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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치 가 유명한 전남 완도군에서 한 어민이 막 잡은 멸치를 말리고 있어요. 멸치는 쉽게 상하기 때문에 햇볕에 쬐어 말려서 파는데, 건조하는 과정에서 멸치 속에 #비타민D 가 많이 생성되지요.
연합뉴스
원래 비타민 D는 사람이 햇볕을 쪼이면 자외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체 내에서 합성돼요.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자외선은 파장 길이에 따라 UV-A, UV-B, UV-C로 나뉘는데, 이 중 UV-B가 사람의 피부에서 비타민 D를 생성하는 작용을 하지요. 하지만 피부에 좋지 않은 자외선을 무한정 받고 있을 수는 없어요. 자외선은 사람의 피부를 태우고 피부 조직에 침투하여 #피부암 을 일으키는 부작용도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자외선 차단제를 피부에 바르고 외출하지요. 그러니 결국 비타민 D가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해 적절하게 비타민 D를 공급해야만 해요.
비타민 D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계란 노른자, 우유나 유제품에도 들어 있지만 함유량이 낮은 편이에요. 미국에선 비타민 D 부족을 보충하기 위하여 우유나 유가공품에 비타민 D를 강화하여 팔지요. 하지만 우리한테는 더 좋은 대안이 있어요. 우리 밥상에 오르는 친숙한 식재료들 중에 햇볕을 쪼여 직접 건조한 멸치 같은 어류나 버섯에 비타민 D가 많이 들어 있거든요.
▲ #표고버섯 볶음.
조선일보DB
대표적 식용버섯인 표고버섯과 #양송이버섯 에는 에르고스테롤이라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요. 표고버섯과 양송이버섯을 양지바른 곳에서 말리면 햇빛 속 자외선이 에르고스테롤을 비타민 D₂로 전환하는데, 자연적으로 햇빛에서 건조한 보통 크기의 표고버섯 1개에는 1일 비타민 D 권장량(5~10㎍)의 2~3배가 함유되어 있어요. 멸치에도 이와 비슷하게 7-디히드로콜레스테롤이라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멸치를 햇빛에 건조시키면 이 물질이 분해되어 비타민 D₃로 전환돼요. 햇빛에 건조된 대멸치를 기준으로 5~10마리를 먹으면 1일 비타민 D 권장량을 채울 수 있지요. 버섯과 멸치가 우리 대신 #자외선 을 받아 비타민 D를 만들어주는 셈이죠.
아주 옛날 자연에서 채취한 버섯은 수분함량이 높아 하루 이틀 지나면 상하기 쉬웠어요. 그래서 버섯을 따면 햇빛에 말려 보관해 두었죠. 그러곤 필요할 때마다 건조한 버섯을 물에 불려서 반찬에 넣어 먹었어요. 바다에서 잡아들인 멸치 역시 생물이라 쉽게 상하기 때문에 잡은 즉시 끓는 바닷물에 넣어서 익힌 후 햇빛에 말려 국물을 낼 때 쓰거나 밥반찬으로 먹었던 거예요. 우리 선조가 비타민 D 부족을 햇볕에 말린 버섯과 멸치 반찬으로 극복하였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박현진 고려대 교수(식품공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