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온 지구촌이 술렁거린다.
그렇다고 우두커니 먼 산만 바라보고 갇혀 있기에는 시절이 넘 아깝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역행한 일이긴 해도 남도의 청정도에 위안을 삼으며 길을 나선다.
다행이 동무 몇몇이 길손 되기를 자청 한다.
완도엔 무수한 섬들이 많다.
오늘은 연육,연도교로 연결된 고금도,약산도를 돌아 동부권 섬인 생일도를 둘러보기로 한다.
생일도 모산(母山)인 백운산(白雲山) 아래 전망데크에 박지를 잡는다.
생일도(生日島) 위치 및 바닷길..
생일도로 가는 뱃편은 녹동항에서도 하루 4회 왕복 한다고 한다.
그러나 뱃길도 그리 좋은편이 아니고,기항지가 많기도 해서 일행은 마량,고금도을 돌아 약산도 당목항에서 느긋하니 생일도행 배를 기다린다.
약산 당목항에서 생일도까지는 철부선으로 약 30여분 가량의 거리에 위치한다.
울은 하루 10여편 운행하는 선편중 11시20분 출항하는 배에 올랐다.
생일도 백운산 정상부에서 조망한 주변 섬군들의 파노라마...
산행코스 : 서성항~학서암~백운산(483.1m)~일출공원(정자)~용출봉(351.6m)~금머리~송곳바위~금곡해수욕장
완도군 약산면 당목항에는 평일도(금일면),생일도를 왕복하는 철부선이 수시로 운행 한다.
입도해서 느꼈지만 평일도,생일도,등 주변 해역엔 온통 양식장이 바다를 채우고 있어서 인듯 하다.
그만큼 운송할 화물이 많아서 일게다.
출항한지 약 30여분,생일도 서성항에 도착 한다.
생일도를 상징 한듯 커다란 케익 조형물이 일행을 반긴다.
조금은 억지스럽긴 해도 그리 나쁘진 않다. ㅎㅎ
서성항을 좌로 돌아 농협,파출소,등이 있는 마을을 관통하여 중학교를 좌로두고 골목으로 들어 선다.
짐작으로 들어설뿐 등로를 알리는 표식은 없다.
구불구불한 골목을 빠져 나와 마을 뒤켠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능선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정오를 넘겨 마을어귀 등로초입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 하고,
진달래가 만발한 등로를 따라 유쾌한 걸음질을 한다.
오르길 20여분 등로를 가로 질러 임도가 나온다.
서성선착장에서 용출봉으로 이어지는 임도 인듯 하다.
계단을 타고 한참을 오르길,
시야가 탁트인 전망바위 위에 놓여진 예쁜 벤치 하나가 힘겨운 길손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생일도 서성항과 건너편 평일도,그리고 멀리 거금도 적대봉이 시야에 들어 온다.
바다는 연등을 달아 놓은 것처럼 울긋불긋한 부표들로 꽉 차있고,
뭍의 파란색은 근해에서 양식한 다시마,미역를 말리기 위한 건조시설 이라고...
무거운 등짐탓 인지,아님 주변의 경치탓 인지 등짐을 내려 놓고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는 백섬님,
양식장이 빼꼭히 떠있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금일읍이 자리한 평일도가 넓게 펼쳐 있고,
뒤로는 금당도와 거금도가 멀어져 보인다.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평일도,
망산이 우뚝하고,우로는 금일명사십리해변을 따라 연도교가 이어진 소랑도가 그림처럼 떠있다.
능선을 타고 1시간여 학서암 갈림길이 나온다.
백운봉으로 바로갈까 하다가 궁금도 하고,시간도 남고 하여 학서암에 들르기로 한다.
능선을 벋어나 학사암으로 이어지는 기슭에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학서암 갈림길에서 10여분,
학서암초입 석탑 둘이 나란히 지나는 산객을 반긴다.
학서암(鶴棲庵)
학이 머문다고 하여 붇여진 이름이긴 하나, 생일도에 학이 있는지는 쪼매 의문이다....ㅎㅎ
용출봉의 용에 대응해 만든 이름이거나 사찰 창건에 관련한 사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서암은 평일도,금일도에서도 신도들이 찾을 정도로 이 일대에서 유명할 암자다.
생일도 주민들이 모두 합심해 사찰을 조성했을 정도로 생일도 주민에게는 애정이 각별한 암자라고...
동무들 몇이서 주인 비운 텃밭의 넘새 몇 닢를 노략질 해서 호기롭게 씻고는 배낭에 몰아 넣는다.
나무 관세음 보살...
학서암 정문을 벋어나 큰길을 버리고,
희미한 자국이 남아있는 언덕으로 길을 잡는다.
겨우내 푸르름을 간직했을 상록의 터널을 기분좋게,
때로는 흘러내리는 너덜을 달래도 보며,
다소 좁고,거친 학사암 뒷길을 올라 백운봉 갈림길에서 잠시 놔 주었던 주 등로에 합류하여,
힘겨운 능선길로의 오름짓을 한참 하고서야 하늘이 열리고 흙길도 암릉으로 바뀌는 산마루에 도착한다.
