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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행(四川行) 39
“ ? ”
신법을 전개하며 빠른 속도로 다가가는 홍관주의 눈에 당현이 거의 박투수준으로 상대와 접전을 보이는 것이 보였다. 이상했다. 당현은 누구보다도 암기에 자부심을 가진 자였다. 박투는커녕 비도도 잘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한줄기 의구심을 갖는 그였다.
무정의 눈에 근접전을 벌이는 두 사람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알수 없는 살기는 진해지고 있었다. 저 마차....저 마차 뒤쪽이었다.
무정은눈을 좁히며 달려가고 있었다. 순간 우측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홍관주였다. 그는 마차보다 저 싸움에 더 흥미가 있는 듯 했다.
“이놈!....”
“오호호...... 화가 나셨나? 오호호”
“퍼펑,,,,펑”
당현은 흥분해 있었다. 오로지 내공으로만 상대하고 있었다. 사실 암기에
미친 그의 삶이었다. 간단한 박투술을 제외하고는 근접전은 그의 무공수위에 비해 한참 떨어졌다. 허나 다래가는 달랐다.
철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근접전이 전문이었다. 흥분한 당현의 실수였다.
당현의 내력이 점차 달리기 시작했다. 당연했다. 마지막 심득은 엄청난 내공을 필요로 했다. 그는 그 것을 위해 반 이상의 축기를 날려 버렸다. 아무
리 샘솟는 내공이라 해도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말 샘솟는 내공을 지닌 무공이란 없었다. 그의 얼굴이 점차 벌게져 갔다.
다래가의 눈이 반짝였다.
“오호호..... 멸천조(滅千爪)....밀격(密擊)!”
징그러운 목소리와 함께 그의 우수가 당현의 머리를 향했다. 당현은 급작스러운 공격에 몸을 뒤로 젖혔다. 철판교의 수법이었다.
“호....바로 그거야!”
허초였다. 진짜는 왼손이었다. 그의 왼손이 손가락을 쫙 벌린 채 당현의 양다리를 쓸어 갔다. 당현은 다리어림에 기운을 느끼고는 눕는 탄력을 이용해 양팔을 땅에 짚고 다리를 차 올렸다. 그리고는 물구나무를 선채 팔꿈치를 굽혔다가 힘차게 폈다.
“파앙..”
당현의 신형이 순식간에 이장 뒤로 돌면서 떠가고 있었다. 놀라운 임기 응
변이었다. 허나 다래가는 웃고 있었다. 다 허초였다. 예상한 동작이었다.
그의 양손이 뒤로 젖혀졌다가 힘차게 앞으로 뻗어나갔다.
“오호호호,,,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양손에서 섬전같은 속도로 철조가 빠져 나갔다. 약간 끝이 구부러진
철조였기에 공기의 저항을 받기 시작하면서 그 방향이 조금씩 틀어졌다.
그러면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직선이 아닌 곡선의 구불구불한 움직임이 생기는 열개의 철조가 뱀처럼 몸을 뒤틀며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이대 가면 당현이 땅에 착지할 때 즈음에는 거의 정통으로 맞게 될 것이었다.
“이...이런!...”
당현의 입에서 경호성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들어 상대를 보니 철조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이게 진짜였다 .이것이 멸천조밀격이었던 것이었다.
그는 눈빛을 굳혔다. 공중에서 양손에 내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암기의 제왕이 암기에 죽을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용화번천장(龍華?天掌)!”
한줄기 창노한 음성이 들리며 철조를 향해 구름 같은 장력이 들이 닥쳤다.
홍관주가 온 것이었다.
“어르신!!....”
당현의 목소리에 반가움이 묻어났다. 그 누구보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개방의 자리를 초개같이 버리고 바람처럼 사는 무림선배였다. 그의 눈에서 안도의 눈빛이 비춰졌다. 허나 이내 침잠해졌다.
“파파파파팡..”
“쐐애애액....”
