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에 꾼 꿈, 예수의 안나 원장수녀님
사랑하는 성심의 마리아 수녀님께
오! 사랑하는 저의 예수님! 당신이 얼마나 큰 애정으로, 얼마나 부드럽게 제 작은 영혼을 인도하시는지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캄캄한 폭풍우가 몰아칠 때에도 당신 은총의 빛이 저를 환하게 밝혀 주시지 않았습니까.....! 예수님, 당신 승리의 아름다운 축일, 빛나는 예수 부활 대축일이 지난 후부터, 제 영혼에는 폭풍우가 몹시도 세차게 일었습니다.
5월의 어느 토요일, 당신께서 어떤 영혼들에게 가끔 내려 주시는 아름다운 꿈을 생각하고, 그것이 굉장히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위로를 청하지는 않았습니다. 밤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을 바라보다가, 제 ‘어린 영혼’은 아직도 그 아름다운 꿈이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폭풍우 아래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 이튿날은 5월 10일이었는데, 그날은 ‘성모 성월’의 둘째 주일이었으며, 아마도 성모님께서 당신의 작은 꽃에게 친히 미소를 보여 주셨던 날부터 딱 1년이 지난 날이었습니다.
저는 꿈속에서 새벽빛이 퍼질 무렵의 어떤 복도에 서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여러 명 있었지만 저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원장 수녀님만 제 곁에 있었는데, 어떻게 들어왔는지 갑자기 망토를 입고 큰 베일을 쓴 가르멜 수녀 세 분이 보였습니다. 그분들은 원장 수녀님을 뵈려고 온 것 같았는데, 하늘에서 오신 것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이분들 중 한 분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마음속으로 부르짖었습니다. 그랬더니 제 소원을 듣기나 하신 것처럼, 그 중 제일 크신 한 분이 제게로 걸어오셨습니다. 저는 바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 제 마음이 얼마나 기뻤는지요! 그 가르멜 수녀는 ‘자기 베일을 조금 들어 저를 덮어 주셨습니다.....’
저는 즉시 그분이 프랑스 가르멜의 창설자인 ‘예수의 안나 원장 수녀님’임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분의 얼굴에는 아름다움이 가득했는데, 그것은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니었습니다. 주위에서 아무 빛도 나오지 않았고, 두터운 베일이 우리를 싸고 있었는데도, 밖이 아닌 그분의 얼굴에서 나오는 듯한 말할 수 없이 따스한 광채로 숭고한 얼굴이 빛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느꼈던 이 큰 기쁨을 제대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느낄 수는 있어도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즐거운 꿈을 꾼 지 여러 달이 지났지만, 제 마음속에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존경하는 원장 수녀님의 ‘사랑 가득한’ 시선과 미소가 눈에 선합니다. 그분이 쓰다듬어 주시던 손길을 지금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토록 사랑받는 것을 보고, 저는 이런 말을 감히 입 밖에 내었습니다. “원장 수녀님, 하느님께서 저를 오랫동안 세상에 두시려는 건지 말씀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머지않아 저를 데리러 오실까요.....?” 그분은 다정하게 웃으시며 “그럼요, 곧..... 내가 약속합니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또 “원장 수녀님, 하느님께서 제 하찮은 일과 제 소원 이외에 다른 것은 바라지 않으시는지도 말씀해 주십시오. 하느님이 저를 만족하게 여기십니까?”하고 여쭈었습니다. 원장 수녀님의 얼굴은 처음에 말씀하실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이’더 다정한 표정이셨습니다. 원장 수녀님의 시선과 어루만짐은 가장 부드러운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에게 다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매우 만족하게 여기십니다......!”하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고는 세상의 어머니 가운데 가장 자애로운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쓰다듬는 것 이상으로 저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신 후에 떠나셨습니다. 제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했지만, 저의 언니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몇 가지 은혜를 청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오, 예수님! 그때는 폭풍도 으르렁대지 않았고, 하늘은 고요하고 눈부시게 파랬습니다. 저는 천국이 있으며, 그곳에는 저를 아이처럼 여기고 귀여워해 주는 영혼들이 가득한 것을 느끼고 믿게 됐습니다. 제가 예수의 안나 원장 수녀님에 대해 그때까지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만큼, 이 꿈은 제 마음속 깊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전구를 청한 적이 없었고,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에야 그분이 생각날 정도였지만, 그것조차도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장 수녀님께서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며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셨는지 깨달았을 때, 제 마음에는 저를 찾아 주신 그분에 대한 감사와 나아가 하늘나라에 사시는 모든 ‘복된 분’들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정이 넘쳐흘렀습니다.
오! 지극히 사랑하는 예수님! 이 은혜는 당신께서 제게 풍부히 내려 주시는 큰 은혜의 시작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제 유일한 ‘사랑’이신 예수님, ‘우리 결합’의 여섯 번째 해가 되는 오늘, 당신께 이 은혜를 회상시켜 드리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고 끝없는 제 소원과 희망을 말씀드리다가 두서없는 말이 되거든 저를 용서해 주시고 제 영혼이 바라는 것을 주셔서 낫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 당신의 정배가 되는 것, ‘가르멜 수녀’가 되는 것, 당신과 결합하여 영혼들의 어머니가 되는 것, 이런 것들로 저는 충분히 만족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합니다..... 가르멜 수녀, 당신의 정배, 그리고 어머니가 되는 이 세 가지 특권이 제 성소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군인, 신부, 사도, 학자, 순교자 같은 다른 성소도 자꾸 원하게 됩니다. 결국 저는 예수님을 위해서 가장 용감한 일을 모두 해내고 싶은 소망과 욕심을 가지게 됩니다. 저는 십자군 병사와 교황군 병사의 용맹을 가슴에 느끼며, 교회를 지키는 싸움터에서 죽고 싶습니다.
저는 ‘사제의 성소’를 제 안에 느낍니다. 예수님, 제 목소리가 성체성사를 통해 당신을 하늘에서 내려오시게 할 때, 저는 얼마나 큰 사랑으로 두 손에 당신을 받쳐 들 것이며, 얼마나 큰 사랑으로 당신을 영혼들에게 주겠습니까! 그러나 신부가 되기를 원하면서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겸손을 우러러보고 부러워하며, 그 성인을 본받아 ‘사제직’의 높은 지위를 사양하는 성소 또한 느낍니다.
저의 사랑과 생명이신 예수님! 어떻게 하면 이 모순이 조화를 이루겠습니까? 제 ‘작은 영혼’의 소원을 어떻게 이룰 수 있겠습니까?
첫댓글 성소에 대한 끝없는 욕심~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아름다운 욕심이고, 또 얼마나 기쁘실지... 그래서 그분의 아름다운 향기를 오래오래 저희들에게 풍기게 하시나 봐요. 성녀님을 조금이라도 닮아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성녀님께서 주님 마음에 드시고 더 이상 바라는게 없으심을 꿈을 통하여 알려주셔서 기쁨과 참 평화를 느끼게 해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저도 주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