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김옥춘
아궁이에 장작 때면 굴뚝에 연기가 났던 옛날에 가마솥에 밥을 지으면 굴뚝에 연기가 났던 옛날에 끼닛거리 없는 집 굴뚝에 연기도 덜 났던 옛날에
등잔불로 어둠 밝혔던 옛날에 까끌까끌한 옥수수밥을 먹었던 옛날에 서낭당이 마을 지켜주던 옛날에
새끼 꼬아서 이엉 만들어 지붕 갈던 옛날에 소가 끄는 쟁기로 논밭 갈고 소가 끄는 써레로 논밭 고르던 옛날에 디딜방아로 떡방아 찧던 옛날에
그 옛날에 내 엄마는 어른이지만 젊었었고 나는 꼬마였다.
옛날엔 내가 꼬마였다. 내가 꼬마였을 땐 서낭당과 상엿집이 무서웠다. 옛날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날엔 내게 호랑이 이야기를 해주시던 어르신들 꼬마였나 보다. 그 어르신들은 호랑이가 무서웠나 보다.
옛날에 산골 마을 외딴집에 내 엄마는 젊은 모습으로 살았고 나는 꼬마로 살았었다. 엄마와 외할머니 쌍 다듬이소리 아직도 귀에서 리듬을 타고 맷돌 돌아가는 소리에 갈리던 곡식들 아직도 눈에 선하다. 콩나물시루에 물 주던 소리 아직도 들리는 듯하다
이젠 나도 디딜방아 밟으면 방아 머리가 들릴 텐데 디딜방아는 옛날이야기 속으로 사라졌다.
20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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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서 사람이란
김옥춘
일에서 사람이란 중심이야
일에서 사람이란 목적이야
일에서 사람이란 가치야
일에서 사람이란 축복이야
손님이든 일꾼이든 일에서 사람이란 가장 귀한 보물이야
사람을 존경하지 아니하고 일한다고 하지 마
사람을 무시하면서 온 정성을 쏟았다고 자부하지 마
사람에게 일이란 축복이잖아 행복이잖아 사랑이잖아 가치창조잖아
일에서 사람이란 손님이든 일꾼이든 존중이어야 해 일에서 사람에 대한 존중을 빼면 범죄가 되기도 하잖아
돈을 쓰는 이유 돈을 버는 이유 사람을 위해서잖아
일에서 사람이란 중심이야 가치야
손님에게 항상 감사하고 일꾼에게 항상 감사할 일이야! 진심으로 사람을 존중해야 온 정성과 열정을 쏟아 일한 거야
일에서 사람을 절대로 빼지 마 일에서 중심은 사람 존중이야
20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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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오늘
김옥춘
오늘은 오늘이라는 시간에 작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너무나 소중한 내 모습입니다. 화려하고 싶지만 너무나 감사한 내 하루입니다.
오늘은 오늘이라는 시간에 작지만 절대로 작지 않은 귀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종교 없이도 손을 모으고 기도 없이도 고개를 숙이고 믿음 없이도 우러르며 하루를 살았습니다.
평범한 하루를 살고 돌아보니 그 안에 쓸쓸하도록 따사로운 햇살이 행복하도록 쓸쓸한 바람이 있었습니다. 슬프도록 행복한 내가 있었습니다.
그림 같은 오늘은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감사합니다. 오늘은 행복합니다. 평범해서 그림 같아서
2007.4.17
| 소쩍새
김옥춘
소쩍소쩍 소쩍 소쩍새가 우는 밤 내게는 밤 내게는 아주 외롭고 긴 밤 소쩍새에겐 낮일까? 소쩍새에겐 하루해가 너무 짧은 낮일까?
소쩍소쩍 소쩍 소쩍새를 재운 낮 내게는 낮 내게는 하루해가 너무 짧은 낮 소쩍새에겐 밤일까? 소쩍새에겐 고단해서 곯아떨어진 밤일까?
소쩍소쩍 소쩍 밤공기 쌀쌀한 봄날 소쩍새가 울었다.
소쩍소쩍 소쩍 내 가슴 외로운 봄날 소쩍새가 울었다.
세월 많이 흘렀어도 소쩍새는 소쩍소쩍 운다. 세상만사 다 겪었어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은 소쩍소쩍 듣는다.
풀을 뜯어 멀겋게 죽을 쑤었던 내 어머니의 어머니 전설인 듯 무덤에 누우시고 멀건 풀죽 먹던 내 어머니 흰 쌀밥 드시는 봄날에 소쩍새가 운다.
소쩍소쩍 소쩍 소쩍소쩍 소쩍
2007.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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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는 그래
김옥춘
쓰레기 하나 줍는다고 금방 산이 깨끗해지는 거 아니지 쓰레기 하나 안 줍는다고 금방 산이 쓰레기더미 되는 거 아니지
그렇지만 바람이 불어 칼바람도 불어 그렇지만 낭떠러지도 있어 바위틈도 있어 낙엽도 있어
산길을 걷다가 발아래 쓰레기 하나 줍는 이유야 주워야 하는 이유야 산 살 속 깊숙이 파고 들어가면 벼랑에 떨어지고 바위틈에 박히면 안 되잖아
내 아들딸이 내 후손이 내가 지금 보는 만큼의 아름다운 산을 보게 되길 간절하게 바라잖아
내 아들딸이 내 후손이 내가 지금 느끼는 만큼의 고마운 산을 느끼게 되길 간절하게 바라잖아.
