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청풍김씨 파보서
譜者 所以保其族也. 保族之道 甚多 而惟孝悌爲重. 無孝勞悌 譜何能保其族也? 今國家多事 民族尙難 尙難自保 況保其一族乎? 然不能保一族者 亦不能保民族. 不能保民族者 亦不能保國家. 故保國在保民 保民在保族.
今此譜欲保族 而亦不能忘保國矣. 吾金三韓古族也 槐棘相望. 沙麓有虞與國家 同休戚 而愛國愛族 不可餘他族比也. 中葉黨禍激甚 幾於相殘? 只知有黨 不知有國 故有識厭避. 取以我直長先祖 挈家踰嶺者 欲避 族內構禍也. 息菴夢村兩公 與干人爭論 故先祖 戒子孫 勿就公車 使子孫世世 講學以詩禮聞矣. 處士公 遁世無炯 子孫世守. 庭訓高踏寡過 皆祖先之陰佑也.
年前雲養 允植 台成 大同譜 尤過三十許年 子孫之生卒嫁娶 茫然不記 與有乖於保族之道矣. 族從鎭洪君 憤然發漾 大同譜引力綿 不能爲成河淸 亦無妨矣, 爲都事公裔者 只此咸昌族人已耳. 然亦不能 聚落散在棄鄕 余亦離鄕已四十年. 丘壟久不能省掃 遠近後裔 幷在生疎.. 且先余稠零者亦多 皆懞然不記 心甚愧悔孝悌之道 從何以生乎?
初則事甚不緊 故禁而勿識爲忘 更思則保族在成譜 故勉從而記之. 更於我譜內 諸族爲譜者 欲保其族也 保族欲保國也, 無國無族 此過甚明. 居鄕構學修孝修悌 以守先祖之遺訓. 勿樹黨而異之 勿離正而平之 不愧爲大韓之民族. 又不愧爲淸金之民族 是所區區之望也.
족보라는 것은 그 겨레붙이를 보호하기 위하는 까닭으로 있는 것이다. 겨레를 보전하는 길은 아주 많지만 오직 효도와 우애가 중요하다. 효도와 우애(友愛)의 노력이 없으면 족보가 어떻게 그 겨레를 보전할 수 있겠는가? 지금 국가에 많은 일들이 있어서 민족이 아직도 어려워서 스스로를 보존하기도 힘든 판에 더구나 그 한 족속을 보존함이겠는가? 그러나 한 족속을 보전할 수 없다면 역시 민족을 보전할 수 없을 것이다. 민족을 보존하지 못하면 역시 국가도 보전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라를 보전하는 데는 민족을 보존하는 데에 있고 민족을 보전하는 데는 겨레붙이를 보존하는 데 있다.
지금 족보가 겨레붙이를 보존하고자 하지만 역시 나라 보전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우리 김씨는 삼한에 오래 내려온 겨레였으니 높은 벼슬로 서로 바라보았다. 궁실(宮室)에도 나라와 더불어 걱정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였으니 다른 성씨의 겨레붙이와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조선 중엽 당쟁의 재난이 굉장히 심할 때 서로 죽임이 얼마였는가? 당(黨)이 있는 줄만 알고 나라가 있는 것은 생각지 않았으므로 이를 깨닫고 꺼려서 피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 직장공(直長公) 선조를 보면 가족을 이끌고 재를 넘으신 것이 그것을 피하심이었으니 친족 안에 재난이 얽혀있었다. 식암(息菴), 몽총(夢村) 두 어른이 약간의 사람들과 논쟁을 했던 까닭에 선조께서는 자손에게 경계하기를 자손 대대로 관리가 되지 말라 하시고 시(詩)와 예(禮)를 배워 들으라고 하셨다. 처사공은 세상에서 숨고 빛을 드러내지 않으셨으니 자손이 대대로 그것을 지켰다. 가정의 교훈은 벼슬의 지위를 바라지 않고 실수를 적게 하는 것이었으니 다 선조의 숨은 공덕이다.
몇 해 전에 운양 윤식(雲養 允植)과 태성(台成)이 대동보 한지가 30년 이상이나 지나가서 자손의 태어나고 죽음, 결혼한 일들이 아득히 오래 기록되지 않아서 족보의 도리와 어긋남이 있다고 했었다. 족제(族弟) 진홍(鎭洪) 군이 분발하여 일어나서는 대동보를 하려했으나 힘이 약하여 이루지 못하고 가망이 없게 된 것이 큰 문제는 없었는데, 도사공(都事公) 후손들이 다만 함창(咸昌) 친족들뿐이었다. 그러나 역시 할 수가 없었으니 부락이 흩어져 고향을 떠났기 때문이며 나 역시 고향 떠난 지가 이미 40년이다. 선대의 산소를 오래 살펴 관리할 수가 없었으니 멀고 가까운데 후손들이 다 낯설다. 일단 나부터 쇠약해진 이도 많아서 다 정신이 몽롱하여 잘 기억하지 못하고, 마음도 몹시 부끄러우니 효도와 우애의 길을 실천하지 못한 것이 어디로부터 왔는가?
처음에는 일에 그다지 긴장하지 않으므로 꺼리고 잊어버려서 서로 느끼지 못하는데 다시 생각하면 씨족을 보존함에는 족보를 만드는데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힘써서 기록하려는 것이다. 다시 내 족보 속에는 모든 씨족의 족보도 들어있는 것이므로 겨레를 보존하려고 하는 것이고, 씨족을 보존하는 것이 나라를 보전하는 것이니, 나라도 없고 겨레도 없는 이 잘못은 아주 분명한 것이다. 고향에 살면서 학문을 배우고 효도와 우애를 실행해 가는 것은 선조가 남긴 유훈(遺訓)을 지키는 것이다. 당(黨)을 세워 다르게 하지 말고 올바른 바를 떠나지 말고 고르게 하여서 대한민국의 민족이 됨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 또 청풍김씨의 민족이 되는 것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 이것이 조그맣게 바라는 바이다.
<송병혁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