한 것이다.하필 26일인 어제는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지 꼭 3년째 되는 날이다. 그 이후 몇 번의 비슷한 죽음이 있었고, 며칠 전 또 김씨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등장한다.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은거요."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그렇다. 김씨의 자살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최후의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건과 달리 집주인이 배려를 해주었음에도 그는 죽음을 선택했다. 그런 면에서 김씨가 ‘긴급복지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거나, 주민센터가 그의 집에서 도보로 5분(200m) 거리였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있고나서 정부는 ‘세모녀법’(복지3법)을 제·개정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기 어렵다. 관련 예산이 늘긴 했지만, 잠재적 수급 대상자가 직접 행정기관을 찾아가 신청하고, 그 과정에서 빈곤함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신청주의’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관련 사건들은 빈곤계층의 복지문제와 더불어 부족한 주거정책에도 그 원인이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과 너무 비싼 월세가 기본적인 인간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먹지 못하고, 편히 누울 곳이 없어서 비참해 지는 일만큼 비참한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거정책은 단순히 복지정책이 아니다.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최후의 보루일 수도 있는 것이다.
녹색당은 이미 부양의무제 폐지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취약계층의 주거지원 강화 등을 핵심 정책으로 공약한 바 있다. 정부와 국회는 사건과 같은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법들을 실효성 있게 재․개정하길 촉구한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2017.02.27
녹색당 서울특별시당
첫댓글 마음이 아프네요. 평안한 곳에서 안식하시길...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갈곳이 없는 사람은 많지만 하소연 할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노숙자당이라도 하나만들어 소통의 통로를 열어야할 듯 합니다
굶어도 모여서 굶는다면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