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1일 10월의 편지 이후로 처음 인사드립니다.
사람이 참 간사합니다.
스스로 지키지 못할 약속도 많이 하게 되고 나중에 가서는 그 내뱉은 말을 주워 담기 위해서 또 자리합리화의 말들을 그럴싸하게 풀어내고...
처음 연길로 오면서 소위 “숨어 있는 시간이 되자!”마음 먹었더랬습니다.
‘고아원에 와서 아이들에게 이렇게나 잘해 주면서 또 요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 은근 포장하고 티 내려고 하지 말고 소식도 최소화하고 내공을 쌓는 시간으로 보내자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안하던 페이스북까지 하면서 소통하려고 애를 쓰는 제 모습을 봅니다.
이래저래 SNS나 카톡 등으로 소식을 접하신 분들에게는 중복되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지나간 석달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다시금 한번 살아온 날들을 읊어보면요,
10-12월
10/28일 사랑의집 22주년 기념 생일파티 : 전문가증을 내고 취업비자를 받기 위해서 21일부터 한주간을 한국에 다녀오면서 들어오는 날짜를 사랑의집 개원일에 맞추려니까 29일 어머니 무릎 인공관절 수술일과 날짜가 걸쳐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있는다고 해서 간병을 해드릴수도 없고 해서 들어왔는데 감사하게도 지금은 빠르게 회복해 가시고 계십니다.
비자는 꽤 오래 날짜를 끌긴 했지만 12월14일에 최종 발급되었고 내년 11월1일까지 비자만료일 이어서 매년 10월말에 연장신청을 하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30-12/21일 이사장님 부부 해외출장 : 캐나다,미국, 한국에 걸친 집회 일정으로 이사장님 부부가 출국을 하시게 되면서 주중 저녁8시 모임과 주일오전모임을 인도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은 부모님이 부재중이실 때 더 좋아하는 ..... 모습이었는데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원장에게 건의해서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을 보여주고 주일 점심식사 후에는 항상 운동장에서 축구,야구 또 탁구와 배드민턴을 치면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항상 노는게 일이다! 라는 저만의 지론을 가지고 있던 터라 정말 발목뼈가 쑤실 정도로 함께 뒹굴고 다친 아이들 약발라주고 하는 일의 반복이었습니다.
(또 언제 출국을 하실는지???)
11월하순-12월초순까지 9번의 눈 : 연길은 분지입니다. 어떤 해에는 눈이 겨울내내 1-2번만 오기도 한다는데 올해에는 11월에만 7번, 12월에는 오늘까지 2번의 눈이 내려서 열심히 마당과 진입로에 쌓인 눈을 쓸었습니다. 1시간반 정도 쓸면 땀이 촉촉이 배이는데 이러다 몸짱 되는거 아니냐는 아내의 말에 은근 배가 쏙 들어가는 것을 기대했지만 12월 들어서는 다시금 눈이 뜸해서 몸짱까지는 힘들거 같습니다.
어쨌건 예년에 비해서 날씨가 굉장히 포근하다고 하는데 (평균 최저기온 -15도 정도, 낮최고기온 -5도 정도) 저희 아이들을 비롯해서 모든 아이들이 건강해서 감사하고 실내 온도가 영상18도 정도를 늘 유지할 수 있어서 또한 감사합니다.
(24시간 2인 맞교대로 연탄을 연소시켜서 지하 선로를 통해 온수와 온돌이 되는 방식입니다)
12월24일 성탄 파티 : 어제 저녁8시에 아이들이 1층 거실에 다 모였습니다. 보통 25일날 밤에 사람들이 보내준 선물을 가지고 성탄 트리 아래에서 예수님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각자에게 선물을 나눠 준다고 하는데 케잌이 하루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성탄이브날에 축하파티가 있었습니다. 어떤 부부는 저녁식사로 돈가스를 준비해 와서 일일이 세팅을 해주고 가고 또 어떤 이는 사과박스로, 어떤 이는 새우깡 두박스, ..., 그렇게 여기저기서 섬김의 손길들이 이어졌는데 저희 가정은 처음으로 보내는 성탄을 어떻게 의미있게 지낼까 하다가 마트에 가서 과자를 10종류 정도 사고 포장지에 분류하고 성탄트리 아래에 두었는데 좋아라 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흐뭇했습니다.