다섯 개의 철조가 그대로 날아오고 있었다. 너무 멀리 있었던 홍관주였다. 위력이 떨어진 것이었다. 당현은 두 손은 머리위로 올렸다. 이미 자신의 몸은 지면에 닿기 직전이었다. 그의 두 손이 벼락같이 아래로 떨어졌다.
“하앗....”
최후의 힘이었다. 장심에 물방울이 모여 있었다. 공중에서 모아 철조를 향해 쏘아 보낸 것이었다. 그의 오른발이 땅위에 한치 정도 떠 있었다.
“따다다당...”
“쐐애액...”
네게의 철조가 튕겨 나갔다. 허나 한 개의 철조가 눈앞에 있었다. 그의 얼
굴에 체념의 빛이 떠올랐다. 너무 가까웠다. 두치 앞이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아직 발에 걸리는 감각이 없었다. 너무도 정확한 일격이었다.
“카가가가가가각.....”
눈앞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의 두발이 땅에 닿았다. 흔들리는 신형을 세우며 당현은 눈을 떴다.
“쉬이이익......”
철조가 한치 앞에 멈춰 있었다. 누군가 그 철조를 손으로 꽉 잡고 있었다.
철갑의 묵빛수투를 낀 손이었다. 철조는 그 손안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윽고 그 회전이 멈추었다. 내리는 빗물에 달궈진 철조와 수투에서 보일 듯 말 듯한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 ! ”
그자였다. 긴 흑발을 지니고 한쪽얼굴에 검상이 있었다. 그의 울끈한 몸이 눈에 들어왔다.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서서 철조를 잡아챈 것이었다. 대단한 빠르기에 힘이었다. 최소한 자신과 비슷한 내공이 실린, 힘 있는 철조였다.
무정은 홍관주의 장력이 빗나가자 초우를 뽑았다. 그대로 쳐내려 하다가 노인의 몸에서 장력이 생기더니 네 개의 철조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았다. 하나의 철조는 너무 가까웠다. 자칫 빗나가면 큰일 이었다. 그래서 그는 손을 들어 철조를 잡아챈 것이었다.
“홋홋........ 어이구...당현 이것아.... 죽다 살았구만...홋홋”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홍관주가 말했다. 그 미소는 장난스러웠지만 다래가를 보는 눈은 장난이 아니었다.
“!”
무정은 이 노인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당현....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준 사람이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떡였다.
“그렇군....당신이 당현이군......... 어쨌든 빛은 갚았소..”
무정은 말과 함께 철조를 내던졌다. 그는 앞으로 나섰다.
“으음?....”
당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빛이라...... 문득 날아오는 비도 두개를 막은 기
억이 났다. 그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냥 날아오기에 되돌려줬을 뿐이었다. 그걸 빛이라......... 확실히 무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였다. 아마도 이름이 무정이라는.......
“홋홋...정아 안보는 새, 뭔 일 있었냐? 훤해 졌구나..”
홍관주는 신기한 눈초리로 무정을 아래위로 살펴보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기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젠 자신과 거의 비등할 정도였다. 무정은 그를 향해 고개를 약간 움직이고는 앞으로 나섰다.
“아아...잠깐. 잠깐,......녀석 성깔하곤 ...잠깐 뒤에 있어라. 저놈과할 말이 좀 있으니....”
홍관주는 나서는 무정을 말렸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앞으로 나섰다.
“홋홋홋.....조심해라 아이야....... 난 저놈하고는 좀 다르단다!”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지으며 홍관주는 섬전같이 달려 나갔다. 그이 청죽이 바닥에 꽂혀 있었다. 육장으로 상대한다는 말이었다.
비록 입가에 미소를 그리고는 있지만 눈에서는 살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갔다. 주위에 어린 소녀들의 잘려나간 시신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다래가는 얼굴을 굳혔다. 아까운 기회였다. 격장시켜서 겨우 얻은 기회였는데 저 우스운 노인네와 시커먼 놈에게 걸려서 잃어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의 신형이 땅을 박찼다. 눈에 살기를 띄며 그 화를 홍관주에게 풀 생각이었다. .......... 허나 오산이었다.
