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깨비난장에 참여했던 호호아줌마입니다. 마임축제 못 오신 분들을 위해 몇 자(좀 많죠) 적어봅니다 **
# 5월 31일 청량리역 : 주말에 비가 온다더니 다행히 날씨가 쨍하다. 진짜 다행이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지? 두리번두리번.. "도깨비 열차를 타실 손님들께서는 역 광장 나오는 곳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아하! 도깨비열차 부스가 보인다보여. 신분증 확인하고 이쁜 명찰이랑 볼펜+설문지+풍선이 든 봉투를 받아든다. 그런데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가족단위다. 다들 어디 캠핑이라도 가는 듯 배낭에 아이스박스에 장난이 아니다.
# pm 3:38 출발이다. 흑흑... 같이 가기로 했던 사람들이 사정이 있어서 올해도 난 또 혼자 마임축제를 보러 간다. 1호차에 누군가도 혼자 간다던데.. 기차출발과 동시에 기차 안에서 방송을 시작하더라. 축제의 유래부터 올해 축제에 대한 설명 그리고 오늘 기차 안에서 공연하는 팀들에 대해. 사실 이번에 도깨비 열차를 타며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바로 기차 안 공연이었다. 언제쯤 등장하시려나?
# 첫 번째 공연 - 한 사내가 저벅저벅 들어와 좌석 위 짐 싣는 곳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어떻게 저 좁은 곳에 몸이 들어갈까? 잠시 후 한 사내가 작은 여자아이(?)를 업고 천천히 들어온다. 여자아이는 해맑은 미소로 하얀 국화꽃을 뿌린다. 배경음악으로 틀어준 음악이 뭐더라?
# 두 번째 공연 - 한지 옷을 곱게 입은 아이 한 떼가 슬로우모션으로 들어온다. 손에는 꽹과리, 장구, 북 등을 들고 신나게 떠들며 지나간다. 빨간 두 뺨이 귀엽다. 문득 마임의 집에서 마임교실 발표회 때가 생각난다. 우리도 노영아샘이 정성껏 만드셨다는 한지옷을 입고 공연했었는데...
# 세 번째 공연 - 극단 사다리 '이중섭 그림 속 이야기'에 나오는 인형이 등장을 했다. 하나는 어른인지 등치가 크고 나머지 하나는 아이인 듯 체구가 작고 귀엽다. 두 인형은 좌석 여기저기를 장난치듯 날아다닌다. 아이들은 신기한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그 때 인형 하나가 내게로 다가와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는데 순간 가슴이 찡했다. 마치 "괜찮아 괜찮아" 하며 위로해 주는 듯 싶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다같이 행진 - 공연에 참가했던 모든 분들이 기차 안을 한바퀴 순회했다. 좀 더 다양한 공연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춘천역 도착 - 한지 옷을 입은 개구쟁이 석고상들이 도깨비 열차 손님들을 맞이한다. 오랫동안 똑같은 자세로 있기가 힘들텐데... 살짝 간지럼 태워볼까?
# 고슴도치섬 도착 - 춘천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고슴도치섬에 도착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섬 들어가는 다리에 알록달록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섬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이쁜 뺏지를 사서 옷에 달고 들어가니 가장 먼저 내 눈을 끈 건 깡통으로 만든 전시물들이다. 거기서 전시물에 장난을 치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는 마임사랑 카페지기 우진님을 만나기도 했다.(11시에 번개하셨나요?) 또 한 켠에는 홍대앞 프리마켓이라고 해서 디자인전공 학생들이 만든 기발하고 이쁜 작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난 손으로 직접 만든 고양이가 새겨진 손목보호대랑 본인이 선택한 몇 가지 이미지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이상한 초상화를 구입했다. 사진 나오면 게시판에 올릴게요.
# pm 7:00 춘천인형극장 - 네덜란드 극단 드다더스의 '나중에 그리고 조금 전'
참 특이한 공연이었다. 세 명의 배우가 잡동사니로 가득 찬 라디오 스튜디오에 들어와 한판 정리를 한 뒤 다양한 소품들을 사용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음향담당인 나머지 배우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녹음은 시작되는데 즉석에서 녹음을 해서 들려주는데 하나씩 들으면 아무런 의미없는 소리들이 편집에 따라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들려온다. 조금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배우들의 모습들이 만들어낸 소리는 마지막에 섬찟한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린다.
# pm 8:00 - 9:00
도깨비 난쟁이 시작되기 전 친구를 골리려는 광대 백스(한국)와 친구의 속임에 넘어가는 호어스트(독일)의 에피소드 '아주 조금 나쁜 일 일뿐'(독일친구가 한국어를 어찌나 잘하던지.. 그날 엉덩이 좀 아팠겠어요)와 신체극단 몸꼴의 '불꼴'(불의 매력이 느껴졌던 작품인데 사실 좀 어려웠다)이란 두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 pm 10:00 도깨비난장
신나는 우리놀이 퍼포먼스 타오의 신명나는 북소리에 심장이 두근두근...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 말뚝박기도 하고 고무줄도 하고 꼬리잡기도 하고 관객들과 줄다리기도 하고. 제멋대로인 공을 잡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재미있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축구'와 일본 가말초바의 '가발초바쇼'(닭벼슬 머리를 한 두 남자의 다양한 에피소드에 누군가는 개그콘서트보다 재미있다 했던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혼신을 다해준 발레 '해적그랑파드두', 목욕탕 의자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무대위를 뛰어 다니는 '어어부프로젝트', 여고생 진보라양의 찰랑거리던 머리가 인상적이었던 퍼플매직오케스트라, 세일즈맨들의 서글픈 현실을 담은 서울현대무용단의 '세일즈맨 바다로 가다'(결국 그들이 찾은 바다는 진짜 바다가 아닌 바다횟집이었다지?), (공연팀이 너무 많아 중간 생략) 해가 뜰 무렵 마지막을 장식해준 '철가방 프로젝트'(춘천 젊은이들에게 어찌나 인기가 많던지), 참 영원한 마임축제지기 이외수+유진규+심철종 선생님의 노래도 빼 놓을 수가 없겠지.
# 6/1 am 5:20 춘천역
너무 오랫동안 앉아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인지 철가방 프로젝트가 한참 앵콜공연을 할 무렵 부랴부랴 고슴도치섬을 빠져나왔다. 피곤이 마구마구 밀려오는데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하는 도깨비열차를 기다릴 수가 없었다. 다행히 올해는 따뜻한 잠바를 가져가긴 했는데도 쌀쌀한 춘천의 밤공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리털 파카를 챙겨올걸...
작년보다 규모면에서 좀 더 커진 느낌)이 들었던 이번 축제에선 작년보다 다양한 공연팀과 부대행사가 준비되었던 것 같다.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었던 팜플렛, 조금 더 다양한 아이템을 개발해도 좋을 듯한 기념품, 도깨비 열차 안의 프로그램, 그리고 여전히 뒤에서 묵묵히 일해준 많은 자원봉사자들까지.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바이킹을 비롯한 놀이기구의 반짝이던 불빛이 낯설어 보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도 볼 수 있었는데 작년엔 자원봉사자들이 부스를 만들어 간단한 음료와 간식거리를 제공했던 것에 비하면 상업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것 같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오는 것을 고려한다면 화장실과 같은 공중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특히 춘천인형극장 화장실은 휴지통이 너무 작아 휴지가 마구 넘치더라) 좀 더 여유를 갖고 공연하나하나를 꼼꼼히 못 본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내년 마임축제를 기대하며 어설픈 마임축제 후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