좋은 일? 아니야! 착한 일? 아니야! 할 수 있는 일이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야 내 발아래 있을 때는 그래
좋은 일? 아니야! 착한 일? 아니야! 해야 하는 일이야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야 바람이 가져가기 전에는 그래
쓰레기 하나 줍는다고 사람들이 숙덕거리지 않아 쓰레기 하나 안 줍는다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지 않아
바람이 가져가기 전엔 바람이 숨기기 전엔 내 발아래 있는 쓰레기는 내 것이야! 산에서는 그래
2007.4.20 | 상처가 되지 않도록
김옥춘
남의 말은 하지 말자 남의 말은 흉이 되기 쉽더라.
나의 말은 아끼자 나의 말은 자랑이 되기 쉽더라.
본 것만 말해도 듣지 않은 것까지 듣는 것이 사람의 추리력이더라.
말이란 싸움 되기 쉽더라. 상처가 되기 쉽더라.
말이란 아끼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더라. 가벼이 하지 말고 정성으로 해야 하는 것이더라. 축복이 되도록 위로와 격려가 되도록 내 인생 아름답도록
2007.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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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모든 것은
김옥춘
어머니! 내 어머니! 사랑합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당신께서 주신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다 드려도 조금도 아깝지 않은 이유 자꾸만 뭔가 드리고 싶은 이유 거기 있었습니다. 나이 들수록 가슴이 아파오는 이유 거기 있었습니다.
내게 생명을 주시고 내게 사랑까지 주신 내 어머니! 내게 세상을 주시고 내가 세상을 이롭게 하리라 믿으신 내 어머니!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당신 가슴 아프지 않도록
어머니! 내 어머니! 사랑합니다! 아직도 내게 주고 싶은 게 많으신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합니다. 아직 드리지 못한 게 아직 드리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사랑합니다.
2007.5.5
| 중년의 사랑은
김옥춘
중년의 사랑은 눈물이야 눈 크게 떠도 줄줄 흐르는 눈물
중년의 사랑은 위로야 배를 쓸어주던 엄마 손은 약손 같은 위로
중년의 사랑은 치료야 외로운 인생 지친 하루 위로하다 위로받는 치료
20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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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대못이 되기 쉽더라.
김옥춘
말에는 가시가 없어야 한다. 말에는 업신여김이 없어야 한다. 말에는 깎아내림이 없어야 한다. 말에는 짜증이 없어야 한다. 말에는 깔봄이 없어야 한다. 말에는 놀림이 없어야 한다. 말에는 괴롭힘이 없어야 한다. 말에는 거짓이 없어야 한다. 말에는 미움이 없어야 한다. 말에는 저주가 없어야 한다.
말에는 향기가 있어야 한다. 말에는 존중이 있어야 한다. 말에는 섬김이 있어야 한다. 말에는 높임이 있어야 한다. 말에는 미소가 있어야 한다. 말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말에는 격려가 있어야 한다. 말에는 진실이 있어야 한다. 말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말에는 축복이 있어야 한다.
말은 대못이 되어 가슴에 박히기 쉽더라. 낮은 곳에서 일해 보니 그렇더라. 대못질에 가슴 아플 때마다 걱정이 되더라. 내가 친 대못은 몇 개나 될까?
2007.5.24
| 주말이다.
김옥춘
유혹받고 싶은 금요일 행복하고 싶은 토요일 편안하고 싶은 일요일 주말이다.
주말엔 외로움이 더 크다. 주말엔 그리움이 더 크다. 주말엔 사람이 더 사랑스럽다. 주말엔 술이 더 향기롭다. 주말엔 자연이 더 아름답다. 주말엔 감성이 행복하게 춤춘다.
주말이다. 행복하다. 주말이다. 행복하고 싶다. 주말이다. 나도 주말이고 싶다.
2007.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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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김옥춘
걸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설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들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말할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볼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살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놀랍게도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을 나는 다 이루고 살았습니다. 놀랍게도 누군가가 간절히 기다리는 기적이 내게는 날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자 되지 못해도 빼어난 외모 아니어도 지혜롭지 못해도 내 삶에 날마다 감사하겠습니다.
날마다 누군가의 소원을 이루고 날마다 기적이 일어나는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내 삶 내 인생 나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 고민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날마다 깨닫겠습니다.
나의 하루는 기적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2010.9.2
이 글을 잉태한 곳: 쥬네브상가 29-811 버스정류장 이 글이 태어난 곳: 대한민국 용인시
| 오늘 내 친구는 너였다.
김옥춘
손잡는다고 넘어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손 내미는 네가 고맙다. 넌 오늘 내 친구였다.
응원한다고 힘든 산이 쉬워지는 건 아니지만 힘내라는 말 잘한다는 말 고맙다. 넌 오늘 내 친구였다.
일으켜준다고 상처가 아무는 건 아니지만 흙 털어주는 네가 고맙다 넌 오늘 내 친구였다.
물 모자란다고 당장 숨넘어가는 건 아니지만 생명수를 건네주는 네가 고맙다 넌 오늘 내 친구였다.
혼자 간다고 다 길 잃는 건 아니지만 기다려준 네가 고맙다 넌 오늘 내 친구였다.
말 한마디 안 한다고 우울해지는 건 아니지만 말 건네준 네가 고맙다 넌 오늘 내 친구였다.
이름도 모르는 네가 나이도 모르는 네가 친구 하나 없는 내게 오늘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
고맙다.
2004.9.19 월악산에 다녀와서
이 글을 잉태한 곳: 월악산국립공원 이 글이 태어난 곳: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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