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몰아치는 새벽 공기를 가르며 맛보는 일출의 환희란 몸과 마음까지 개운하게 해주는 연말연시 최고의 청량제이다. 동해안 7번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일출 여행에는 칼바람에 얼얼해진 속을 후끈하게 풀어줄 겨울 별미가 있어 더 포만감이 깃든다. 주문진의 도루묵과 양미리, 삼척의 곰치국은 강원도 해안가의 대표적 별미. 그 아래 경북 울진-영덕으로 내려가면 속살 꽉찬 대게가, 포항 호미곶 구룡포에서는 해풍에 시나브로 꼬득꼬득 말라가는 과메기가 겨울 미각을 부추긴다.
말짱도루묵? 金도루묵이지!
도루묵-양미리(강원 강릉)
◇ 도루묵찌개
정동진, 헌화로 등 일출 포인트가 즐비한 강릉에도 겨울별미가 풍성하다. 지금 강릉에는 도루묵, 양미리가 지천이다. 주문진 포구에는 막 배에서 부려 놓은 도루묵을 수북이 쌓아 놓고 흥정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말짱 도루묵'이라며 푸대접 받던 도루묵은 최근 몇년 사이 값비싼 '금도루묵'으로 변신했다. 어획고가 감소한데다 백혈병 예방에 좋다고 해서 원폭 피해를 입은 일본인들이 싹쓸이 수입해가는 바람에 귀하신 몸이 됐던 것.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어획량이 늘며 서민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알이 통통하게 밴 것 20마리가 1만~2만원 선. 무를 깔고 얼큰한 매운탕을 끓여 먹거나 고소한 구이도 겨울철 미각을 돋운다. 주문진 인근 사천항에서 많이 나는 양미리도 제철이다. 사천포구에서는 그물에서 떼어낸 양미리를 말리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1만원이면 70마리 한 무더기를 살 수 있다. 꼬득꼬득 말려 구워 먹거나, 무를 썰어 넣고 국을 끓여도 국물이 시원하다. 주문진항 어부촌(033-662-8352) 등 포구 일원 횟집에서 도루묵 맛을 볼 수 있다. 도루묵찌개 1인분 6000원, 도루묵매운탕 1만5000~2만5000원(3~4인분).
"못생겨도 맛은 좋아"
곰치국(강원 삼척)
신남포구, 해신당, 장호해변 등 빼어난 일출 명소가 늘어선 삼척해변에서는 '못생겨도 맛은 좋은' 곰치국이 별미다. 피부가 흐물하고 생김새가 다소 징그럽지만 일단 국을 끓여 놓으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일명 '물메기', '물곰'으로도 불리는 곰치는 찬바람이 불면 식탁에 오르는데, 곰치를 토막내 신김치를 썰어넣고 푹끓여낸 국물맛이 복어국에 비할 바 아니다. 곰치살을 입안에 물면 흐물거리듯 이내 녹아내리고, 내장의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정약전 선생(정약용 둘째 형)은 '자산어보'에 '물메기는 고깃살이 매우 연하다.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고 썼을 정도. 3~4kg 한마리 경매가가 8000원선. 삼척항 돌고래 횟집(033-573-1373), 임원항 주변 횟집 등에서 곰치국 맛을 볼 수 있다. 한그릇 6000원.
