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마을기자단 정지숙
중랑마을人이란,
중랑구에서 다년간 활동해 온 마을활동가 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마을활동기를 기록하는 마을기록활동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소개될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해주세요 :)
"제가 바질을 좋아해요. 옥상 텃밭에도 지금 바질이 가득 자라있어요.
바질 파스타,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만들면 얼마나 맛있게요~"
이음지기 신윤희 님은 맑은 얼굴로 싱그러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글을 통해 마을을 담아내다. 아카이브 활동을 시작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달란트’를 통해 마을에 도움이 되는 작은 일이든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아카이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국가는 기록을 남기고 있어요. 예를 들어 조선왕조실록처럼 지금도 기록관리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도 민간인 기록이 있었던 것처럼 지금도 민간인 기록이 필요하다는 강의를 듣고 저는 어떤 기록을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당시 코로나19로 문을 닫는 가게 늘어가는 걸 보고 소상공인 아카이브를 해보자, 싶었지요. 내가 가진 달란트인 ‘글솜씨’라는 도구를 통해 힘들지만 소중했던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담아내려고 했죠."
“인생은 긍정이 승리한다”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마음먹은 후,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어요. 코로나 시국으로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무작정 가게 문을 두드렸습니다. 경계하시는 마음, 귀찮아하시는 마음들을 설득하는 부분이 어려웠죠."
10번 문을 두드리면 1곳에서 인터뷰에 응해주실 정도로 열악한 취재 상황이었지만 한 태권도장의 이야기를 담아낸 후, 댓글에 달린 응원의 내용을 보고 ‘정말 힘든 시기에,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사장님을 통해 들었을 땐, 감격이 벅차올랐다고 전하는 윤희 님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을 힘을 잃지 않는 강인한 소상공인 사장님이 ‘긍정의 마인드’를 탑재하는 발화점이 되었다고 한다.
글이란 누구나 써내려 갈 수 있지만, 어떤 마음으로 어떤 정성으로 읽고, 담아내는지가 중요한지 그녀의 따뜻한 눈을 통해 다시 한번 공감을 이어간다.
동네N이음지기 : 사람과 사람, 사람과 마을을 잇다
“이음지기는 동네를 소개해주며 동네에 대한 애착을 심어주고, ‘함께해서 살맛 나는 우리 동네’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동네와 주민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고 어깨가 무거웠지요. 계획한대로 일이 되지 않아 속상한 날들도 있었어요.”
꼼꼼히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편인 윤희 님은 동네N 모임을 진행하며 때때로 예상치 못한 변수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날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동네N에서 한 주민 분의 제안으로 도토리묵을 만들었는데, 주민 분이 직접 재료를 준비하시고 만들기 수업까지 진행하시면서 이전과는 또 다른 생동감이 넘치고 흡입력 높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라고요. 내가 짊어진 무게를 조금 내려놓고 모두가 함께 할 때 시야가 넓어지고 공감을 나누는 마음이 더 커지는게 아닐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
그렇게 이음지기 활동을 통해 마음이 다듬어 지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음지기는 혼자하는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함께 하는 분들이 마음을 모아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으로 채우길 바란다면서.
함께 만들어 가다, 같이 걷다.
그런 차원에서 윤희 님은 모임에 참여한 한 분 한 분이 모두가 이음지기가 되는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며 그 선한 눈매에 다부진 입으로 욕심의 말을 내어 놓았다.
동네 주민분들이 '매일 마주하는 동네에 대해 다소 무관심할정도로 잘 몰랐었는데, 동네N 활동을 하면서 마을과 주민들을 알아가며 애정이 생기더라. 참 살맛나는 동네고 우리 동네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하실 때 결국 소통의 힘이 정말 중요하구나 느껴진다고 했다. 그런 분들이 직접 이음지기가 되어 볼 때, 그 영향력과 전파력은 더 커지지 않을까 한다는 고민에서 마을을 향한, 이음지기를 대하는 깊은 애정이 묻어났다.
마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음지기’가 되길 희망한다는 커다란 포부에 비해, 이음지기 활동을 통해 편안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박한 개인의 바램을 전했다. 굳이 자주 연락하지 않고 가끔 만나도 편한 사이, 어렵지 않은 사이처럼 그렇게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오늘은 바질 파스타를 만들건데, 함께 하실분들은 지금 중랑마을넷으로 오세요.’라며 어느날 문득 아끼는 바질을사용하여 파스타 한 접시 내어 놓고, 격 없이 편하게 달려가 노곤한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만들고자 윤희 님은 한결같이 중랑마을넷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