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the forest : 2025. 2. 15
오늘은 양력 2월 15일이고 음력으로는 1월 18일, 간지는 을사(乙巳)년 무인(戊寅)월 을묘(乙卯)일입니다. 단기로는 사천 삼백 오십 팔년(4358)...
정월 보름이 엊그제 지났고 낼모레면 봄의 턱밑, 우수(雨水)입니다. 해서, 오늘산행은 ‘봄 마중 산행’이 되리라 기대했었습니다. 헌데, 예상은 빗나갑니다. 산중엔 아직도 눈들이 즐비하고 날씨마저 싸합니다.
산에서 보내는 날이 길어지는 산-꾼들의 마음을 담아 시산제(始山祭)를 올리는 걸로 만족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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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제(始山祭)와 산신제(山神祭)는 다른 건가요? 다르다면 어떻게 다르고 절차와 형식은 어떻게..? ㅎㅎ. 이런 질문을 하는 대원들, 아직 만나진 못했습니다. 제 노파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얘기하겠습니다.
좀 오래전일입니다. 어느 산악회를 가니 시산제를 지내는데, 서기 2000년 어쩌고 하면서 절을 두 번 하면서 술잔은 돼지머리 위에서 세 바퀴 반을 돌리더군요. 더군다나 소지(燒紙, 종이를 불에 태우는 일)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부분 시산제를 지내는 계절은 음력 보름 전후입니다. 바람은 세고 건조한 날씨 탓에 산에서 지내는 산제(山祭)에서는 되도록 분향(焚香)을 생략합니다. 헌데, 이분들은 굳이 축문을 태우더군요.
이래선 안 됩니다. 시산제나 산신제나 내용은 같은 겁니다. 따라서 절차와 형식 또한 별다를 것 없습니다. 시산제나 산신제에서 올리는 배례(拜禮) 속에 그 의미가 충분히 들어 있으니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시산제나 산신제에서는 삼배(三拜)를 올립니다. 유교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일 배, 돌아가신 분들께는 이배, 그리고 모든 신령들에게는 삼배, 군주나 임금에게는 사배를 올립니다만 산악인들의 산신제에서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이루는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아울러 삼배를 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초혼문이나 축문에서는 서기(西紀)가 아닌 단기(檀紀)를 우선하여 고하고 잔을 올리는 방식은 세 바퀴 반을 돌리기보다는 하늘 높이 치켜세워 하늘을 항한다음 땅에 드리운 후 중간에 와서 집사에게 건네면 집사는 이를 받아 자리에 놓는 걸 보고 일어나 절을 세 번하여 삼배의 예를 갖추는 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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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무재에서 산행시작과 함께 철망 밑으로 통과하고 있는 대원들 모습(제로, 2025. 1. 15)
철조망 통과? 어떻습니까? 폼은 엉성해도 유연성과 민첩도에 따라 군대 다녀온 분이나 아닌 분이나..? 매일반입니다. 종주 산-꾼들이 겪는 고초가 어디 한둘이며, 하루 이틀인가요?
들머리부터 시작해 고도를 올려갈수록 발은 눈 속에 푹푹 빠지고, 급기야 등산화는 물론 양말까지 물속에 푹 담갔다 꺼낸 듯한 형국이 됩니다(나만 그런가요?). 그나마 아이젠 안하는 것만도 어딘데..? ㅎㅎ..
이번구간엔 의외로 트래버스(traverse, 산허리나 암벽을 따라 가는 일) 구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흙산의 산허리는 잘 미끄러집니다. 아이젠은 눈밭이나 암반에서 뿐 아니라 이럴 때도 유용한데요(미련하게도? 우리는 아이젠 안하고 구간 완주했다는 자랑(?)아닌 자랑으로 힘들어합니다. ㅎㅎ)
이번 산행의 특징은 평두산이라는 이름표를 얻은 622.7봉 외에는 별다른 조망권 확보가 어려웠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트랭글 뱉지 마저 야박했던 지난구간에 비해서야 양반입니다.
정리해보면 평두산(622.7m)과 유리산(805m)의 트랭글 뱉지, 인증지 두 곳으로 행복(?) 했고요. 걸을만하니 끝(?)이라는 어느 대원님의 푸념은 양념입니다.
오랜만에 지원 나오신 효령대군님의 건배사에 얼굴 빨개지는 대원님들 계셨고요(‘성공과 행복을 위하여~’가 줄여보면 ‘성·행·위’가 된다는 사실..ㅎ), 오랜만에 새로 합류한 대원님이 알고 보니 푸미님의 ‘만봉 종주대’ 일원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간만에 백두9기 종주대의 새로운 운영진이 늘어난 경사(?) 이야기는 아꼈다 다음에 하렵니다.
아무튼 변덕스런 날씨 탓에 수고들 하신 대원님들과 항상 은원 아껴주지 않으시는 대원님들 계셔서 즐겁습니다. 나머지 기록은 영상으로 남깁니다.
첫댓글 오랫만에 종주대원님들 만나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낙동 끝자락 몰운대까지 안산즐산 하세요~
감사합니다~^^
ㅎㅎ정맥종주대가 마치 특성화된 산-꾼들의 모임인 것 처럼 비춰질까봐서 염려 했었는 데요.
효령대군님의 참여로 여전히 백두대간을 사랑하는 산-꾼들의 모임 임이 느껴졌습니다.
더 많은 종주산-꾼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읍니다
제로님 덕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