지나온 학서암과 언덕 넘어 올망졸망 떠있는 다도의 섬들이 평화롭기 까지 하다.
오름 내내 봐왔던 터라 생일도 앞바다의 작은 섬들이 그새 눈에 익는다.
특히 오른쪽의 평일섬 끄트머리 뒤에 숨어있는 작은 섬이 계속 눈에 띈다.
저 섬 이름이 우도와 섭도 란다.
산행시작 2시간여,
등줄기에 땀이 흐를즈음,주변 뷰가 멋찐 전망바위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다소 거칠은 바위틈을 타고 함께한 동무는 주변의 풍광을 담으려 주변을 훑는다.
정상으로 오를수록 마치 지네발 처럼 펼쳐져 있는 평일도의 풍경이 매력적 이다.
어차피 가봐야 할 그 곳,
나의 버킷리스트에 담아 둔다.
제법 가파른 암릉길,
바람탓 인지,아님 등짐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인지 동료의 휘청거림이 웃음을 자아낸다.
아래에서 봤을 때 평탄해 보이던 산등성이가 등로의 좌측으로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등로는 예상대로 기복 없이 수월하게 이어지니 시선이 온통 주변의 풍경에 쏠린다.
보호줄을 따라 잠시,
전방에 쉼터 하나와 철탑이 꼿혀있는 백운봉이 시야에 들어 온다.
잠시후 백운산(白雲山) 백운봉(483m)에 도착 한다.
483미터로 섬 산 치고는 높은 편인 백운산 정상...
철탑에 어수선하지만 전망대 데크도 잘 꾸며져 있고,주변풍광도 수려하여 한짬은 쉬어가도 좋을듯 하다.
생일도의 최고봉으로 앞산에 가려진 뒷산 능선이 투시돼 보이는 것처럼 보여 '투명산'으로 불리기도 한단다.
전국을 돌다 보면 백운산이란 산명을 쉬이 볼수 있다.
백운산이름은 한자가 그렇다 보니 흰구름이 머문다든지 흰구름이 걸려있어 그런 이름이 붇여졌단 해석이 많지만,
백(白)은 단재 신채호선생의 밝사상에서 나온 것으로 높고 신성하다는 뜻을 가졌고,
전국의 백운산들은 대부분 그래서 지어진 이름이다.
생일도의 백운산도 마찬가지 인듯,그런 신성한 기운이 있어 이웃한 큰 섬인 고금도,약산도,평일도,등를 놔두고
굳이 생일도에 학서암을 창건한 것은 백운산이 완도에서 두번째 높은 산이기 때문만은 아닌듯 하다.
백운봉에서 주변풍경에 빠져 잠시 지체하는 사이 앞장섯던 일행 몇몇은 설영에 정신이 팔려 있다.
당초 일출공원이나 용출봉전망대에 박터를 잡으려 했으나 바람도 잣아들고,바쁠게 없던터라 말리진 않았다.
산객을 위한 통로를 비워두고 테크를 양분하여 텐트4동과 쉘터를 구축 하고,
라면 몇가닦으로 점심을 대신했던 허기를 이른 만찬으로 채우기로 한다.
일행 몇이 저녘차림을 준비하는 동안 주변을 살폈다.
정상이 올려다 보이는 전망데크에 잠자리를 구축한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단 생각이 든다.
밤새 바람만 조용히 지나가 준다면...
화려한 식단,
그리고 행복한 배불림...
오랜 쪼그림에 오금이 결려올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보냈다.
나야 쏘주 몇병이지만 이것,저것 준비해온 동료에게 감사함을...
에지간 했던지 모두들 조용하다.
다행인지 안타까운건지 울일행이 머무는 동안은 다른 산객들의 모습은 전혀 비치질 않는다.
아마도 코로나의 영향이...
박지주변에 바위손이 바위마다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가뭄이 길어서 인지 잎을 반쯤 벌리고,식어가는 태양을 바라고 다소곳이 볕을 쬐고 있다.
하루를 마감하는 검붉은 태양이 엉겁의 시간을 두듯 천천히 바다넘어 뭍으로 떨어 진다.
찬란하고 황홀함에 오르가즘을 느낄 정도는 아니어도
해무에 드리워진 따스한 기운은 황량한 길손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어 주기에 충분 했다.
해는 바다에 몸을 숨겨 가느다란 선홍의 흔적만를 남기고,
뭍은 땅거미가 어둠을 부른다.
해를 떠나 보낸 평일도,
아기자기 늘어선 풍경이 평화롭기까지 하다.
해를 넘긴 먼 발치에 용출항을 떠난,용량도,형제도,덕우도,등이 열을 지어 떠있다.
저물어 가는 남녘의 밤...
각자의 잠자리에 어둠을 밝히고 때로는 다함께,더러는 각각이 깊어만 가는 초봄의 밤을 즐긴다.
부족함 없는 생일도의 밤을 즐기고,잠자리를 고른다.
아직도 어둠을 밝히고 항구를 비추는 용출항의 불빛들 과도 안녕을 고한다.
동이 트면 떠나야 할터,아쉬움이 남는다.
내일은 용출봉(龍出峰),금머리,송곳바위,금곡해변을 돌아 귀로에 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