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르긴 몰라도
우리들 대부분은
생각 하기를 좋아한다.
멍 때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생각하기를 더 좋아한다.
깊고 오묘한 생각보다
가벼운 생각
사색
소고를 좋아한다.
~*********************~~
여전히 계속되는 장맛비.
제습기를 빵빵하게 계속 틀어도
원하는 건조함은 커녕
장마철의 습기가 좀 처럼 빠지는 것 같지가 않다.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야
조그만 서재로 들어 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특단의 조치란
보일러 난방 온도를 32도로 해 놓고
또 에어컨은 에어컨 대로 23도로 맞추어 놓았다.
그렇게 해 놓으니
발바닥은 달아 오르지만
송글 송글 이마에 맺히던 땀은 사그라 드는 느낌이다.
그리고는 어제, 그제 있었던 일들을 찬찬히 돌아 보며
작은 생각에 잠긴다.
간밤에 유튜버에서 본 영상을 상기 하며
정말 그 유튜버의 말이 맞나 하며
내 자신을 되돌아 본다.
그러나 아이러니컬 하게도
내 경우와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유튜버에서는 나이가 들어 갈수록 외롭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오랜 옛 친구를 귀히 여기고
또 잊지 말고 자주 만나라고 한다.
나의 경우는?
내게도 50년이 훌쩍 넘은 오랜 벗들이
몇 명 있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 가며
더 소원해 지는 경우가 더 많다.
젊어서는 서로의 직장 관계로
지역적 거리로
본의 아니게 보고 싶어도 그다지 만날 기회가
자주 없었고
나이가 들어 가면서는
서로의 살아 가는 방식과
각자의 환경,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라는 핑게로
멀어 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삶의 방식과 환경에 따른 사고와 가치관 때문에
소원해 지는 경우가 더 많아져
이제는 겨우 남아 있는 오랜 벗이란
겨우 한 두명 뿐이다.
그나마 이제는 그들도 점차 소원해 지고 있다.
한 명은 노후 손자녀 돌봄으로 시간을 내기 어렵고
한 명은 왕성한 사화 활동으로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차츰 나이가 들어 가면서 이제는 오래된 친구들보다
어린 시절 함께 자랐던 형제 자매가 훨씬 더 좋다
특히 나이 터울이 얼마 되지 않는 남매 사이는
더욱 돈독 하다.
서로의 삶과 형편이 어떠하든 지
긴 세월 한 부모 밑에서 함께 자라 온 탓에
숨길 것도 보탤 것도 없다.
엊그제는
십년 넘게 기르던 다육이를 다른 화분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새로 구입한 스투키를 심었다.
다육이도 스투키도 제 자리를 찾은 것 같다.
내 마음이 오래된 벗으로 부터
피와 살을 나눈 형제로 돌아 온 것처럼
한 편으로 조금 어색해 보이나
다른 한 편으로는 꽤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물은 분갈이를 한 후 한 4~5일 있다가 주어야 겠다.
뿌리가 대략 안착 준비를 한 후에.
그리고는
피서객없는 피서지
다대포 송림에서의 산책을 끝내고
밤새 내리는 시원한 빗줄기 소리를 자장가 삼아
들으며 깊은 잠을 이룬 후
다음 날
동생을 만나러 용호동으로 갔다.
그녀는 단독주택에 살기에
기르던 다육이를 꽤 많이 그녀에게 입양 보내 주었다.
지난 4월 이 곳으로 이사를 하면서
꽤 새 제품인 에어컨도 그녀 집으로 옮겼고
이제는 좀 식상한 포트메리언도 대부분
그녀 집으로 갔다.
손님도 제법 많이 찾아 가고
식구들도 적지 않은 그녀에게는
그래도 제법 솔솔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그러한 그녀를 오늘
또 만났다.
추어탕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 한 후
비를 타고 함께 간 곳은
광안리 해수욕장.
둘 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탓일까
우리는 바다를 참 좋아한다.
이 나이까지 비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비가 적지 않게 오는 평일 낮의 피서지
광안리 해수욕장 풍경.
해변은 대체로 한산한 편이나
카페 여기저기에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 한 가운데에는 서핑을 하는 젊은이들이
몇 몇 눈에 들어 온다.
젊음이 가진 열정.
그것은 그들만이 가진 특권이다.
그러한 자연의 풍경들을 한 잔의 카페라떼를 앞에 놓고
느긋하게 바라 보는
내 마음의 풍경들도 더 없이 고요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
.
.
아쉽고 아쉽지만
우리들 짧은 장년도 그렇게
느린 속도의 자동차처럼
그러나
단 한 순간도 쉼 없이
흘러 가리라
노년을 향해.
그러나
그 또한 지나 가리라.
찬란한 밤의 순간을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