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 휴게소
낯선 풍경으로 다가온 *이인 휴게소 그 이름을 불러보면 오래된 친구의 이름같다 사람이나 지명이나 오래토록 떠 올릴 수 있다는 것 그리 흔치 않는 것이네 나이 오십 너머 실낱같은 기억이라도 저리 마음 쓰인것은 세상살이란게 정 붙일 곳이 많진 않은가보다 먼 훗날에 사람이 몹시도 그리워진다면 이곳을 찾아와 애타게 불러보리라
*이인 휴게소 : 공주시 이인면
빈 집
그만 돌아오세요, 제발 무엇이 그리 놀라게 했나 식솔들 다 챙겨 떠나간 그녁 저 작은 둥지에서 알콩달콩 새끼들과 다릴 뻗고 살았을테고 남보다 먼저 일어나 물어 날랐을 끼니꺼리란게 매번 허기로 남았을 터 세간살이 하나 남기지않고 어디로 황급히 떠났을까 등기부에도 올리지 못할 청거시 여린 나뭇가지에 매달린 둥지 안이 커 보인 것은 이십 여 년 전 포항시 죽도동 단칸셋방이 그리워서는 아니다 난 너에게 차마 방을 비우라는 말은 못했는데,
보령을 지나가며
스쳐가는 곳을 본다 겁을 쌓아야만 스쳐간다는 것들 난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되물어보지만 답은 없고 단지 보이지않은 바람에 익어가는 산과 들이 출렁일뿐이다 바람은 떠나야할 때와 가야할 곳을 잘 알기에 묻지도 않는다 난 바람과 닮아서 언젠가 이곳을 찾아갈지도 모르겠다 바람이 스친 곳은 상처로 남지만 따순 햇살이면 그만이다 바람이 지나온 곳 마다 말없는 햇살이 따라나선다 모든게 아픔이고 상처였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바람인줄을 모른다
우포늪
누군가는 그곳에서 나오드라 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네 행여나 뭔가를 볼까하여 아무리 바라봐도 들고 나는 흔적이 없네 수면을 채운 가시연 이파리에 습한 바람만 차고 넘치네 억겁의 찰라로 내리치는 죽비를 맞고서야 바람이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아득하지만 바람이 드나든 길에 물이 흘러 들어 왔을거야 물과 바람이 어우러져 사는 집 이제는 사람이 저 안으로 들 차례다 땡볕에 묵음의 가부좌 튼 가시연 우로 사람의 애비가 걸어나와 말을 하신다 여보시게, 살만들 하신가 늪에서 부는 바람 참 습흐네
옥수역에서
소시적 우린 달을 따고 싶어했지 그때 마다 뒤안 대나무가 하나씩 잘려 나갔고 간짓대 끄트머리께엔 환한 달덩이가 매달리곤 했지 헛탕치는 날도 종종 있지만 우린 가슴에다 수천개의 달을 따 모았지 나이가 들어서도 병훈이 친구는 달을 따고 싶었나봐 서울로 올라가더니 달동네라는 옥수역에서 여직껏 달을 따러 다닌다는 소문만 무성하더니만, 누군가는 그 친구가 옥수동 달동네 사람들한테 가슴속의 달을 하나씩 나눠주는 것을 보았다는둥. 아직도 병훈이 친구 가슴엔 달이 몇 개나 남아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