“파파파파파팡”
“커어억...”
다래가의 입에서 실낱같은 피가 흘러나오며 뒤쪽으로 쳐 박혔다. 이 노인이 갑자기 좌우로 수많은 환영을 남기며 다가왔다. 장은 날렸을 때는 이미 자신의 아래턱 밑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그의 일격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받은 다래가였다.
당현은 암기를 쓴다. 근접전을 주로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수월하게 싸울 수 있었다. 허나 눈앞의 사람은 홍관주였다. 두 주먹으로 강호를 풍미하는 사람이었다.
“훗.... 멍청한 놈 감히 청백지강호에게 덤벼들다니.....”
당현의 입에서 나직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의 음성은 내공을 실어 일부러 다래가의 귀에 들리도록 한 것 같았다.
“홍관주!”
다래가의 입에서 경악성이 흘렀다. 그렇다면 자신은 현재 전혀 상대가 안 된다. 철조도 없는 상태다. 맨손으로 저자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 했다. 그의 눈이 다시 한 번 악독해졌다. 다래가의 신형이 부서진 마차로 향했다.
어느새 전장은 정리가 되었다. 쿠파의 서장군과 무림인들이 다래가와 홍관주를 중심으로 넓은 원형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아마도 더 이상의 싸움은 없을 것 같았다.
무정은 다래가가 마차로 다가가는 것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그의 눈에 마차의 한쪽 벽이 부서지는 것이 보였다. 반파된 마차의 한쪽 벽이 완전히 부서져 나가며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오호호호호..... 결국은 이렇게 될 것을.......... 이젠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안 될 것이다...오호호호호”
다래가는 얼굴은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요사스런 웃음을 흘려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다시 내려져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홍관주는 흠칫했다. 그의 눈에 흰자위만이 보였다. 검은색이 하나도 없는 흰색 눈동자였다.
백마안(白魔眼)이었다.
홍관주의 눈에 두 사람의 신형이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마치 흐느적대듯
허나 완전히 일어나는 순간 그들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각기 검과 도를 들고 있었는데 온몸에 엄청난 자상이 가득했다. 마치 무정처럼.......
“오호호호..... 아무리 강호를 이끄는 두 사람 중 하나라지만 이들에게는 안 될 것이다. 혹시 들어봤나.
전단격류(戰單擊流)의 무공을.....이들이 바로 내가 만들어낸 전단격류의 완성자들이자, 나의 충실한 노예이다...똑똑히 보아라! 이들이 바로 색랍사의 힘! 백나찰(白羅刹)이다. 오호호호호 .”
홍관주의 눈이 커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 음성을 들은 사람 모두가 커졌다.
전단격류........ 한 시대에 몇 명의 전단격류가 나타난다는 말인가?
그들이 알기에는 아마도 가장 가까운 것은 무정일 것이었다. 헌데 전단격류
를 만들어 냈다고? 수련방법도 없는 무공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인가?..................
“오호호호호.....이들의 살기에 벙어리가 되었나? 왜 이런 살기조차
본적이 없나보지?.....오호호호호.”
득의의 미소를 짓는 다래가였다.
무정은 눈빛을 굳혔다. 전단격류건 뭐건 중요한 것은 저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었다. 무정의 눈에 그들의 몸에서 서서히 붉은 기류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신형을 옮겼다. 나서서 싸울 심산이었다.
“ ! ”
홍관주의 손이 뒤로 돌아 뻗어 있었다. 그의 손이 쭉 펴져 있었다. 혼자서상대해 볼 요량인 홍관주였다. 무정은 신형을 멈추었다.
“오호호호.....용기가 가상하시군....어디 한번 죽어 봐랏!”
