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성격 차이로 헤어졌을까?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들의 지난 상처와 아픔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담은 <우리 이혼 했어요>라는 TV프로그램이 첫 방송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2020.11)
실제 이혼 부부인 탤런트 이영하-선우은숙, 유튜버 최고기-유깻잎 등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는데, 한때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 이영하가 자신의 이혼 사유에 대해 밝혔습니다.
“성격 차이로 헤어졌죠.”
죽도록 사랑했던 두 사람이 헤어졌습니다. 헤어져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쳤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야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사랑하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함께해야 하는 것인데, 그런 것이 아닌가봅니다.
수많은 연인들이 더 이상 떨어지고 싶지 않아 결혼했지만 어느 순간에 더 이상 같이 있고 싶지 않아 이혼합니다. 사랑이 멈추자 결혼도 멈춘 것입니다. 행복은 한 가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불행은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불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기에 이혼을 합니다.
결혼의 연을 끊고자 한 것은 둘의 선택입니다. 이혼은 참고 사는 것이 나은지, 참지 말고 헤어지는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한 양자택일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모험이지만 그 선택이 행복을 위한 최선책이었다고 자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혼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고, 언제 코로나19에 걸릴지 모르는 것처럼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서초 전철역에 이혼전문 변호사들의 상담 광고판이 덕지덕지 붙어있듯 주위에 이혼남, 이혼녀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 하여 남편이 아내를 합법적으로 내쫓을 수 있는 일곱 가지의 사유가 있었습니다. 이 일곱 가지의 사유는 못된 사대부들의 그럴듯한 이혼 구실이 돼 아내를 내쫓는데 악용됐습니다.
‘칠거지악’의 7가지는 ① 시부모를 잘 섬기지 못하는 것 ②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 ③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것 ④ 질투하는 것 ⑤ 나병, 간질 등의 유전병이 있는 것 ⑥ 말이 많은 것 ⑦ 훔치는 것 등입니다.
현재는 ‘칠거지악’은 사라졌지만 부부가 헤어질 수 있는 7가지의 합법적 이혼 조건이 있습니다. 법원 제출용 이혼신고서에 나열돼 있는 7가지의 해당 사유는 ① 배우자 부정 ② 정신적, 육체적 학대 ③ 가족 간 불화 ④ 경제 문제 ⑤ 성격 차이 ⑥ 건강 문제 ⑦ 기타 등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사유는 ⑤번 ‘성격 차이’입니다. “그 사람 별 볼일 없지만 성격하나 만큼은 최고지!” 비록 볼품은 없었으나 그 사람의 성격이 좋아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살다보니 그 사람 성격은 최악 중의 최악이야!” 이제는 다른 건 몰라도 그 사람의 성격이 싫어서 사랑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그 좋던 성격이 어디로 간 것일까요? 오직 부부만이 알 수 있는 비밀입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헤어진 것이 맞나요?
이해 차이 때문에 헤어진 것이 아니고요.
세상을 비틀어보는 75가지 질문
Chapter 4. 더 부드럽게, 더 강하게, 마치 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