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 조광조 선생의 절명시
정암(靜菴) 조 선생(趙先生)이 능성(綾城)에 유배되었는데, 유배지에 이르러 바로 담의 북쪽 모퉁이를 헐어 버리고 항상 북쪽을 향해 앉아서 임금을 사모하는 회포를 풀었다. 12월 12일에 의금부 관원이 사약을 가지고 오자 선생은 목욕하고 관복을 갖추고 조용히 명을 받으며 말하였다.
임금을 사랑하길 아비 사랑하듯 하였고 / 愛君如愛父
나라를 걱정하길 집안 걱정하듯 하였네 / 憂國如憂家
밝은 해가 이 세상을 굽어보시니 / 白日臨下土
밝고 밝게 충심을 비추어 주리라 / 昭昭照丹衷
죽을 때 나이가 38세였다.
퇴계 선생이 지은 조정암 선생의 행장에는
임금 사랑하기 아비 사랑하듯 했나니 / 愛君如愛父
저 태양은 나의 붉은 마음 알리라 / 天日照丹衷
로 나와 있다.
참고로 담을 허물며 지은 시를 첨부한다
담장을 쌓지 마오 / 莫築牆
담장 때문에 행여 북에서 오는 길 막힐까 / 築牆恐遮北來道
북쪽 길은 한강의 나루와 접해 있고 / 北來道接漢江渡
강 물결 밤낮없이 도도히 흘러내린다오 / 波濤日夜流浩浩
내 예전 임금 하직하고 대궐 문 나설 적에 / 我昔辭君出端門
푸르른 종남산을 보고 애써 머리 돌렸지 / 終南翠微勞回首
가는 말은 느릿느릿 걸음을 멈추지 않으니 / 征馬躑躅行不止
나의 일편단심을 교외 버들에 걸어 두었네 / 寸心掛在長郊柳
불같은 화가 드리운들 감히 괴롭다 하리오 / 火厲低垂敢言苦
담장 안의 몇 이랑은 아까울 바가 아니라오 / 環堵數畝非所恤
한 길 높이 담장이 눈앞 시야를 막아서 / 惟恨牆高一丈截望眼
북방의 소식 답답함만 더할까 한스러울 뿐 / 北方消息增紆鬱
한쪽 담장 허물어서 한눈에 통하게 한데 / 命撤一面通一睇
뜬구름이 답답하여 하늘 끝이 흐릿하네 / 浮雲杳杳迷天末
그대는 보지 못하였나 / 君不見
칠원의 장자가 나비 되는 꿈 꾸어 / 漆園傲吏蝴蝶夢
대궐 주변을 훨훨 날아다니는 것을 / 翩翩飛繞雙金闕
그대는 보지 못하였나 / 君不見
샘물은 백 갈래로 흘러도 바다로 들어가니 / 泉流百道走入海
만번을 돌아도 조종의 형세 막지 못함을 / 萬折莫遏朝宗勢
모기의 힘으론 산을 지다 부러지고 / 蚊力摧負山
새의 정성으론 바다 메우기 어렵다네 / 鳥誠難塡海
원성은 하늘에 통하고 눈물은 대지를 적셔 / 有聲徹昊淚濕壤
기울어진 북두성이 밤새도록 빛나네 / 闌干北斗終夜明
이때 이 마음을 누가 다시 알리오 / 此時此心誰復知
천리를 불어온 바람이 나를 위해 슬피 우네 / 天風千里爲我來悲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