다래가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의 신형이 움직였다. 마치 한사람의 몸인 듯 동시에 움직였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들은 홍관주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홍관주는 눈빛을 굳혔다. 보통 움직임이 아니었다. 마치 무정과 처음으로 비무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의 무정의 움직임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두 사람의 신형이 그와 약 삼장간격으로 좁혀 졌을 때 그들의 움직임이 변했다. 한사람은 홍관주의 아래로 또 한사람은 위로 떠오르며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 !.....”
홍관주는 취팔선보를 펼치면서 그들의 동작을 피했다. 희뿌연 그의 그림자가 중인들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그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표정도 없었다. 마치 허수아비인양 움직이고 있는데도 둘의 호흡은 상당히 잘 맞았다. 뭔가 이상했다. 그 순간이었다.
“캬아아악!”
괴성과 함께 한 나찰이 좌측으로 움직였다. 그의 검이 머리위로 들려지면서 다가왔다. 홍관주는 두 손을 교차하며 방비를 했다.
“칵!”
뒤쪽에서 다른 소리가 들렸다. 목언저리로 도기가 느껴졌다. 홍관주의 무릎이 굽혀졌다. 그의 신형이 땅으로 꺼지듯 내려갔다.
“사앗.....”
아슬아슬하게 그의 도가 지나갔다. 그때였다.
“컥!”
홍관주의 허리부근에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도를 든 나찰이 그냥 도만 휘두른 것이 아니었다. 스쳐 지나가면서 왼발도 들었던 것이었다.
“쉬이이익”
머리위로는 검이 떨어지고 있었다. 홍관주는 발에 힘을 주었다. 그이 오른쪽에는 도를 든 나찰이 신형을 돌리고 있었다. 위에서는 검이 떨어지고 있었고, 좌측은 옆구리의 충격에 신형을 틀수가 없었다. 그의 신형이 뒤로 미끄러지듯 흘러나왔다.
“ ! ”
바로 뒤에 누군가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다래가였다.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며 눈에 살기를 띄고 있었다.
“백화장(白化掌)!”
“파아앙!”
“크..윽...”
홍관주의 입가에 고통어린 흉소가 걸렸다. 당했다. 이것이 이들의 목적이었다. 저 백안은 이들의 신형을 인형처럼 조종하고 있었다. 마치 한사람이 공격하듯 철저하게 계산된 일격이었다. 홍관주는 순간 오른발로 땅를 찍어 신형을 옆으로 틀었으나 그의 일격은 오른다리에 명중했다.
홍관주의 신형이 뒤로 오다가 일격을 받아 좌측으로 일장가까이 튕겨져 나갔다.
그의 오른다리에는 하얀 기류가 형성되 있었다.
“오호호호호호......어디 한번 움직여보시지...아마 잘 안될 걸.”
득의의 미소를 짓는 다래가였다. 백화장은 치명적인 일격을 내는 수는 아
니었다. 대신 혈맥을 막고 기의 운행을 막는 역할을 했다.
비록 저런 고수한테는 일각의 시간정도 밖에는 안 되겠지만 그것으로 족했다. 저놈은 이제 죽을 것이었다.
무정은 신형을 움직였다. 십여 장 앞에 홍관주가 힘겹게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오른 다리에 일격을 맞은 듯 뻣뻣한 자세로 일어서고 있었다. 허나 그는 다시 신형을 멈추었다. 홍관주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자신의 눈을 마주보면서...........
“............”
무정은 잠시 그를 노려보았다. 장난스럽던 그의 얼굴이 아니었다. 한수에 모든 것을 건 무인의 얼굴이었다. 그는 오른발을 다시 뒤로 뺐다. 무인의 자존심이었다. 그가 나설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허나 만반의 사태를 대비해 조용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홍관주는 고개를 돌렸다. 비틀거리는 그의 신형을 보고 비웃듯 얼굴을 씰룩이는 다래가가 보였다. 그는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그의 눈에서 신광이 서서히 흐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두 명의 백나찰이 다시 그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그는 기식을 고르며 내공을 끌어 올렸다.
