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코스 : 궁평항 - > 전곡항
48코스를 걷고자 전철을 2번 갈아타고 사당역 10번 출구에서 버스(1002번. 광역버스)로 서신 터미널에서 또다시 400번 버스로 갈아타 궁평항에 이르니 오전 9시가 조금 지났다.
항구였기에 매운탕을 반찬으로 아침을 먹고 싶었지만, 아침은 해물 칼국수 아니면 회덮밥, 2가지 중에서 선택을 요구하여 아침부터 분식인 칼국수를 먹고 전곡항을 향하여 걸어간다.
경기 둘레길을 걷는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2시간이 넘게 대중 교통 속에 갇혀있는 고통도 분식으로 아침을 대신하여도 모두가 싫지 않은 즐거움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하나의 작품은 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아무리 사소한 일 일자라도 사람의 노고로 이루어지는데 경기 둘레길 60코스 860km를 걸어가는데 피와 땀과 눈물없이 완주할 수가 있을까?
그러기에 경기 둘레길을 걸으면서 둘레길과 관련된 모든 일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걸어간다. 48코스의 주제를 경기 둘레길 홈페이지에서는 “서해안 갯벌을 따라가는 어촌 마을 체험하기‘라고 적었다.
오늘의 들머리 궁평宮坪항은 궁宮에서 관리하는 땅이란 뜻을 지닌 남양 반도 최남단에 있는 항구로 입파도, 국화도를 오가는 여객선과 많은 어선이 이용하는 곳이다.
궁평항에서 바닷물 위에 설치한 데크길을 따라 걸어간다. 화성 걷기 연맹에서는 이 길을 ’궁평 낙조길‘로 명명하였다. 궁평항의 일몰은 화성 팔경의 하나이며 전국적으로 이름난 명소이기에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곳이다.
비록 일몰의 장관을 감상할 수 없을지라도 경기 둘레길을 걸으면서 그 명소의 현장을 걸어간다는 사실 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데크길에서 해안가를 바라보니 암석을 깎아 자른듯한 무늿결이 드러난 절벽이다.
왼쪽은 바닷물이 철썩이고 오른쪽의 해변은 신비한 바위 절벽을 감상할 수 있는 데크길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탄강의 물 윗길이 연상되었다. 곳곳에는 포토존이 있어 관광에 나선 사람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기만 한데 데크길이 끝을 맺는 곳까지 걸어가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길을 걸어가는 우리만이 데크길을 따라 끝까지 걸어가니 모래톱이 있고 해변에는 소나무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두 팔을 벌리면 꼭 안길 것 같은 굵직굵직한 잘 생긴 소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다.
바로 궁평 해송 군락지였다. ”18세기부터 방풍림으로 조성된 소나무 백년손 1,000여 그루가 궁평리 해안가를 따라 군락지를 이루고 있으며, 1950년 한국전쟁 전후로 설치되었던 철조망 700m 구간을 제거하고 아름다운 산책로를 조성하였다.”라고 경기 둘레길 홈페이지는 적고 있다.
때마침 산책 중인 마을 사람이 신비롭게 느끼는 우리를 향해 이 소나무 숲길이 예전에는 백미항까지 이어졌는데 군부대와 유락시설 건설로 인하여 파괴되고 남아있는 일부분임을 들려준다.
듣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이야기였기에 화기 치밀었다. 버려지거나 파괴되어서는 아니 될 그것들이 개발이란 미명하에 멸실 되었다는 안타까움은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非山非野의 초병 순찰로를 따라 팔각정자인 학승루學僧樓를 지나 백미리 어촌계에 이르렀다. ” 백미리는 『지명유래집』에 따르면 바다와 인접하고 있어 해산물의 종류가 많고 그 맛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뜻에서 백미(百味)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네이버 홈페이지에서 퍼옴) 길가에는 이를 뒷받침하듯 백 가지 맛, 백 가지 즐거움이란 글자를 크게 새겨 놓아 눈길을 끌었다.
