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無門關) 사십오칙(四十五則)
타시아수(他是阿誰) 그는 누구인가?
본칙(本則) 역(譯)
동산의 (오조) 법연 노스님이 말했다. 석가와 미륵도 오히려 그의 종이다. 자, 말해보라. 그는 누구인가? 東山演師祖曰, 釋迦彌勒, 猶是他奴. 且道, 他是阿誰.
평창(評唱) 역(譯)
무문이 말했다. 만약 그를 분명하게 볼 수 있다면 마치 번잡한 네거리에서 자기 친아버지를 만난 것과 같아서, 다시 다른 사람에게 아버지가 맞는지 안 맞는지 물어볼 필요가 없으리라. 無門曰 若也見得他分曉, 譬如十字街頭撞見親爺相似, 更不須問別人, 道是與不是.
송(頌) 역(譯)
게송으로 읊다. 남의 활을 당기지 말고 남의 말을 타지 말라. 남의 잘못을 말하지 말고 남의 일을 알려고 하지 말라. 頌曰 他弓莫挽, 他馬莫騎. 他非莫辨, 他事莫知.
사족(蛇足)
동산연선사(東山演禪師)는 오조법연(五祖法演) 선사(禪師)를 말한다. 사조(師祖)라고 한 것은 혜개선사(慧開禪師)가 법연선사(法演禪師)의 오세(五世) 법손(法孫)이라 존칭(尊稱)을 쓴 말이다. 오조법연(五祖法演) 선사(禪師)가 말하기를 석가모니불도 미륵불도 그의 종(奴)이라고 했다. 그놈은 누구를 말하는가? 이 공안화두(公案話頭)에서 화신불(化身佛)로 오신 석가불(釋迦佛)도 종(奴)으로 삼고, 미래불(未來佛)인 미륵불(彌勒佛)도 종(奴)으로 삼는 그놈이 누구냐? 이다. 알고 있으면 속히 말해보라, 다. 그놈(他)에 대해서 개성각로(開聖覺老)라는 스님이 처음 동산법연(東山法演) 선사를 찾아뵙고 잘 지도해 줄 것을, 청했다. 그때 법연선사(法演禪師)가 그놈 공안을 각로(覺老)에게 물었다. 각로(覺老)는 바로 호장삼흑이사(胡張三黑李四)라고 즉답(卽答)를 하였다. 오랑캐 장씨네 셋째 아들과 검둥이 이씨네 넷째 아들이란 말이다. 이 문제의 답은 호장삼흑이사(胡張三黑李四)다. 중국 성씨 중에 흔한 성이 장씨, 이씨다.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장삼이사(張三李四)다. 장씨가 셋이면 이씨는 넷이란 말이다. 길가다가 성이 무엇이요. 하고 물으면 장씨가 아니면 이씨라는 말이다. 특정 인물을 든 것이 아닌 보통 일반 사람을 지칭한 말이다. 보통사람이란 뜻이다. 이 공안화두에서는 호(胡)와 흑(黑)자를 더 붙여서 어렵게 만들었다. 요새 말로 하면 보통사람들이 석가와 미륵의 주인이란 뜻이다. 이를 두고 굳이 반어법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충격요법 활구(活句)로 사고(思考) 생각 틀을 깨버리는 선사(禪師)의 특유(特有)한 언어(言語) 화법(話法)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서민들, 혹은 하루를 고달프게 살다가는 보통사람들이 세상의 진짜 주인이라고 말한 셈이다. 그때 법연선사(法演禪師)는 맞는 말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 같은 회상(會上)에 있던 원오불과(圓悟佛果) 선사(禪師)가 듣고 그 답이 좋기는 하지만 아직은 정답(正答)이 못 된다고 하면서 잘 살펴보라고 했다. 그런 후에 이튼, 날 또, 다시 각로(覺老)가 찾아와서 입실(入室)을 허락해 달라고 말하자 법연선사(法演禪師)가 공안점검(公案點檢)으로 지난번 그놈(他)을 물었다. 각로(覺老)가 지난번과 똑같이 호장삼흑이사(胡張三黑李四)라고 즉답(卽答)을 하였다. 법연선사(法演禪師)는 글렀다. 글렀다고 인정을, 하지 않았다. 각로(覺老)가 말했다. 어제는 맞다고 하셨는데, 오늘은 왜? 틀렸다고 합니까? 따졌다. 법연선사(法演禪師)가 말하기를 어제는 맞았는데, 오늘은 틀렸다고 말하자 각로(覺老)가 바로 언하(言下)에 대오(大悟) 깨달았다는 선문답(禪問答)이다. 이 공안화두(公案話頭)는 석가(釋迦)나 미륵(彌勒)을 그놈의 종이라고 했다. 문제가 커졌다. 석가(釋迦)나 미륵(彌勒)을 그놈의 종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싸울 때 보면 이놈 저놈, 하고 눈 부릅뜨고 죽기 살기로 싸운다. 석가나 미륵이 장가(張家) 이가(李家) 종이란 말인가? 혜개선사(慧開禪師) 평창(評唱)에서는 만약 그놈이 누군가를 분명하게 안다면 십자가두(十字街頭)에서 친부(親父)를 만난 것과 같아서 남에게 물어볼 것도 없다고 평창을 했다. 자기 친아버지를 만났는데 말이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 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벌써 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화두공안(話頭公案)로 삼아서 오매불망 찾는 것이 묘책(妙策) 묘방(妙方)이다.
화옹송평(和翁頌評) 역(譯),
석가 미륵불이 그놈의 종이라고 하니, 오조 법연의 공안 화두일세! 십자가두 네거리에서 친 아비를 만났으니, 그놈의 종을 확실하게 봤으니, 다시 물을 것이 없네그려! 釋迦彌勒他是奴 五祖法演公案話 十字街頭相逢爺 見得他奴不是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