“파파파파팟.....”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둘의 신형이 수많은 잔영을 남기며 움직이고 있었다. 속도가 일변한 것이었다. 살기도 전이 비할 바가 아니었다. 수많은 잔상이 홍관주의 몸 주위를 맴돌았다. 그들의 검과 도가 들려졌다.
홍관주의 눈이 침중하게 물들면서, 입에서 일갈이 터져 나왔다.
“천수난화권(千手亂花拳)!”
그의 신형이 보이지 않았다 무정의 눈에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전후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개방의 취팔선보인 것처럼 보이는듯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한다면 전혀 달랐다. 취팔선보는 상황에 따라 독특하게 움직여지는 자세다. 즉 공격보다는 역공을 중심으로 취한 듯이 움직이는 보법이었다. 허나 홍관주의 보법은 달랐다. 움직임이 상당히 화려했지만 그의 두 다리만큼은 절도 있게 움직였다.
움직임을 최소화 한 듯 보였다. 그의 상체가 절묘하게 거의 활처럼 휘어지면서 균형을 잡고 움직이는 것이었다.
“파파파파파파팡”
수많은 잔상들을 향해 홍관주의 장력이 폭발했다. 하나하나 그의 두 손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용화번천장이 아니었다. 위력은 있으나 권력이 밀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튕기듯이 나가고 있었다. 그만큼 내력소모도 적었지만 집중타력이었기에 위력은 상당했다.
홍관주는 은근한 미소를 내비쳤다. 그의 왼다리가 땅을 찍었다. 홍관주의 신형이 뒤로 반장 가까이 주욱 미끄러졌다.
“인(引)!”
그의 입에서 일갈이 나왔다. 그가 신형을 멈추고 두 팔을 좌우로 벌렸다.
그의 사갑자에 달하는 내력이 주위 공기를 휘돌아 쳤다. 내리는 빗줄기가
그의 일장 앞에 회오리치며 모여들었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의 신형이 땅바닥에 긴 줄을 끌며 그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홍관주의 두 눈에 신광이 폭출하기 시작했다. 벌려진 그의 장심에 하얀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탄(彈)!”
다시 일갈이 터졌다. 허리가 비틀어지면서 왼손이 그의 앞에 오른손이 그 들에게 돌아갔다. 뒤에 있던 오른손이 그대로 앞으로 밀어 나가더니 자신의 왼손 등을 때렸다.
“쩌어어어어엉~~~”
대기가 용솟음치는 소리가 들렸다. 맞닿은 손 사이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리더니 둥근 고리하나가 그 부분을 중심으로 마치 무지개처럼 대지와 수직으로 멀리 퍼져 나갔다. 모두들 멍하니 그 고리가 널리 퍼져 가며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 ! ”
무정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금 홍관주의 장심 앞쪽을 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경기가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날아가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꽈아아앙~~”
귀청을 찢는 폭음과 함께 두 명의 백나찰이 하늘을 날았다. 근 이장 높이로 솟구쳐 올라갔다.
“이...이럴 수가....”
다래가의 입이 벌어졌다. 막 홍관주를 다시 몰아치려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백나찰이 지다니...... 우연히 얻은 고서에서 발견한 방법이었다. 무공이 높은 자를 골라 백랍신공으로 이지를 상실하게 한 후, 수많은 살육을 저지르게 했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살기를 갖게 되었고 보통 사람들은 그 살기에 눈을 허옇게 뒤집고 죽었다.
웬만한 무림인들조차 그 살기에 꼼짝 못하고 죽었었다.
헌데 저자는 어떻게 저렇게 침착하게 신형을 펼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조차 두려운 상대였다. 게다가....... 거의 불사의 몸이었다. 아마 지금도 죽지는 않을 것이었다. 다래가의 눈에 조금씩 불안감이 비치고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