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힘들었던 나의 첫 자전거 여행
나는 엄마를 통해 하늘을 나는 도서관에서 부모 1명, 아이 1명이 함께하는 자전거 여행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불량한 자전거 여행” 책을 읽고 참가 신청을 했다. 총 9팀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다. 화개에서 목포까지 섬진강과 영산강 자전거 길을 따라 213km를 2박3일 동안 달리는 여행이었는데 재미있어 보였지만 너무 힘들어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포기하고 울게 될까봐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미리 엄마와 동생과 함께 20km씩 라이딩 연습을 틈틈이 하며 여행 준비를 했다.
드디어 8월 18일! 커다란 캐리어에 엄마가 새로 사주신 자전거 슈즈를 챙겨서 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경남 화개로 향했다. 오래된 여관에서 엄마와 하룻밤을 자고 19일 아침 8시에 집합장소에 가서 자전거와 이름표를 받았다. 모두 모여 준비 운동을 하고
출발!” 소리와 함께 작가님 뒤로, 아이들, 엄마들, 아빠들 순으로 자전거 기차를 만들어 섬진강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논, 소, 기와집등이 보였다. 달리는 도중에 자동차 도로로 들어가기도 했는데 자동차가 옆으로 쌩쌩 지나다녀서 무섭기도 했지만 구례의 섬진강 벚꽃길이 만들어준 그늘이 땡볕 아래에서도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에 도착 했을 땐 옷이 땀으로 다 젖어 있었다.
밥을 먹는데 너무 맛있어서 미역국과 밥 한 공기를 금새 먹어 치웠다.
이날 총 73km를 타고 순창에서 하루를 묵었다.
다음날인 20일. 이 날은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었다.
우리는 50년 된 메타세콰이어 길을 달렸는데 엄마는 이 길이 너무 예쁘다고 하셨지만 나는 이때부터 너무나 지치고 힘들어서 풍경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섬진강과 이별을 하고 영산강 자전거길을 들어섰는데 길이 한강 자전거길과 다르게 곳곳이 패여있고 깨져있어 울퉁불퉁 했다. 갈라져 홈이 패여 있던 길을 지나다 바퀴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바람에 나는 핸들을 노치고 길 옆 풀숲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잠깐 놀랐지만 많이 아프진 않았다. 다행히 무릎에 작은 상처 외에는 다친곳은 없었다. 간단히 물로 맺힌 피를 씻어 내고 다시 출발했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괜찮냐며 울지도 않고 무척 씩씩하다고 칭찬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다. 평소같으면 울었을텐데 씩씩하다고..내가 많이 자란 것 같다고 엄마도 칭찬해 주셨다. 그리고 나비가 많은 오르막 길을 오르는데 나비 한 마리와 내 자전거가 부딪히는 작은 사고도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기억에 남는다.
땡볕이 너무 뜨거워서 살이 다 익어갈 즈음에 마법같이 생명수를 가득 실은 지원 트럭이 나타나서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주셨다. 집에서 먹을때는 몰랐는데 아이스크림의 중요성을 알게된 것 같았다. 여행중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을 때에는 지원 트럭을 타고 자전거 팀을 따라가다 에너지를 회복하고 다시 대열에 합류하여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식으로 힘들면 쉬어가며 달릴 수 있었다.
나주에 도착해서 숙소에 가는길이 숨이 깔딱 넘어갈 정도로 경사도 심하고 한참을 올라가야 해서 우리는 그 고개를 깔딱 고개라고 불렀다. 있는 힘껏 기어도 조정해서 페달을 굴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세 번이나 자전거에서 떨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갔다.
이렇게 두 번째 날 여행은 80km를 달리고 마무리 되었다.
21일,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목포로 향하는데 자꾸 눈이 감기고 졸음이 쏟아졌다. 잠시 지원 차량 신세를 지고 다시 대열에 합류 해 달리다 보니 어느새 목포에 도착했다. 우리는 도착해서 완주 기념 사진을 찍고 불량한 자전거 여행 속 주인공인 호진이처럼 짜장면을 먹고 여행을 마쳤다. 지치고 꽤 힘든 여행이었지만 평소 왕복 20km 라이딩 해 본 것이 최고 기록이었던 내가 200km 넘는 긴 거리를 완주하고 나니 더 큰일도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앞으로 또 기회가 된다면 더 먼 곳도 도전 해 보고 싶다.
첫댓글 조용히, 열심히 달리던 규빈이가 보이는 것 같다. 넘어졌는데도 씩씩하던 외유내강 규빈이 파이팅!! (작가 아저씨 씀~ ㅋㅋ)
나비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