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로우 이연진 기자]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유일하게 '월세'만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에도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월세시장은 나홀로 거래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매매시장은 매도하려는 매물이 쌓이고 매수세가 급격히 줄면서 극심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고, 전세시장 역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로 이동하는 수요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이 오르고, 매물이 적어지면서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거래는 줄고 월세 거래는 확연히 늘고 있다. 통계를 살펴봐도 이 같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을 뚜렷하게 살펴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2011년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3년간 매매가격이 급등하며 신규로 체결하는 전세 가격이 급등한 데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p인상)으로 전세대출 이자가 높아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4만225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수준으로 4만 건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중 40%에 육박하고 있다. 전체 전월세 거래 중 월세를 낀 계약의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35.8%에서 올해 39.9%로 상승하며 역대 최고를 나타냈다.
월세 거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대출 이자 부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일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최고 금리가 연 6% 선을 넘어서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세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는 연 4.10~5.08%에 달한다.
결국 전세대출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반전세나 월세 형태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 여기에 집주인, 임대인들 사이에서도 전세 대신 월세와 반전세로 매물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이혜영 데일리한국 기자
집주인 입장에서도 전셋값을 올려 받는 것 보다는 보증금을 줄이고 매월 월세를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에는 집주인이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화가 진행됐는데, 현재는 전세대출 금리가 높아 세입자도 월세를 택하게 되면서 서로의 필요가 맞아 떨어지게 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월세전환율은 전국이 5.8%, 서울이 4.8%였다. 최고 연 5% 후반까지 오른 전세자금대출 최고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전세 대출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종합 월세가격 변동률은 수도권 0.18%, 서울 0.06%로 전달 대비 각각 0.01%p, 0.02%p 상승했다.
월세 중위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중위 월세가격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93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7월 처음으로 90만원을 기록한 중위 월세값은 최근 1년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서울 역시 중위 보증금이 작년 7월부터 계속 1억원인 반면, 월세는 100만3000원에서 105만원으로 올랐다.
앞으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에 전세 매물이 사라지게 되고, 무주택자들이 영끌·빚투를 해서 집을 살수도 없는 환경이 지속되면 결국 월세시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