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기념으로 하게 된.... 처음 의도는 이 날이 아니었지만, 이 주간에 하게되어 뜻깊었다. 작년 가을 내내 시골 동네 정말 작은 도서관에서 정겨운 이웃들과 장애공부모임을 거의 4개월간 했는데 거기서 북콘서트를 했었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강당을 빌렸다. 애드해피에서도 몇분이 대전에 초등학교에서 열었던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백정연 작가님 북콘서트에 참여했다. 우리 애드해피 독서동아리가 8명인데, 제일 첫번째 두번째 가입하신 멤버 두 엄마가 강의를 듣고 나서 세종에서도 이런 강의 들으면 좋겠다고 해서.... 사인받을 때 작가님께 세종에서도 이런 모임 하면 어느 봄 토요일에 오실 수 있냐고 구두로 약속을 받아두었었다.
그게 올 2월의 일이었다. 그리고 3월에 교회 문화사역부 담당 목사님께 떨리는 마음으로 북콘서트 기획서를 제출하고 기획의도를 말씀드렸다. 목사님은 못할 이유가 없다면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다. 목사님께서는 애드해피 동아리 생길 때도 "주님이 기뻐하시면 이루어주시고 기도하면서 하는데까지 하다가 안되면 언젠가 누군가를 통해 이루실..."라고 말씀하시며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셨었다. 그렇게 강사료와 장소를 지원 받았다.
금전적인 게 첫번째 걱정이었고.... 두번째는 도우미 섭외가 큰 걱정이었다. 세번째는 막상 준비했는데 사람이 안오면 어쩌나 였다. 큰 일 할 사람은 못되나보다. 가뜩이나 불면증이 있는데... 그 걱정에 잠이 안올 지경이었다. 주님께 기도하면서도 걱정을 달고 살았다. 그리고 점점 각 부분들에서 채워주시고 자유함을 주셨다.
나머지 준비 비용은.... 우리 형편이야 다 비슷하다. 아이들 센터 보내도 둘 셋씩 키우면 돈 들어갈 곳이 많다. 세종의 한 유치원 특수반에서 실무사로 일하시는 한 선생님께서 10만원 후원해주셨다. 아이들 돌봄 맡은 팀장님이 나랑같이 합해서 20만원을 만들었다. 그래서 준비금이 총 30만원이 마련되었다.
강사료는 교회 문화사역부에서 주시기로 했으니 30만원을 가지고 북콘서트 살림을 해나갔다. 당일에 강사님과 수어통역사, 사회자와 나는 간단히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도록 하고.... 음... 판매용 도서도 구매해놓고 안팔리면 어쩌지 하다가도 남으면 작가님 싸인받아서 도우미 분들께 감사선물로 나눠드리자 하면서 준비를 했다. 돌봄 아이들을 위한 유기농간식 23명분 과자꾸러미를 만들었다. 종이컵을 이용한 다양한 놀이도 준비했다. 종이컵의 만들기나 놀이의 세계가 그렇게 풍부한지 처음 알았다. 이런 것을 구상한 자녀돌봄팀장 엄마는 예비된 분이지 싶다. 그 외에도 유치부실에 있는 다양한 놀잇감들을 사용했다. 교회니까 그 놀잇감 활용이 가능했다.
오송역에서 강사님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일도 자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주일을 준비하는 교회가 가장 바쁜 날인 토요일에 강의장소와 돌봄장소도 제공해주신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더군다나 교회 창립기념일 전날에 말이다. 아이돌봄으로 10명의 도움주실 분들을 섭외했다. 콘서트장소 준비할 분을 3명 섭외했다. 꽃들이 만개하고 초록이 손짓하는 이 따스한 봄날 가족과 함께 들로 산으로 놀라가고 싶은 계절이다. 결혼식 등 행사도 많은데 그분들이 자원하는 마음으로 봉사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소소하다면 소소하고 크다면 큰 어려움들도 있었다. 사회자는 한주 전에 코로나로 온가족이 몸살을 겪고 나는 바로 전날까지 두 아이들이 독감으로 자가격리 5일을 했다.
그 와중에 포스터.... 안내용 리플릿작성, 지인들에게 알리기 등등 차근차근 기도하며 준비하기를 두달 동안 해왔다.
드디어 콘서트 당일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관심 있는 분들 대략 25명 정도가 오셨다. 아이들도 스무명 정도 왔다. 딱 그정도의 온도로 사람들이 관심 갖는 주제인가 싶기도 하다. 하루 전날 농인분이 연락이 와서 가족과 함께 강의 듣고 싶다고 하셔서 수어를 섭외하고 타이핑을 섭외했다. 작가님은 또박또박 입모양을 만들어서 구화를 염두에 두시며 강의해주셨다. 몇분만을 위해서도 수어를 해주실 수 있냐고, 긴 시간 수어해도 저희가 통역료도 못드리는데 ... 하면서 부탁드렸더니 수어를 하시는 권사님께서 "한 명이 필요해도 해야지요." 하면서 수락해주셨다. 한시간 반동안 그 자리에서 수어를 해주셨다. 수어를 모르는 어머니를 위한 고1학생의 타이핑도 노트북을 가지고 준비했다. 근데 강사님의 구화가 너무 좋아서 타이핑은 필요없게 되었고 학생은 맨 앞자리에서 강의를 들었다. 진정 감사했다. 우리가 딱 그런 마음이었다. 몇 사람이 모이더라도 참여하신 바로 그분에게 깨달음과 유익이 있기를... 처음 해보는 북콘서트를 준비과정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
사회를 처음 해보신다는데... 그런분 같지 않다. 따뜻하면서도 의연함이 묻어나는 사회였다고 생각이 든다. 강사샘과 사회자의 조화가 역시나 어울린다. 백정연 작가님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강의가 더 잔잔한 어조로 가슴 깊이 박힌다. 새 책 준비중이시라니 기대된다.
아이 셋 키우는 엄마 둘이 각각 돌봄팀과 사회를 맡고 나는 기획총괄을 맡고.... adhd 아이키우면서 자신의 삶도 녹록지 않은 엄마 셋이서 뭔 사십넘어 뭔 패기가 있었는지.... 주님을 향한 믿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간절한 엄마의 바램이었다. 다른 부모들과 아이들을 위해 이리 노력하다 보면 우리 아이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선가 이해받는 그런 환경이 조금씩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준비했다. 그 준비과정에 기도하면서 걸어왔다. 우리 주님께서 함께 해주셨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믿는다. 2개월동안 매주마다 모여서 논의를 했다.
변수가 제일 많았던 것은 참여하시는 분들의 자녀돌봄이었다. 참가신청서를 큐알코드 신청 받을 수 있었는데 바로 전날까지 아이들의 정보가 없어 막막했었다. 다양한 아이들이 왔고 두 공간을 나눠서 큰 아이들은 공차기 등 몸놀이도 하고 작은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도 했었다. 나이와 증세에 맞게 다양한 감통놀이를 준비하고 돌봄팀장님이 수고가 많았다. 흰머리가 많이 늘었을 듯^^
끝나고 나니 아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양가감정이 있다. 이제 지난 것은 지나간대로 두고 또 각자를 인도하시는 발걸음을 따라 일상속에서 두 엄마는 열심히 공부하신다. 일상의 안개속을 걷는 우리들에게 .... 작다면 작은 시작 북콘서트인데... 각자를 향하신 부르심이 있었다. 이제 그 안개들이 조금은 더 걷히고 각자의 소명이 조금 더 또렷하게 보이는 순간들이었달까.
도와주신 모든 분들, 강의해주신 작가님, 강의 들으러 와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