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시에 출발해 9시를 넘긴 시간에
용대리 버스 주차장 옆의 식당에서 받은 황태국
그 구수하고 깔끔한 개운함이
어제 저녁 술 한잔 진하게 못 했음이 못내 아쉽다
만약 한잔 술에 숙취가 남아 있었다면
그 깊은 오묘함에 크~소리를 연발 했을듯 ㅛㅛ
2019년 보덕사 봉정암 성지순례(6/22~23)에
참가하게 됨은 지금은 수년째 냉담 상태이긴 하지만
카톨릭 신자라고 말하니 종교적으로는 관계가 전혀 없다
하지만 종파를 떠나 한국 불교신자들이 평생에 한번은
꼭 "봉정암 성지순례를 다녀와야 한다!!"는
속설의 깊이를 같이 느껴 보는 기회는 생각할수록 기분 좋다
종교의 힘이란 무엇인가?
지금 나와 함께 봉정암에 동행하는 보덕사 불자들 면면은
나와 함께 수년간 산행을 같이 했던 몇몇를 제 하고는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10킬로가 넘는 산행길은 그야말로 고행의 시간
이미 봉정암 순례를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 중에는
허리가 바짝 꼬부라진 할머니들이 심심찮게 눈에 들어 온다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이 "생전에 봉정암 다녀 왔는냐??"고 묻는다는 속설 때문에
불교신자들은 평생에 한번은 봉정암 순례를 꼭 다녀와야 하고....
다녀 온 사람들은 염라대왕의 면접을 통과해 극락의 세계로 들어 간단다
그러기에 할머니들이 그 꼬부라진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한 채 1,200고지의 봉정암을 오르고,내리는 감동의 의지를 보여준다
감당하기 힘든 고행을 마다 않고 봉정암에 오르는 순례객들 숫자가
하루에 적게는 1,000명이상,많게는 3,000명 이상이라니 그 인원과 규모가 놀라울 뿐이다
오르면서 들려주는 여담~~
전에는 보덕사에서 설악산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가을철에 다녀 오곤 했었는데
가을에는 순례객들이 너무 많아 봉정암 어디에서 누울자리가 한뼘없어
한밤중에 오세암으로 내려와 밤을 지 새운 후~ 좀 한가한 여름철로 순례시기를 변경했다 한다
이렇게 순례객들로 넘처나는 봉정암에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있다
643년 신라의 자장대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할때 가져 온 부처의 사리와 정골을 나누어
양산의 통도사,오대산 상원사,태백산 정암사,사자산 법흥산 그리고 설악산 봉정암에 봉안했는데
이 다섯 곳을 가르켜 5대 적멸보궁이라 부르고 불자들의 순례 기도처로 신성한 장소로 신봉하고 있다
백담사 수심교에서 시작해 영시암을 지나 물로 발을 쳤다는 뜻의
수렴동 계곡을 따라 걷는 산행길은 부드럽기가 동네 산책길 같은 기분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면 봉정암에 이르는
굽이굽이 9개 못이 있다 하여 붙어진 구곡담계곡에는
만수폭포,관음폭포,쌍용폭포등 내설악의 속살로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렇게 구곡담계곡이 끝나면
봉정암을 반Km 남겨두고 나타나는 속칭 깔딱고개라 불리는 해탈고개
살짝~염려는 했었지만 오르는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그건 설악의 전경이 잠시후면 내 눈앞에 펼처 질거란 기대감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여유있는 산행끝에 오른 봉정암
시간적 여유도 넉넉해서 지금 당장 대청봉에 다녀 오자는 친구를 달래본다
"아무래도 대청봉은 새벽 일출시간이 백미 아닐까!!"
그래서 봉정암에서 첫번째로 찿아가는 적멸보궁
적멸보궁 봉정암은
당나라에서 부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모시고 귀국한
자장율사가 진신사리를 모실 길지를 찿아 전국을 순례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봉황이 나타나자 자장은 몇날을 쫓아 다녔고
마침내 봉황은 높은 산봉우리를 선회하다 자취를 감추었는데
그 바위가 부처의 모양이였고 봉황이 사라진 곳은 부처의 이마에 해당된 부분
부처를 닮은 바위를 중심으로 좌,우에 일곱개의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으니
가히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길지중의 길지
이에 그 바위에 부처님 뇌사리를 봉안한 뒤
오층석탑을 세우고 암자를 지으니 이곳이 바로 鳳頂庵
봉정암이란 봉황이 부처의 이마로 사라졌다해서 붙어진 이름이다
적멸보궁 대웅전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시곳 이곳에 불상이 별도로 없는것이 특징
이곳 봉정암 대웅전도 안에 들어가면 통으로 펼쳐진 유리창 너머로
설악의 장꽤함과 어울어진 부처의 진신사리를 품은 오층석탑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자~친구야!