본래도 작은 과자선물꾸러미를 계획했지만 연말이라고 특별히 협력꾜회가 신대원 동기가, 친구가, 선배가, 후배가 섬겨 준 재정으로 보다 더 풍성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작년 이맘때에는 강건너 고아원 아이들의 1년치 콩우유 지원을 위해서 모금을 했었는데 올해에는 저들에게까지 전달이 되지 않아 아쉽지만 또 기회가 있겠지요!!!
오늘 말이 상당히 길어지겠는데요~~~ 그래도 성실히 읽어주시리라 믿고,
이제 이후의 시간들에 대해서 잠시 소개해 볼까요?
아이들 방학기간 : 두 아이가 10월 국경절 연휴이후8일부터 학교를 다니기 시작해서 지난 21일에 방학을 했고 오늘까지 영어캠프를 참가하고 있습니다. 가은이도 잘했지만 한 학기를 뛰어넘어 1학년2학기로 입학한 아진이가 아주 기특하게 학교생활을 잘했습니다.
두 개 받침 글자는 제대로 읽지 못하는 상태로 학교를 갔는데 금세 적응하고 중국어와 영어까지 재미나게 익히고 학교 다녀오면 곧바로 숙제부터 하는 모습에 대견하고 학교선생님께도 감사했습니다.
가은이 반은 5명, 아진이 반은 7명이 함께 생활하는데 기말고사 성적을 보니까 저희 두 딸이 전체 평균점수를 20점 정도로 까먹기는 했지만 공부 스트레스 받지 않고 밝게 다니는 모습만 봐도 얼마나 기쁜지요!!!
방학 동안에 가은이는 태권도를 배우고 싶어하는데 시내까지 다니기가 쉽지 않아서 아빠랑 체육, 엄마랑 음악 수업을 하고 주1회 정도는 학교 도서관을 가서 책을 읽힐 생각합니다.
아빠 운전면허 : 어제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쳤습니다. 100문항에 90점을 맞아야 하는데 첫 번 시험에서 보기 좋게 낙방했습니다. 78점~!!! 예상문제집35원 아끼려고 책자를 안 샀더니만 100원 넘게 주고 또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다음주 목요일에는 기필코 합격해서 원내 아이들 등하교도 돕고 원장과 함께 각종 픽업을 하게 됩니다.
내년에는 차량을 한 대 구입할 계획입니다.
저희의 필요에 따라 외출하거나 시장을 볼 때마다 매번 허락을 맡고 다니기도 그렇고 장기적으로 보면 “통돌이”로 통일을 향해 달리는 승합차를 장만해서 열심히 달려볼까 합니다.
제가 최대 9인승까지 운전할 수가 있는데 지금 생각은 한국의 스타렉스나 중국 봉고차 정도가 좋을거 같습니다.
여러분이 이곳을 방문하시게 되는 그 날에는 아마도 제가 직접 운전해서 공항과 기차역으로 픽업을 하게 되겠지요!!!
후인이의 점점 더 늘어나는 개인기 : 후인이의 몸무게를 13키로그램 이후로 재어보지는 않았지만 한주가 다르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잘 먹고 잘 놀고 잘 웃고 잘 자고 이제는 낮은포복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바닥 먼지 청소를 도맡아 하면서 신나게 기어다니고 있습니다.
이유식도 잘 먹고 주변에서 그냥 밥을 먹여도 되겠다고 하는데 때에 맞게 걱정없이 잘 자라주는게 얼마나 큰 은혜인지 새삼 다시금 깨닫고 감사드립니다.
