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성 음악(Chance Music) 미국의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 1912~92)는 20세기의 작곡가 중에서 가장 실험정신이 뛰어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케이지는 액션 페인팅,미니멀 아트를 비롯한 회화의 수많은 경향을 음악에 옮기는 시도를 감행했으며,우연성 원칙을 작곡에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음악 전통을 일거에 붕괴시켰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발명가의 아들로 태어난 케이지는 음악 외에도 문학,미술,건축 등 다방면에 걸친 교육을 받았으며,여러 차례에 걸쳐 서유럽으로의 교육여행을 했다.케이지는1942년부터 무용 안무가,커닝엄(M. Cunningham)과 작업을 같이 했으며, 1945년부터는 이 무용단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작곡 수업의 대부분은20세기 전반기에 미국의 대표적인 아방가르드 작곡가였던 헨리 카웰(Henry Cowell, 1897~1965)에게서 받았다.팔뚝을‘ㄱ’자로 꺾어 건반을 누르거나,주먹으로 건반을 쳐서 만드는 ‘음다발(Tone Cluster)’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카웰은 그 외에도 피아노 작품〈에올리안 하프(Aeolian Harp)〉(1923)에서 건반을 소리나지 않게 누른 다음에 해당 현을 손으로 잡아뜯었으며,〈불길한 울림(Sinister Resonance)〉(1925)에서는 진동하는 현을 ‘인위적으로’손으로 정지시키는 등,소리를 갑작스럽게 중단시키거나 섬세하게 사라지도록 하는 여러 가지 변화 가능성을 시도한 인물이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케이지에 의해 계속적으로 발전된다. 케이지는 피아노의 현 사이에 고무밴드,볼트,나사,유리,지우개,털실 등을 끼워넣어 낯선 소음을 만들고,피아노를 진짜 타악기처럼 다루는 ‘조작된 피아노(prepared Piano)’를 고안했다.케이지는 1938년에〈바커스 축제(Bacchanalia)〉를 시작으로 하여 여러 편의〈조작된 피아노〉를 위한 곡을 작곡했으며,그중에서1946년부터 인도철학에 심취한 결과로 만들어진〈16소나타와4간주곡〉(1946~48)이 특히 잘 알려져 있다. 한편,케이지는‘액션 페인팅’이라는 회화양식과 병행하여 그리고 중국의〈역경(I-Ching)〉에서 자극을 받아 우연성 요소를 음악에 도입함으로써 총렬음악에서의‘결정주의’를 붕괴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함은 물론이고,전래된 음악 전통과도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게 된다.즉, 1951년에 작곡한〈피아노를 위한‘변화의 음악(Music of Changes)’〉에서 케이지는 대부분의 음악적 요소들을 동전이나 주사위를 던져 우연히 얻어진 결과에 따라 결정되게 한다.예를 들어,한 번 동전(또는 주사위)을 던져 음높이를 정하고,또 한 번 동전을 던져 음가를 결정하는 식이다.이처럼 작곡가가 음높이,음색,리듬을 자유롭게 선택하거나,연주자로 하여금 음악재료의 상당 부분을 임의로 선택하게 하는 음악을‘우연성 음악’(불확정성 음악,주사위 음악이라고 함)이라고 하는데,케이지는 이어서 발표한〈12개의 라디오, 24명의 주자 그리고1명의 지휘자를 위한‘상상적 풍경(Imaginary Landscape)’ No. 4〉에서 이러한 방식을 더욱 심화시켰다.즉,이 작품에서는 라디오 한 대마다2명씩 배당된 연주자들이 음파의 길이(파장)나 음량을 조작할 수 있지만,악보상의 모든 지시들은 우연적 수단에 의해 선택된다.그 지시들은 각 방송국의 주파수나 연주시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은 채,주사위를 던져 파장과 셈여림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우연성 음악의 케이지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1952년에 발표한 피아노 작품〈4분33초〉(완전한 침묵의 곡, 3악장)가 있다. 피아니스트는 4분33초 동안 건반을 건드리지 않은 채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다.작곡가에 의하면,이 주어진 시간 동안 연주회장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모든소리가 곧 음악이라는것이다.이 작품은 종종 말라르메가 쓴〈백지(white page)〉또는 그의 친구인 라우셴버그가 그린‘백지 그림(white painting)’에 비유되곤 하는데,이들 작품에서는 청중 또는 감상자가,일방적으로 작품을 듣거나 보는 것이 아니라,작품을 완성시키는 적극적 참여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1950년 후반에는 이러한 케이지의 작업에 영향을 받아 피에르 불레즈,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 등의 음렬음악 작곡가들이 우연성 음악의 요소들을 자신들의 작품에 도입했다. ■ 미니멀 음악 우리말로 ‘최소 음악’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미니멀 음악(Minimal Music)’은 최소한의 요소만을 사용하는 미술 양식인 ‘최소 미술(Minimal Art)’에서 유래했으며, 짧은 음형의 반복에 기초하는 음악양식을 일컫는다 .미니멀 음악에서는 이처럼 소수의 요소가 음악적 재료로 사용되고 작곡가의 주관적 자세 역시 축소되지만,작품의 길이는 상당히 긴 특징을 지닌다. 그 소재가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길게 확장 또는 연장되기 때문이다. 이 양식은19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에 걸쳐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했으며,발리,인도 등 아시아의 명상적 자세의 영향을 받았다.미니멀 음악의 주요 작곡가로는 라 몽트 영(La Monte Young, 1935~ ),테리 릴리(Terry Riley, 1935~ ),필립 글래스(Philip Glass, 1937~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1936~ )등이 거론된다. <출처: 서양음악사100장면(2),pp.405~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