통통 살오른 겨울이 제철
대게(경북 울진-영덕)
◇ 대게잡이
망양정, 죽변항, 삼사해상공원 등 멋진 일출 포인트가 곳곳에 자리해 장쾌한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울진-영덕은 겨울철 '대게'를 맛볼 수 있는 미식의 명소. 요즘 울진 죽변항, 영덕 강구항에는 대게철을 맞아 대게잡이 배가 분주히 드나든다. 서로 원조논쟁까지 벌이고 있는 국내 대게 최고 생산지로 싱싱한 국산 대게를 포구 주변에서 맛볼 수 있다. 대게는 통상 11월부터 5월까지 조업이 이뤄지지만 12월 중순 이후 잡아야 살이 오른 게맛을 볼 수 있다. 대게는 '大게'가 아닌 다리마다 생김새가 대나무(竹)처럼 마디진 다리와 빛깔을 가졌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는 지방질이 적어 담백 쫄깃하다. 게장이 담긴 딱지(몸통)에 밥을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배불리 먹으려면 1마리 기준 현지가로는 2만~4만원선(12월 기준). 죽변항 송이네(www.대게천국.com 011-523-0134), 금성식당(054-781-5737), 강구항 대게 식당가 등에서 대게 맛을 볼 수 있다.
구룡포 해풍에 녹았다 얼었다…
과메기(경북 포항)
◇ 구룡포 삼정리 바닷가에서 과메기를 말리고 있다.
겨울철 동해안 별미로는 단연 과메기를 꼽을 수 있다. 과메기는 한반도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일출의 명소, 포항 구룡포가 주산지. 포항시에서 영일만을 따라 호미곶에 이르는 일출 나들이길(925번 지방도)은 올망졸망 포구와 하얀 모래밭, 파도에 일렁이는 고깃배 등 여유로운 광경이 펼쳐져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특히 겨울철이면 구룡포 해안 곳곳에 과메기 덕장이 늘어서 포항의 또다른 볼거리가 된다. 본래 뱃사람들의 영양식이었던 과메기는 가을철에 잡힌 꽁치를 영하 10도의 냉동상태로 저장한 뒤 겨울철 해안가 덕장에 내다 걸어 자연상태에서 해동과 냉동을 반복하며 만든다. 밤이면 얼어붙고, 낮이면 녹아 몸속의 수분을 털어내는 과정에 맛깔스럽게 숙성되는 것. 예전에야 청어를 주로 썼지만 요즘은 꽁치가 대신한다. 꽁치를 통째로 매달아 말리는 '통과메기'는 보름 정도, 배를 갈라 먹기 좋게 말리는 '짜가리(배지기)'는 4~5일이면 고소한 과메기로 태어난다. 과메기는 애주가들의 안주감으로도 인기다. 특히 꽁치에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듬뿍 들어 있어 숙취해독에도 그만이다. 뿐만아니라 고혈압이나 간기능 개선 등 성인병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서민들의 건강식으로도 애용 되고 있다. 과메기는 껍질을 벗겨 속살만을 생미역, 김, 마늘, 쪽파 등과 함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게 일반적이다. 포항에서 20년 넘게 과메기 전문점을 운영해온 감나무식당 박동주씨(58)는 "등이 푸르고 윤기가 나며 배가 홀쭉하고 속살이 붉은 빛깔을 띠는 게 좋은 과메기"라고 일러준다. 과메기 한두름(20마리) 산지가 7000~1만원, 요리로는 한접시 1만2000(6마리, 2인 기준)~1만5000원(10마리). 포항시내 감나무식당(054-247-1741), 해구식당(054-247-5801), 구룡포 삼정리 관광횟집(054-276-3465) 등에서 별미를 맛볼 수 있다. < 7번국도(강릉~포항)=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hwkim@>
여행메모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강릉IC~강릉 7번국도~삼척~울진~영덕~포항.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포항~7번국도 영덕~울진~삼척~강릉(주문진)~속초. ▶과메기 축제=포항시는 과메기를 알리기 위해 오는 31일부터 새해 1월2일까지 3일간 '한민족 해맞이 축전'이 열리는 포항시 남구 대보면 호미곶 광장에서 '제8회 과메기축제'를 연다. 이번 축제는 그간 포항 시내와 가까운 북부해수욕장에서 열어왔으나 올해부터는 해맞이 관광객들에게 과메기를 알리기 위해 장소를 바꿨다. 과메기 시식회, 얼음 조각상 전시, 1만명분 떡국 끓이기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포항시청(054-245-6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