백미리에서 이제 47코스인 아산만에서 경기만을 걸을 때와 마찬가지로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그 경계선을 따라 걸어간다. 백미리에 이를 때까지도 바다를 곁에 두고 걸어왔지만, 둔덕한 봉우리에 가려 언뜻언뜻 끝없이 펼쳐진 갯벌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일망무제의 바다를 바로 곁에 두고 걸어간다.
듣기 좋은 유행가도 세 번 들으면 싫증 난다고 하였는데 바다는 무엇 때문에 보고 또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일까? 47코스를 걸을 때도 바다를 옆에 끼고 걸었고 오늘 또다시 바다를 곁에 두고 걷고 있지만 잠시도 눈길이 떠나지 않고 오로지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걷는 것은 즐거움이었기에 잠시 바다를 떠나서 걸어가면 언제 바다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면서 걸어갈 때 둘레길은 갑자기 해안의 길을 버리고 자동차가 달리는 아스팔트의 도로로 향한다.
어제저녁 오늘의 가는 길을 검토하고 48코스의 길은 해안가를 따라 걸어가되 길이 막혀있으면 잠시 우회하여 해안 길과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는 길이라고 여겼는데 한맥 중공업 회사가 있는 이곳이 첫 번째 지점이었다.
한맥 중공업 회사를 지나 다시 해안 둑길과 다시 만났다. 一望無際로 펼쳐진 바다 ! 그러나 바다보다 넓은 게 우리의 마음이라고 하였는데 그 넓은 마음으로 살아왔는가? 스스로 묻는 것이 아마도 바다를 모욕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부끄러운 마음에 걸음걸이를 서두를 때 가는 길이 육지와 바다가 만나 형성된 길이 방조제길처럼 일자로 곧게 뻗어있다. 보기만 하여도 지루함을 느끼는 백미길이었다.
하지만 일자로 뻗어간 길에 익숙해진 탓인지 오히려 발걸음이 가벼워 일자로 뻗어간 길에 진입하면 더욱 빠르게 걸어간다. 매화리 염전을 지나 드넓은 갯벌이 자랑인 살곶이 마을에 이르렀다.
김 총무가 바다 건너다보이는 육지가 제부도이고 해상 케이블카가 왔다 갔다 하는 저곳이 전곡항으로 이제 목적지가 눈앞에 왔다고 한다. 제부도 입구의 제부 교차로에 이르러 둘레길은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바다를 바라보며 해안 둑길을 따라 걸어갈 때는 피로도 잊고 그저 즐거웠는데 자동차 도로의 가장자리를 걸어가는 길에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전곡항에서 14시 10분에 사당역에 가는 버스를 타야 했기에 좀 더 빨리 걸었다.
전곡 공원을 지나 전곡항에 이르니 13시 25분이었다. 14시 10분에 사당역으로 출발하는 광역버스를 여유 있게 탈 수가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에 앞서 이 길을 걸으신 조용원 회장님이 작성하신 황금 해안길을 읽으면서 인용하신 ’서해에서‘란 시를 음미해 보았다.
서해에서 : 정태춘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 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 해 준다
저 사공이 나를 태우고 노 저어 떠나면
또 다른 나루에 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서해 먼 바다위를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의 물결은 멀리멀리 퍼져간다
꿈을 꾸는 저녘바다에 갈매기 날아가고
섬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결따라 멀어져간다
어두워지는 저녘바다에 섬그늘 길게 누워도
뱃길에 살랑대는 바람은 잠 잘 줄을 모르네
저 사공은 노만 저을뿐 한 마디 말이 없고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육지소식 들려오네
● 일 시 : 2024년3월10일 일요일 맑음
● 동 행 :김헌영 총무
● 동 선
- 09시50분 : 궁평항
- 10시55분 : 백미리 어촌계
- 11시25분 : 한맥 중공업(주)
- 12시45분 : 제부도 입구 제부 교차로
- 13시10분 ; 전곡공원
- 13시35분 ; 전곡항
● 도상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 17.7km
◆ 시 간 : 3시간 4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