아내의 공간 마련 : 아내가 건반을 후원 받아서 한번씩 연주를 통해 마음을 달랩?니다. 산후조리 잘하면 강철체력으로 거듭난다고들 하는데 후인이가 너무 초강력우량아 여서 그런지 매일 어깨가 쑤시고 손목관절 통증으로 아이고~~ 소리를 달고 지내서 안타깝지만 해줄수 있는건 설거지와 아이 안아주는 일 밖에는.....
이제 아이들도 방학을 해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제가 하루일과에 맞춰 일하는 시간 외에 저희집안 안에서 아내가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정서를 푸는 일을 위해서도 아이들에게 수면제를 먹이든지 해서 어떻게 만들어봐야 겠습니다.
1월중순 중학생 한국 여행 : 북경주재 한국의 대형여행사가 20명의 아이들을 한국으로 여행을 보내 주기로 했습니다. 중3을 중심으로 여학생 10명은 제주도로, 남자 아이들은 부산으로 3박4일을 다녀오게 되는데 제가 같이 가면 재미를 더해줄 자신이 있는데 저도 아쉽고 아이들도 많이 아쉬워 합니다.
같이 가는 성인 형누나들이 통제 보다는 자유를 만끽하게 해주고 오면 좋겠습니다.
다시금 일기를 쓰자!
초등학교 시절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날만 빼먹고 6년내리 일기를 썼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1-2013년까지 3년동안 매일 일기를 쓰다가 지금은 멈췄습니다.
내년 1월1일부터 또다시 저만의 역사기록장을 써내려 가려고 합니다.
내가 만약 이런 시설을 운영해가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들을 대하는 관계에 있어서 느끼는 부분, 중국과 강건너에 대한 이해, 그분이 순간순간 주시는 깨달음과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제가 별로 체계적인 사람이 아닌데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이것을 자산으로 해서 자연스럽게 무엇인가가 만들어져 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2015년을 시작하면서 만들었던 뉴스레터 엽서의 내용이 거의 다 이루어졌습니다.
마음의 소원을 두고 행하시는 아버지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게에는 특별히 만남의 복을 많이 부어주시는데 연변과기대에 10여년 전부터 각별하게 지내던 형님부부가 이제 한국으로 되돌아 가시면서 곁에 있는 좋은 이웃을 하나 멀리 떠나 보내었지만 또 새롭게 마음 나눌 사람들을 붙여 주실 줄 믿습니다.
작년에는 전립선 관련해서 약간의 이상징후가 보이더니 올해에는 수개월 전부터 눈가 가장자리가 자꾸만 하얗게 되어서 연신 손으로 닦아냅니다.
눈꺼풀이 쳐지면서 눈꼽이나 이물질이 끼어서 나타나는 현상 정도로 이해하는데 이제 마흔하나가 되면서 점점더 건강에 후퇴현상이 많아지겠지요
그래도 갈수록 사람 심성은 유해지고 깊어지고 넓어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약자를 상대방의 입장에서 천천히 대해줄줄 아는 그런 사람
제가 꿈꾸는 어른된 모습입니다.
주저리 주저리 써 내려간 글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돈 만원, 5만원 받아 낼 수 있는 사람 정도로 여기지 않고 언제고 마음을 나누고 함께 그 분의 선을 이루어가는 일에 동역자들로 생각하면서2016년도에도 때로는 정기적으로 또 때로는 이따금씩 소식 전하려 합니다.
일일이 답장 없어도 마음 속으로 잘 지내기를 바래주고 여전히 응원해 주시고 또 바르게 이 길을 계속 가도록 점검해 주시는 님들로 바라보겠습니다.
감사하고 또 사랑하고 매일매일 건강&행복하십시오!!!
2015년 성탄절 오전에 모닝커피와 함께 KFC에서 주를향해 달려가는 어리버리 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