저곳에 내가 평생에 그리던 仙界가 펼쳐져 있다!!
한 달음에 뛰어 오른 봉정암 오층석탑
석탑앞의 불자들의 심오한 기도에 경건함을 느끼며
언덕위로 오르면서 같은 눈높이로 펼쳐진 용아장성에 탄성이 터져 나오고....
언덕 정상에 올라 섰을때
아~~!! 끝없이 일망무제로 펼쳐진 대설악의 파노라마
해가 기울고 있는 북,서쪽을 향해 선 나의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은
왼쪽 귀때기청봉으로 시작해
요즘 날씨 같지않게 유난히 밝은 날씨 덕에 아득한 저멀리 매봉까지 눈에 들어온다
요쯤에서 꺄웃
매봉이라면 대관령과 진고개 사이의 백두대간 구간이건만
공룡능선과 같이 한눈에 들어온다면~대간능선이 일직선이 아니라 U자형?
몸부림 치듯 힘차게 용트림하는
공룡능선의 자태는 이름값 많큼 당당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지난날 멋 모르고 걸었던
황철봉과 미리령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남녁 마지막 백두대간 구간까지의 능선이 자못 친근하다
태양이 저 물고는 있지만 일몰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넉넉하다
이 멋찐 황홀경을 맨정신의 몸과 마음에 담아두기에는 나의 그릇이 너무 작다
그래서 더 크게 담아 정신세계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친구야~~살짝 꿍 주안상 마련해 보잠!!
등산에 입문한지 십 수년만에 최고의 순간
등산에 입문한 계기는 옹졸하기 그지없는 이유
친구들 좋아하고 낚시에 미처있던 집을 자주 비우던 조금 젊은시절에
와이프가 친구따라 등산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근데 오매!! 상황이 묘해졌다
마누가가 산으로 떠난날
나 역시 바다를 다녀온다
바다를 다녀 온 나는 저녁 전에 귀가 하지만
등산을 다녀오는 와이프는 자정을 넘기기 일쑤
은근히 심통을 부려 보지만 뜻대로 잘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다 바다생활에 탄력이 줄고 산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마누라 산행때 슬쩍 궁둥이 집어 넣어 보았지만
등산이 내 체질에 잘 맞지 않음을 통감했었다
멋 모르고 따라갔던 산행이 너무 고통스러워 포기하려 할때마다
마치 세조가 상원사에서 문수보살을 배알하듯...짜잔! 완주하게 끔 도와 준 사람들!!
그 사람 중 한명이
지금 나와 수작(酬酌)하고 있는 친구 태환군 이다
산악회(당진)를 처음 따라 간 산이 천안 광덕산이였고
만만하게 보였던 그 산의 산행 첫머리부터 급경사의 깔딱고개
처음부터 식은땀이 쏱아졌고
숨이 가빠 가슴이 터질듯 구역질이 날 정도
도져히 않되겠다~~택시타고 집에 돌아 가자!!
훨~그런데 웬 Situation~~~!!
아들과 함께 앞서 가던 가냘뿐 여인이 맥없이 쓰러지면서
돌리려던 발길을 멈추게 한다....나와 함께 되 돌아갈 일행이 생겼다 ㅛㅛ
하지만 몇십분간 호흡을 고르던 그 여인은
내 계산과 달리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나도 마지못해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올랐던 광덕산 정상에서 얻어 마셨던 막걸리 한잔
아~~세상에 막걸리에서 이런 맛을 느낄수 있다니!!
*지금 그때 그 여인은 날다람쥐처럼 종횡무진 산을 잘 탄다*
이 작은사건 이후
나는 산에 대한 경외심과 더불어 도전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2010년 6월 당산 1차 백두대간 종주 지리산 완주코스에 무모한 도전을 시도해 본다
당시에 1박에 필요한 물품을 지고 갈 배낭도 없었다
친구한테 빌린 배낭에 내짐과 마누라의 짐까지 짊어지고 따라간 지리산종주
(2010년 6월:시현아~~나 좀 살려줘!1)
중산리에서 천왕봉 오르는 첫머리부터 좌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구나 빌려 메고 온 매낭은
너무 낡아서 땀이 배낭안으로 스며들어 무거워져 걷기조차 힘들었다
우~우짤꺼나!...엉엉~~우짤꺼나!!
그때~ 광덕산 산행때처럼 친구 태환군이 내 앞에서 주져 앉았다
헐~~슈퍼맨 태환군이 주져 앉다니....
체격은 좀 왜소하지만 태환군은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
한때 마라톤도 즐겼고
깜깜한 새벽에 아미산에 올랐다 내려와
테니스코스로 달려가 게임 한판 즐긴후 출근하는 슈퍼맨중 슈퍼맨....
그런 태환군이 주져 앉았다
참~생기기 힘든 우연과 인연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