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내면의 숨결을 담은 고요의 사원, <푸른 정원>
우리의 삶은 수많은 일상의 소음과 변화무쌍한 파동 속에서 흘러간다.
그러나 그 바쁜 일상의 이면에는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본질적인 고요와
마주하는 시간이 존재한다.
내게 있어 캔버스는 그 고요의 깊이를 탐색하고,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거룩한 공간이다.
이번 작품 <푸른 정원>은 자연의 녹음이나 화려한 꽃밭이 아닌,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사물들을 통해 마음속 가장 깊은 평온의 영역을
시각화하고자 한 작업이다.
화면을 지배하는 푸른빛은 단순히 시각적인 색채를 넘어,
내면을 정화하고 사유를 깊게 만드는 치유의 온도다.
묵직한 주전자와 투명한 유리병,
그리고 그 곁을 자연스럽게 가로지르는 스트라이프 천의 대비는
우리 삶의 단단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그 안의 조화를 상징한다.
각각의 사물이 지닌 물성과 질감을 섬세한 유화의 터치로 쌓아 올리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바래지 않는 영원한 생명력과 서사를 부여하고자 했다.
이 푸른 정원에 머무는 이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고요한 숨결과 마주하기를 소망한다.
[평론]
푸른빛의 사유와 물성의 깊이:
손희숙의 <푸른 정원>1. 침잠과 확장의 색채, 화면을 지배하는 '푸른 정원'
손희숙 작가의 2025년작 유화 <푸른 정원>은 색채가 가진 심리적 파장과 물성의 깊이를
탁월하게 결합해 낸 수작이다.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푸른 계열의 스펙트럼은 차가운 냉혹함이 아니라,
오히려 관람객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깊은 사유의 바다를 연상시킨다.
배경의 수직적인 줄무늬 패턴은 공간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화면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며, 그 전면에 놓인 정물들과 절묘한 긴장감과 조화를 이룬다.
2. 사물의 물성과 일상의 시적 재해석
이 작품의 미덕은 흔한 일상의 사물들—주전자, 유리병, 천—을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닌, 작가 내면의 풍경을 투영하는 매개체로 승화시키는 데 있다.
견고한 금속성의 주전자와 투명하게 빛나는 유리병은
물질세계의 서로 다른 성질을 대변하며, 그 사이를 유연하게 흐르는 천의 주름은
삶의 굴곡과 유연성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손희숙 작가는 섬세한 빛과 그림자의 조율을 통해 각 사물이 지닌
고유의 물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이들이 자아내는 정적이고
경건한 분위기를 캔버스 위에 완벽하게 직조해 낸다.
3.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로서의 숙련된 조형 언어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이자 오랜 기간 구상미술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해 온
손희숙 작가의 저력은 이 화면의 탄탄한 구성력에서 빛을 발한다.
형태를 다루는 치밀한 묘사력 위에 감성적인 색채 운용이 더해지면서,
구상회화가 도달할 수 있는 정제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화면 구석에 새겨진 작가의 서체와 여유로운 공간 배치는
작품 전체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준다.
결론
<푸른 정원>은 물질만능주의와 속도전으로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았던 '정신적 휴식처'를 소환한다.
손희숙 작가는 탁월한 기교를 넘어, 일상을 예술적 사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이 푸른 정원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그림이 아니라,
마음으로 걸어 들어가 고요한 숨을 고르게 되는 영혼의 안식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